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포츠브랜드, 중국서 고전

나이키, 2022년 안타에 中시장 점유율 1위 내줘
안타 리드 하에 3개 브랜드 무한경쟁 구도
나이키와 아디다스 중국 시장점유율 하락세 지속될 것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4/21 [21:49]

 

나이키(Nike)와 아디다스(Adidas)는 전 세계는 물론이고 웬만한 개별국가에서도 매출액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다. 2021년 기준으로 나이키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27.4%, 아디다스는 15.6%이다. 한국의 경우(2020년)에는 아디다스가 14.1%로 나이키(12.9%)를 조금 앞선다.

 

스포츠는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다는 말이 있듯이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인기는 중국 땅에서도 영원히 식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2021년 아디다스가 중국 브랜드인 안타(ANTA)에 추월당해 중국 시장점유율이 3위로 내려갔고, 2022년에는 나이키마저 안타에 1위 자리를 뺏기고 말았다. 2022년 스포츠브랜드의 시장점유율은 안타, 나이키, 아디다스, 리닝(Li-Ning) 순이다.

 

글로벌시장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중국 브랜드가 연이어 글로벌 브랜드를 앞지른 현상의 원인을 최근 중국에서 벌어지는 ‘애국소비(궈차오) 열풍’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정치적, 외부적 요인보다는 경제적, 시장 내부적인 요인이 좀 더 근본적일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2017년 중국정부의 사드보복으로 현대자동차의 중국 내 판매량이 급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뒤로도 점유율 회복이 안 되는 이유를 정치적인 요인으로만 해석하면 곤란하다.

 

이제 중국시장만 놓고 따지면 중국산 자동차의 경쟁력은 현대자동차보다 우위에 있다. 그렇기에 이제는 현대차뿐만아니라 도요타, 폭스바겐, 테슬라마저도 중국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

 

McKinsey(2023)는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가 퇴조하고 로컬브랜드가 점유율을 높이는 현상을 중국 소비자들이 이전보다 더‘스마트’해져서 제품의 이미지보다는 가성비를 추구한다고 분석했다.

 

스포츠브랜드시장에서도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풍조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중국브랜드가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높인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중국스포츠브랜드는 자국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떤 혁신전략을 짜고 있을까.

 

◆ 중국 스포츠 브랜드 현황 

중국스포츠브랜드시장은 나이키, 아디다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탑2와 안타, 리닝, 터부, 361° 등 국내 4대 업체 등 6개 브랜드가 전체시장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과점구조다. 중국 토종 스포츠브랜드 순위는 안타, 리닝, 터부, 361°순으로 유지되고 있다.

 

1991년 설립된 안타는 2007년 홍콩증시에 상장됐으며, 다수의 중국국가대표팀에 장비를 제공한다. 세계 여러 곳에 디자인 연구센터를 갖고 있으며, 특히 신발제작이 강점이다. 리닝은 중국 육상종목의 스타인 리닝(李寧)이 설립한 회사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안타보다 높았지만, 선수용 의류(신발) 납품 시장에서의 강점을 소매용 시장에서 잘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1년 설립된 터부(Xtep, 特步)는 사명에서 오는 이미지처럼 러닝화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브랜드다. 361°는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 가운데 가장 늦은 2003년에 설립됐다. 2010년 이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일부 국가대표팀의 운동복을 후원하면서 국제적으로 브랜드명을 알리기 시작했다.

 

개별 브랜드의 점유율을 살펴보면 나이키는 2020년을 정점으로 점유율이 하락하는 추세, 아디다스는 2019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비해 중국의 안타, 리닝, 터부는 계속해서 시장점유율이 상승했다. 4대 브랜드 가운데 361°는 시장점유율이 3%대 초반에서 정체되어 있다.

 

 

◆ 4대 스포츠 브랜드의 재무제표 분석

4대 스포츠 브랜드의 경영성과를 재무적인 측면에서 비교분석하면 매출액면에서 이들 4대 브랜드는 대체로 2배씩의 차이가 있다. 안타의 매출액은 리닝의 2배, 리닝은 터부의 2배, 또한 터부는 361° 매출액의 2배 정도다.

 

브랜드별 매출액 순위는 이전과 같으나 그 격차는 다소 벌어졌다.

안타가 2015년 이후 약 5배 정도 기업 규모를 늘리는 동안 리닝은 3.7배, 터부와 361°는 각각 2.4배, 1.6배를 늘리는데 그쳤다. 4위업체가 1위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겠지만, 매출액에서의 2배 차이가 고착화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매출총이익은 매출액에서 원가를 차감한 지표이고, 매출총이익률은 매출총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값이다. 안타는 매출액의 증가보다 매출총이익의 증가가 더 높았다. 매출총이익률도 다른 브랜드에 비해 크고, 증가율도 높았다. 

 

리닝의 매출액은 2016년에는 안타의 60% 수준이었는데 2022년에는 48%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매출총이익률도 대체로 40% 후반에 머물러 있다. 

 

터부는 여러 재무제표에서의 실적이 상위 안타와 리닝 브랜드에 비해 열위에 있었다. 다만 매출액과 매출총이익에서 4위 업체인 361°와의 격차를 벌렸다. 361°는 2021년부터 매출액이 조금씩 상승하는 추세이며, 매출총이익률에서는 터부 수준까지 올라섰다.

 

 

◆ 주주서한 통한

브랜드별 경영전략 변화 비교

주주서한(CEOlettersforstockholders)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자가 주주들에게 1년에 한 번 정도 보내는 공개문서로 전년도의 경영성과에 대한 분석과 향후기업의 경영전략과 목표를 담고 있다.

 

4대 브랜드가 공개한 최근 6년간 주주서한을 코로나 전후로 구분해 이들의 경영전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텍스트마이닝(text mining) 방법의 하나인 ‘단어구름(wordcloud)’으로 시각화했다. 즉 문서에 사용된 단어의 빈도를 계산해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① 안타, 브랜드 및 판매망 다각화 초점

 

먼저 안타의 주주서한은 2016~2019년의 주주서한에서 자주 등장한 단어는 ‘멀티 브랜드(Multi brand)’였다. 안타는 휠라와 코오롱스포츠의 중국 내 판매권을 갖고 있으며, 2018년에는 핀란드 스포츠 브랜드 ‘아머(Amer)’를 인수했다. 이는 자체 브랜드 이외에 이들 해외 브랜드의 중국 내 판매에도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채널(channel)’은 판매채널을 기존 오프라인 판매망과 함께 온라인 판매망을 발전시키겠다는 의미다. ‘혁신’은 온라인 비즈니스 전략에 있어 물류와 판매 방식에서 혁신을 의미한다. 종합하면 이 시기 안타의 경영전략은 브랜드 및 판매망 다각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한편 코로나 시기였던 2020~2022년 주주서한에 주로 등장한 단어는 ‘글로벌(Global)’과 ‘아머(Amer)’였다. 아머는 안타가 인수하기 전에 이미 전 세계 34개국에 진출해 있었다. 중국 국내 브랜드 1위인 안타가 이제는 자체 브랜드와 아머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셈이다.

 

② 리닝, 소비자 체험 앞세워 

일반 소비자 대상 소매시장 공략

 

리닝의 경우 2016~2019년 주주서한에 자주 등장한 단어는 ‘체험’이었다.

리닝이 선수용 유니폼 시장에서는 강점이 있었지만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소매시장에서는 경쟁업체에 밀리는 편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소비자 체험을 전략적으로 내세웠다. 2020~2022년에는 ‘싱글(single)’과 ‘다중 카테고리(multicategory)’가 눈에 띈다. 안타가 신발이라는 단일제품에 집중하는데 비해 리닝은 육상, 농구, 배드민턴 등 5개 분야의 용품시장이 주된 시장이다. 이것이 ‘다중 카테고리전략’이다. 안타와의 정면 대결이 아닌 자신의 상대적 강점을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③ 터부, 신발제품 다양화 전략

…대중·패션·프로스포츠로 시장 구분

 

터부의 경우 2016~2019년과 2020~2022년 모두 ‘러닝(running)’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터부는 러닝화 중에서도 마라톤 신발이라는 특수화에 편중된 이미지가 강하다.

 

2020~2022년 단어구름에는 케이스위스(K-swiss), 써코니(saucony), 팔라디움(palladium)등 구미계 신발브랜드가 등장한다. 터부는 ‘멀티브랜드전략’으로 2019년 이들 브랜드를 인수했다. 대중스포츠, 패션스포츠, 프로 스포츠로 시장을 구분하고 있으며, 다양한 브랜드의 다양한 신발제품을 내세운다는 경영전략이다.

 

④ 361°, 아동용 운동복 집중

단 신발이나 성인용 의류로의 확장성 부족

 

마지막으로 361°의 주주서한에서는 ‘키즈(kids)’가 눈에 띈다. 361°는 전략적으로 틈새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동용 운동복에 집중한다. 아동용운동복의 매출비중이 21%로 타사(15%수준)에 비해서는 높은데, 신발이나 성인용 의류로의 확장성이 다소 부족하다.

 

한편 4대 스포츠 브랜드의 기술혁신 성과를 비교하면 R&D투자율은 신생기업인 361°가 높지만, 매출액에서 안타와 큰 차이가 있어 절대적인 투자는 업계 1위인 안타가 우위에 있다. 중국 내 특허출원실적도 안타는 나머지 3개 업체와 큰 격차를 보인다.

 

신발, 의류와 같은 제품에서는 발명에 해당하는 특허보다는 기존 특허를 응용한 실용신안의  많고 적음이 제품의 기능성 측면에서 더 우위에 있을 수 있다. 실용신안에서 업계 2위인 리닝은 4위 업체에 비해서도 뒤졌다. 리닝은 디자인 특허에서도 하위를 기록했다. 실용신안과 디자인에서의 약점은 리닝이 소매시장에서 경쟁력이 높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의현 영남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과 경영 전략’ 보고서를 통해 “중국 스포츠 브랜드시장에서 글로벌 기업의 성장세는 위축되고, 중국기업은 약진하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중국경제의 성장둔화와 함께 중국소비자들의 가성비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어 가격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브랜드의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성은 상당히 차별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중 현재 선두인 안타는 내수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는 한편 해외시장 진출을 시도할 것이며, 리닝은 내수 소매시장에서의 영역확대를 노리고 있어 기존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하지만 신발과 같은 주력상품에서 리닝 브랜드가 경쟁브랜드에 비해 별다른 우위에 있지는 못하다. 기술혁신 면에서 리닝은 안타와는 큰 차이를 보였고 오히려 매출액이 떨어지는 터부와 361° 수준에 그쳤다.

 

신생 브랜드인 터부와 361°는 각각 러닝화와 아동용 신발이라는 초기의 이미지가 고착되어 여타제품으로의 확장성에서 고전하는 편이다. 따라서 중국 스포츠 브랜드시장은 안타를 선두로 리닝 ,터부, 361° 등 3개 업체가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나이키와 아디다스는 점유율 하락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자료출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 4대 스포츠 브랜드의 성장과 경영전략’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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