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업, ‘재래시장에서 상권으로 도약 적기’

기획·디자인·제조 3박자 갖춘 도매 브랜드, B2C 전환 시도
‘시장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라는 선입견과 한계로 번번이 고배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4/21 [20:55]

▲ 기획, 디자인 능력을 갖춘 도매상들이 자체 브랜드 런칭을 통해 소매시장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이다. 

 

지난 주 오후 취재 차 방문한 동대문상가는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로 간간히 거닐고 있는 중국 관광객 몇 명 외에는 사람들의 발 길이 뜸했다. 한낮임에도 곳곳에는 폐업이나 휴업을 알리는 문구가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았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이전에는 그 많았던 중국 왕홍들도 사라진지 오래다. 더구나 도매상 매출의 경우 거의 60% 이상, 반 토막 이상 났다. 더구나 주 고객이었던 중국 상인들도 동대문과 비교해 빠른 납기일과 생산능력 등에서 이미 동대문을 앞서고 있다는 자신감과 판단에 발길을 돌린 지 오래다. 샘플만 구매해서 자국 제조업체에 맡기면 동대문보다 더 싸니까 . 그렇다고 중국인 상대로 얼마나 팔겠다고 재고를 안고 갈 수도 없다. 결국 도매시장은 앞으로 어떤 길로 나아가야 할까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국내 도매시장이 붕괴됐다고 가정해 보자.

당장 소량 주문에 까다로운 디자인 때문에 봉제공장 찾기가 어려운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갈 곳이 없어질 것이고, 도매시장 역시 기획력과 생산력 그리고 디자인 능력까지 갖춘 도매상은 과연 어디로 가야할까?

 

이에 본지는 디자이너·봉제공장 연계 및 네트워크 알선 등의 특화된 컨설팅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B2B 펀딩 패션 플랫폼 ‘모두의신상’ 운영사 ㈜모신 윤동휘 대표를 통해 그 대안을 찾아봤다.

 

윤동휘 대표는 “그 길이 소매 시장일 수도 있고 아니면 시장을 떠나는 길일 수도 있는데 만약 시장을 떠나지 않는다면 능력 있는 도매상들은 결국 소비자와의 접점을 찾아 나설 것이다. 기획력과 디자인, 제조능력을 갖고 있는 도매상들이 자체 브랜드를 런칭하고 자사 쇼핑몰을 통해 판매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 유입은 안 되고 계속해서 유지관리비용만 들어간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다. 일부는 유명 패션플랫폼에 입점하려는 시도를 해봤지만 입점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분들을 보면 마음이 착잡하다”고 말했다.

 

윤 대표는 도매시장 침체의 원인을 몇 가지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 노후화된 봉제공장과 고령의 봉제인력으로 더 이상 국내에서는 옷을 만들 사람이 없어질 것이라고 대다수가 예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윤 대표는 봉제인력이 사라지는 속도보다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일감의 양이 더 빨리 줄어들 것을 걱정했다.

 

특히 동대문이나 내수시장 매출이 줄어드는 걸 데이터 상으로 들여다봤을 때 중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마치 공기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게 너무 뻔해 보였다. 윤 대표의 예측처럼 현재 봉제인력 감소보다 일감의 감소 속도가 더 빨라졌다. 이는 중국 자본이 빠져나가는 그 시기에 경기침체까지 맞물려 버렸다. 정상적이라면 봉제공장들은 지금 성수기지만 현실은 비수기다. 

 

2~3월 말까지 매주 월요일 동대문을 들러봤다는 윤 대표는 “1회 5천만 원씩 매출 올리시던 분들이 1,500~2,000만 원으로 반 토막 이상이 났다고 하소연 했다”고 말했다.

 

둘째, 인터넷 사업주나 유명 패션 인플루언서의 경우 주력 판매는 본인들이 다 만들어 내고 구색 맞추는 건만 도매에 맡기는 수준의 물량으로 도매상의 강점인 단가 경쟁력이 점점 약화됐다. 자신들의 특화된 품목만 생산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토털화되면서 바지, 블라우스, 자켓 등 모든 복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한 가지 복종에서 여러 복종을 만들다보니 감도는 상당 수준 올라섰지만 대신 단가 경쟁력이나 봉제 퀼리티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리스크를 안게 됐다. 

 

B2B 펀딩 패션플랫폼 ‘모두의신상’, 

“도매 브랜드는 생산과 디자인에만 집중하세요”

 

▲ 모두의신상 윤동휘 대표  © TIN뉴스

 

윤 대표는 “여전히 국내에서 유명하거나 뜨고 있는 국산 브랜드들 대다수가 도매시장에 기획, 생산을 위해 프로모션을 맡기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이 사실을 모른다. 능력과 잠재력 있는 도매상들을 내버려두기보다는 기존 재래시장에서 소매시장이라는 상권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이들이 궁극적인 B2C 비즈니스 구조로의 전환과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줄 수 있는 일이야 말로 건실한 도매상들이 사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는 길이자 동시에 우리에겐 동반성장의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동대문 연간 매출을 20조 원(매출 조정)이라고 추산할 때 이중 10%로만 소매시장으로 유입된다면 그 영향력은 크다. 이에 윤 대표는 3년째 B2B 펀딩 패션 플랫폼 ‘모두의신상’을 통해 능력 있고 잠재력 있는 신진 도매 브랜드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도매 브랜드들의 소매시장으로의 도약을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도매 브랜드와 플랫폼 입점 계약을 맺으면 입점과 동시에 다양한 컨설팅 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우선 A 도매 브랜드는 생산과 디자인에만 집중하면 된다. 컨설팅은 C/S 등 다양한 영역에서 모두의신상이 서포트한다. 도매 브랜드는 온전히 자신의 브랜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모두의신상은 프로모션 뿐 아니라 브랜드 홍보마케팅, 제품 배송 등을 지원하고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실력 있는 도매 브랜드 업체들의 입점 상담과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수수료 기반의 여타 플랫폼과 달리 다양한 컨설팅 등 지원서비스에 상응하는 비용 지급을 통해 수익 창출하는 구조이기에 가능하다. 아울러 모두의신상은 성장 가능성이 있는 도매 브랜드의 투자까지 진행한다. 상호 간의 신뢰 구축이라는 의미와 함께 브랜드가 성공해 플랫폼을 떠나더라도 지속적으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브랜드가 커갈수록 투자를 한 모두의신상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

 

아울러 윤 대표는 “점차 사라지는 국내 제조공장과 기반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점 조직화된 공장들을 하나의 선으로 연결하는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준비 중인 것이 봉제공장들을 대상으로 한 ‘콜 주문 서비스’다. 모두의신상이 프로그램에 오더를 올리면 공장들이 확인 후 자신들에게 맞는 복종이나 일일 가능한 수량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일감을 잡는 형태다. 동시에 당일 저녁까지 완성된 제품을 다음날 오전까지 주문업체가 받아볼 수 있도록 택배서비스를 연계해 지원하게 된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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