▲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 TIN뉴스

 

“환경에 나쁜 물질은 결국에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게 될 것이다”라는 막연한 위기의식은 과학적인 연구와 검토로 구체적인 사실로 입증이 되고 있다. 

 

산업발전을 통해 대량생산과 고효율의 산업화에 치중하면서 인류는 풍요롭고 편리한 생활을 이어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염물질과 인체유해물질을 쏟아내었고, 편익의 도구였던 화학물질의 일부는 부메랑처럼 직접 또는 환경 속에 장기간 머물며 순환되면서 유해물질로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특히 직접적으로 인간의 건강에 위협을 주는 중금속, 살충제, 제초제 등은 절대 식료품이나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의류를 포함한 생활용품에서는 검출되어서는 안 되는 1급 유해물질로 개별국가별로 안전관리규정으로 규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 물질은 자연환경(대기, 수질, 토양)에서 분해되지 않고 장시간 잔류, 표류하면서 생태계 교란과 인간의 안전과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유발하게 된다. 

 

또한 유해물질의 대기와 해양을 통한 이동은 전 세계적인 참여와 협력이 없이는 막을 수 없기에 국제연합(UN)은 2001년 5월 23일 잔류성 유기오염물질(POPs – Persistent Organic Pollutants)의 생산, 사용, 거래, 유통을 규제하는 스톡홀름 협약을 채택하여 현재 186개국이 가입했다. 

 

초기 살충제와 산업용물질, 소각폐기물에서 12종을 유해물질로 지정하고, 2009년과 2017년에 16개의 물질을 규제항목에 추가하고 2020년 12월 3일부터 발효하여 특수한 경우(대체재 개발이 지연되는 경우)의 5년 유예를 제외하고는 전면 시행되고 있다.

 

▲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의 환경, 건강의 유해성  © TIN뉴스

 

▲ 스톡홀름 협정의 잔류성 유기오염물질 지정 리스트  © TIN뉴스

 

특히 섬유산업 분야에서는 미량만으로도 최고의 발수성능을 발휘하는 불소계 발수제의 원료로 사용되었던 PFOS(Per FluoroOctanic Sulfonic acid)가 스톡홀름 협정의 규제물질 대상으로 검토되던 시기에 스카치가드 브랜드로 유명한 세계 최대의 불소계 발수제 생산회사인 3M이 2000년 5월 PFOS Monomer 생산의 전면 중단을 결정하면서 섬유용 발수제 시장은 대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3M을 제외한 테프론으로 유명한 듀퐁, 유럽의 Ciba, Clariant 일본의 Asahi, Daikin 등은  PFOA(PerFluoroOctanic Acid)을 발수제 원료를 사용하고 있었으나 이 또한 PFOS와 같이 2009년 POPs 정식 규제물질로 등록이 되며, 2010년부터는 생산을 이어가기 힘들어졌다. 

 

이어서 Asahi, Daikin, Rudolf 등은 8개의 탄소원자를 가지는 PFOA(C8)보다 탄소수가 2개 적은 PFHA(PerFluoroHexa noic Acid)를 대체재로 ‘C6’라는 별칭으로 규제물질을 우회하는 제품개발과 판매에 주력했다. 그러나 이 또한 환경적인 측면에서 카본체인의 2~4정도의 차이로 반감기나 잔류지속성, 인체의 유해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유럽연합의 Midwor 보고서(2016)로 불소계 발수제는 더 이상 시장에서 입지를 지키기 어려워졌다. 

 

이 보고서를 기점으로 비불소계 발수제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 도래하면서 현재까지도 기존 불소계 고사양 발수성능과 내구성 그리고 방오성에 익숙한 고객의 요구를 대체 할 수 있는 비불소계 발수제의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5월부터 POPs 규제물질의 강제 법제화는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점진적으로 진행이 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25년 전면 시행을 환경부에서 발표했다.

 

환경선도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2024년 PFC(PerFluoro Compound) Free를 전제품에 적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현재의 기술수준으로는 발수/방오 성능에서 미진한 비불소 발수가공원단으로 전환했을 때 기존 고객의 품질 기대치를 환경 친화와 인체 무해성이라는 선한의지로 채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도 PFC-Free 발수/방오 기능을 고도화 하는 물리, 화학적인 기술개발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가공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능, 가격, 생산성, 상업성 측면에서 압도적인 시장선도자(First Mover)는 출현하지 않았다. 언제나 Game Changer는 위기와 변화의 상황에서 등장했던 것 같다.

 

▲ POPs에 추가 지정된 PFOS와 PFOA  © TIN뉴스

 

100% 포도만의 알코올 발효음료로 알고 있는 와인에도, 화학물질 첨가의 논쟁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와인을 양조하는 과정에 포도이외에는 어떠한 첨가물이나 인위적인 조작이 없는 것으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천연재료를 사용하면서 대량으로 재배, 수확, 세척, 발효, 숙성과정을 거치고 이를 소분하고 장기간 보관하면서 유통하고 판매된 이후에도 음용되기 전까지 적게는 1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의 시간을 소요되는 과정에 산화와 변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와인의 보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황을 태워서 나오는 이산화황 가스로 와인용기를 소독하는데 이용한 흔적이 발견되었고, 이후에도 꾸준히 황화가스 소독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와인은 보존기간이 짧아 양조 후 1년 이내에 생산 소비해야 하는 지역기반 알코올 음료였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접어들면서 산업화와 대량생산 소비로 규모의 경제체계로 전환이 되고, 프랑스의 와인산업은 양적 성장의 길을 택하게 된다. 

 

이때 즈음 1858년에 프랑스 쥐라 지역의 대규모 와인부패 사건이 해마다 발생하게 되어, 나폴레옹3세는 루이 파스퇴르에게 와인 부패의 원인과 대책에 관한 연구를 의뢰하게 된다. 

 

그리고 3년 뒤 1861년 파스퇴르는 와인의 알코올 발효과정을 규명하고, 부패는 미생물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의 해결책으로 현재까지도 잘 알려져 있는 “저온살균법”을 제안하지만, 실제 와인 양조와 병입 포장 과정에 적용하기는 어려웠다. 

 

아무리 저온(55~60℃)이라도 데우는 과정에서 와인 고유의 아로마와 맛에 변형을 일으켜 상품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알코올 발효와 초산균에 의한 산패의 과정을 분리해서 과학적으로 설명했다는 업적은 와인 양조과학에 위대한 발견이 아닐 수 없었다. 

 

이를 토대로 양조업자들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는 유익한 효모를 제외한 유해균을 없애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시도와 방법을 찾고 연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19세기 말경에 아황산(Sul fite)의 미량 첨가로도 항산화, 항균작용, 향미 향상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이를 양조과정과 숙성 병입 단계에서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양조기술의 일환으로 체계적으로 정립해 왔다. 

 

이산화황은 황을 태웠을 때 산소와 결합하여 가스 형태로 존재하며, 이것이 물과 결합하게 되면 아황산의 형태로 액상이 되며, 일부는 이온화되어 자유활성 상태가 된다. 이들 전체를 아황산(Sulfite)으로 통칭하고 있으며, 실제 양조시에는 가스 형태로 이산화황을 투입하는 것보다 고체 분말상태의 메타중아황산칼륨(potassium metabisulfite)를 물에 녹여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또한 물에 용해되면 아황산 이온으로 활성화하게 된다.

 

 

이후 양조과정에서 이산화황의 활용기술과 응용범위는 체계적으로 고도화되면서 와인의 품질과 보존 안정성은 혁신적으로 개선되었으며, 10여년 이상 장기 숙성이 가능한 고급와인의 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1980년경 미국에서 아황산이 첨가된 식품을 섭취 후 천식 환자의 병증이 악화되고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는 의학계 보고를 바탕으로 1986년 FDA는 모든 식품에 이산화황이 10ppm 이상 들어있는 경우는 의무적으로 이산화황이 첨가되었다는 표식을 하게 하였고, BATF는 1988년 모든 와인에 이산화황 함유여부를 표시하도록 의무화시켰다. 

 

이때부터 와인병에 표시된 “Contains Sulfite”로 와인 소비자의 막연한 불안은 시작되었고. 이산화황의 인체유해성 논쟁과 더불어 와인에 함유된 이산화황의 함량과 첨가 여부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와인에 함유된 이산화황 함량의 법적규제는 주변 와인 생산국으로 확산되어 적게는 160ppm 이하, 높은 경우는 450ppm 이하의 수치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법적 이산화황의 함유수치는 350ppm 이하이다. 

 

▲ 각국의 와인속 이산화황 함유량의 법적 허용치  © TIN뉴스

 

통상적으로 일반 와인은 150~200ppm, 유기농 와인 100~150ppm, 내추럴 와인은 30~40ppm 정도의 이산화황을 양조과정과 병입 포장단계에 투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완전 무첨가를 표방하는 S.A.I. N.S 와인의 경우도 양조시 알코올 발효과정에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이산화황의 양이 10~20ppm 정도 되어, “Contains Sulfite” 표기를 피할 수는 없다. 

 

결국에는 이산화황이 존재하지 않는 와인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며, 사용량을 줄였을 경우, 산패, 유해균에 의한 변질과 부패, 아로마와 맛을 유지하는 유익한 폴리페놀류 등이 손상되어 품질이 현격이 떨어지고, 장기보관이 어려워지며, 온도변화에 쉽게 부패해 버리게 되어 원거리 유통과 거래가 불가능해진다. 

 

최소 3년 이상의 숙성과정과 긴 세월의 병 숙성을 거쳐 수백에서 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명품와인도 이산화황의 첨가 없이는 그 명성을 자랑할 수 없게 된다. 전기차를 상용화시키는 최첨단 정밀화학기술이 현실화된 현재까지도 이산화황을 대체할 수 있는 첨가제나 물리적 공법이 개발되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산화황이 와인에만 함유되고, 인체에 치명적인 유해성이 있는 것일까? FDA에 보고서에 의하면, 천식환자의 10~20%정도가 식품에 첨가된 이산화황에 과민반응과 증세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발표하고 있으며, 일반인에게는 건강상에 특이 반응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리고 와인 속에 함유된 이산화황을 비교해 보아도, 3,000ppm을 넘나드는 건과류와 말린 과일류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이며, 생선통조림, 건포도, 마요네즈, 탄산음료, 그리고 와인 순으로 상대적으로 함유량이 적은 식품이다.

 

▲ 식품별 이산화황 평균 함유량  © TIN뉴스

 

아직까지 이산화황이 인체에 완전히 무해하다는 과학적인 입증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잔류 이산화황에 대한 우려와 걱정 때문에 와인으로부터 얻게 되는 위안과 평화를 포기할 수 있을까? 

 

발효과학의 아버지 루이 파스퇴르는 아래와 같은 명언을 남겼다.

 

“한 병의 와인에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더 많은 철학이 들어있다.”

“와인이 있는 곳에는 슬픔과 걱정이 날아간다.”

“와인이 없는 식사는 햇빛이 없는 날과 같다.”

“와인은 최고의 건강 음료이며 가장 위생적인 음료이다.”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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