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과도한 법령 규제에 민간연구개발 제자리걸음”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독소조항’, 연구개발 의지 꺾어
군납업계, “제124조 업체투자연구개발 참여기업 제한 조항 삭제” 촉구
수년 째 규제개혁 건의에도 군과 주무부처는 ‘외면’…복지부동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3/11 [08:57]

 

한국형 전투기, 자주포, 전차 등 대한민국의 높은 기술력을 앞세운 국내 방산기업들의 해외 수출 성과 소식이 들려오며, 대한민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대기업 규모의 방산기업들은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해 무기 고도화를 위한 막대한 연구개발비용을 쏟아 붓고 있다.

 

반면 비록 전력지원체계이나 장병들의 개인 전투력 향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전투배낭, 개인용 천막, 궤도차량승무원용 배낭 등 전력지원체계에 대한 민간 기업들의 연구개발 투자는 저조하다. 군의 전력지원체계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및 추진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는 표현이 적절해 보인다.본지는 2회에 걸쳐 현재 전력지원체계 업체투자연구개발 현황과 그 문제점을 지적해보고자 한다.

 

업체투자연구개발업체 1호의 몰락

3년간 수사 끝 검찰의 무혐의 종결…이후 후폭풍은 거셌다

 

2006년 군납 시장에 신생기업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무봉제 방식으로 제작한 배낭으로 해외 아웃도어 전시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던 H사. 그 무렵 입소문을 타고 찾아온 군 관계자들의 제안으로 국내 방산 관련 전시회에 처음 참여했고, 그 이후 군납 시장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궤도차량승무원용 배낭, 개인용 천막(기존 A형 텐트에서 돔형 텐트로 개선), 전투용 배낭 등 H사가 손을 덴 군수품들은 우수한 품질과 기존의 문제점을 보완한 신형 제품으로 탄생해 군과 장병들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품질과 연구개발 능력 덕에 5년 간 수의계약으로 해당 개발 품목을 전량 군에 납품하게 됐다. 그러나 이것이 H사의 발목을 잡았다. 5년 수의계약이 끝나는 시점인 2011년 동종 품목 군납 업체들이 H사를 상대로 군 검찰에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3차례 압수수색과 군사경찰, 감사원, 검찰 조사로 이어졌고, 3년에 걸친 수사는 검찰의 ‘증거 불충분 혐의 없음’으로 종결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주무부처 군 관계자들도 조사를 받으면서 진급 누락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 사건의 후폭풍은 어마어마했다.

수사가 종결되고 3년이 지난 2017년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이 개정되는 과정에서 업체투자연구개발과 관련한 조항에 규정이 하나 추가됐다. 신설 규정은 이후 업체투자연구개발을 위축시키는 뇌관이 됐다.

 

참고로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은 2006년 제정된 방위사업법 등 상위법령의 위임을 받아 군과 방위사업과 관련된 전(全) 기관을 대상으로 군수품의 획득과 운영유지에 관한 지침을 제공하는 규정이다. 국방부장관훈령이기 때문에 장관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삭제하거나 보완 등 개정할 수 있는 영역이다.

 

물론 군납 업계가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삭제를 요구했으나 군은 복지부동.

군 스스로도 해당 조항의 문제점을 인지하면서도 그 누구도 나서는 이가 없다. 불과 2012년까지만 해도 군은 분기별로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중 개선 사항에 대한 군 사업관련 실무자들과 업체투자 연구개발 참여업체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수정함으로써 연구개발의 제한요소와 비효율성 등을 개선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앞선 사건 이후 군의 연구개발 투자 의지마저 꺾었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업체투자연구개발 실적은 10여년이 지난 지금 극히 저조하다. 

육군의 경우 2010년 초까지 업체투자연구개발이 활발해 연간 5~6개 품목이 개발됐다. 2011년 전투용 개인천막, 2012년 전투용 배낭이 대표적인 성과다. 그러나 이후 업체투자연구개발 실적이라고 해봐야 2015년 항공피복, 2016년~2020년 없음, 2021년 전투식량 정도라고 한다.

 

관련 업계는 “연구개발사업 축소로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의 존폐위기까지 걱정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하며, “업체투자연구개발사업의 활성화를 통해 전력지원체계사업단의 업무 정상화와 답보 상태인 군 피복, 장구류 등 전력지원체계 발전이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소조항에 발 묶여

십수년 째 전력지원체계 부분

품질 개선 및 신형 제품 개발 외면

 

그렇다면 이러한 연구개발 위축의 근본 이유는 무엇일까?

대표적으로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제124조(연구개발 구분) 3항과 제139조(개발품목에 대한 계약) 2항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제124조 3항에 따르면 ‘연구개발은 정부투자연구개발 또는 정부업체공동투자연구개발을 원칙으로 하되, 업체투자연구개발도 할 수 있다. 다만 업체투자연구개발은 최근 5년 내 조달실적이 없는 신규품목 또는 복수의 경쟁적 조달원이 없는 품목 등에 한한다.

 

5년 내 조달실적이 없는 신규 품목은 대표적인 예로 현재 주목받고 있는 군사용 드론 같은 품목을 들 수 있다. 그리고 복수의 경쟁적 조달원이 없는 품목 등에 한한다는 조항은 현재 군수품 조달은 독점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대부분 조달 품목은 복수의 조달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장병들에게 보급되고 있는 품목에 대해서는 업체투자연구개발을 할 수 없다. 

특히 야전부대에 근무하는 인원들은 “새로운 품목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나 현재 운용하고 있는 품목들에 대한 품질개선과 발전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조항은 제139조 2항이다.

제139조 2항에 따르면 ‘수의계약 가능기간은 개발완료 후 5년으로 하며, 수의계약 가능 최장기간은 연구개발 확인서 발급일로부터 15년을 초과할 수 없다.

관련 업계는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의 해당 규정의 개정이 근본적으로 신규개발 외에 성능개선은 업체투자연구개발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 국방전력업무훈령의 문제점을 개선하지 않고는 앞으로도 전력지원체계 연구개발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군은 2010년대 초 업체투자연구개발로 개발한 전투배낭, 개인천막(돔형) 등을 10년이 지난 지금도 성능개선조차 못하고 진부한 구형모델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정상적인 연구개발 상황이라면 3~4년 주기로 성능 및 품질 개선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1세대 전투배낭 개발 당시에도 우리 장병들의 신체조건에 비해 완전군장 착용 시 배낭의 규격이 너무 크다는 지적이 있었으나 부피가 큰 구형침낭을 결속해야하는 전제조건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차후 품질 개선 때도 침낭 부피를 줄여 전체적인 배낭 규격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연구개발이 중단되면서 현재까지도 구형 배낭과 침낭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군은 업체투자연구개발을 가급적 지양하고 대신 정부투자 연구개발, 민군기술협력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우수업체들의 참여 기피로 소정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수업체들은 왜 참여를 기피할까?

연구개발은 컨소시엄 형태로 3~4개 업체가 연구개발에 참여하면 2~3년간 한 업체당 2~4억 원 정도의 인건비를 받을 수 있으나, 이 정도의 자금을 받고 업체가 오랜 시간 연구개발해 보유하고 있는 기술과 특허 등 노하우를 전부 군에 귀속시키는 것은 “고생만 하고 국방부에 업체기술만 도둑맞는 기분”이라는 민간 업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한 번은 참여할 수 있을지 모르나 이러한 전후사정을 인지한 업체는 참여를 기피하고 있다. 따라서 연구개발비 외에 수의계약 등 다른 보상이 뒷받침 되지 않는 한 우수업체들의 활발한 참여를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 참조

▲ 미해병대 2세대 배낭  © TIN뉴스

 

미군의 경우 1962년 창립된 육군 물자사령부(United States Army Materiel Command (AMC))가 육군의 개발, 병참 등의 군수업무를 담당한다. 특히 미 해병대 2세대 ‘ILBE 배낭(80ℓ)’은 코듀라 나일론(CORDURA® Nylon) 소재로,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ARCTERYX)가 디자인을 맡고 미국 군사용 의류장비 전문업체 프로퍼(Propper)가 제작을 맡아 고품질의 명품 배낭을 탄생시켜 군에 보급한 것이 대표적인 개발 사례다. 

 

참고로 美 해병대 배낭은 2004년 2세대 배낭 ILBE(발전형 중량 지탱장비), 2011년 3세대 배낭 FILBE(개선된 하중 베어링 장비)가 보급됐다. FILBE는 미국 등산용 배낭 브랜드 미스테리랜치와 이글이 공동 제작했다.

 

이처럼 방대한 국방예산과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미국조차도 민간 기업 또는 브랜드의 우수한 디자인 능력과 품질, 기술을 인정하고 이들의 동참을 적극 장려하며,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연구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모든 걸 제어하고 주도하고 있어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업체투자연구개발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 기회를 제한하고 있어 안타깝다. 실례로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17일 모포를 솜이불로 대체하겠다며, 4개월용 침낭을 개발해 전시 대비 군장품목에 추가할 방침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이는 이미 7년 전인 2016년 8월 말 침낭 품질 개선 선행연구 용역사업 제안 요청서 입찰을 공고했다. 7년 전 개발이 추진됐다가 추가적인 연구용역이 필요하다면서 시간만 낭비하다 사라졌다.

 

2019년 6월 6일 화제를 모았던 전자담배 폭발로 난연성 전투복 개발 여론 이후 소재 개발이 추진되는가 싶더니 난연 전투복, 노멜트 노드립 차세대 전투복 개발 추진 중 담당자들의 인사이동 후 해당 개발 건은 자취를 감쳤다.

 

독소조항 삭제 및 일부 보완 등

훈령 개정…업체투자연구개발 활성화 및

우수기업 참여 유도 절실

 

▲ Dx Korea 대한민국방위산업전  © TIN뉴스

 

첫째, 전력지원체계 업체투자연구개발에 저해가 되고 있는 국방전력발전업무훈령 개정이 시급하게 선행되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 제124조 3항의 경우 ‘다만 업체투자연구개발은 최근 5년 내 조달실적이 없는 신규품목 또는 복수의 경쟁적 조달원이 없는 품목 등에 한 한다’는 문구를 삭제해야 한다. 이는 신규개발 외에 현재 보급되고 있는 품목에 대한 성능개선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보급품도 소재 및 첨단기술 발전이 가속화되기 때문에 3~4년 주기로 성능개선을 꾸준히 해야만 한다.

 

둘째, 제139조 3항 중 ‘수의계약 가능기간은 개발완료 후 5년으로 하며, 수의계약 가능 최장기간은 연구개발확인서 발급일로부터 15년을 초과할 수 없다’ 중 ‘5년’ → ‘2~3년’으로 수의계약 가능기간을 축소하며, ‘계약수량 100%’ → 40~50%로 축소, ‘잔량은 연구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일반경쟁 계약’으로 문구를 개정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다.

 

이는 연구개발 소요기간 2~3년, 수의계약 보장기간 5년을 고려하면 한 모델을 5~8년 간 사용해야 하는 데 시장의 초고속 기술 발전과 소재개발을 감안할 때 진부한 구형모델을 너무 오랜 시간 사용하는 단점이 있다. 

 

또 2010년대 초 업체투자연구개발 관련해 업체 간 갈등요소가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개발업체에 5년간 계약수량 100%를 수의계약으로 보장해주면서 동종품목을 제조 판매하는 업체들은 생존 압박이 심했을 것이고, 그 때문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민원제기와 고발을 일삼았던 경험이 있다.

 

관련 업계는 “따라서 업체 간 갈등 없이 상생하면서 기술혁신과 제품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한 업체에 계약을 100% 몰아주는 수의계약 대신 개발업체에는 그 공로를 보상받을 수 있도록 일정부분/일정기간 수의계약을 보장하고 타 제조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갈등 리스크를 줄여주고 상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준다면 이러한 갈등요소를 획기적으로 해소될 것”이라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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