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 TIN뉴스

 

한국의 와인시장은 코로나 이전 2019년 2억 5천만 달러 수입에서 작년(2021년)에는 5억 6천 달러로 불과 2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성장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한국 경제규모(GDP)의 성장에 따른 현상으로 예상은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기간 와인세계시장 규모가 정체된 상황에서 급성장한 한국 와인 시장은 신구대륙의 와인 생산업자에게는 새로운 시장(Emerging Market)으로 부상하고 있다.

 

비대면의 코로나 시기에 동네 마트와 편의점까지 와인 매대가 들어서고, 편의점 앱에 수많은 와인을 채워 픽업서비스로 소비자의 다양성을 충족하면서 혼술과 홈술로 변화된 음주소비문화에 와인은 빠르게 가정 식탁에 오를 수 있었다. 더욱이 새로운 문화의 선도와 적응에 적극적인 MZ세대들의 관심과 반응은 와인의 대중화와 시장확대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과거 의전이나 접대와 같이 격식을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나 가끔 한두 잔 맛보던 의례적인 음주의 대상으로 기억되었던 와인이, 이제는 집 앞 편의점부터 대형마트, 전문 주류샵까지 어디서든 쉽게 구매하고 장소를 불문하고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알코올 음료로 우리 곁에 가까워졌다.

 

3년의 공백을 깨고 최근 급격히 늘어난 많은 송년모임과 행사에서 식사와 함께 와인이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서, 필자 또한 와인이 생활 음주 영역으로 서서히 진입하고 있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와인이 우리 식생활문화에 친근하게 자리하고, 많은 사람들의 이해가 깊어질수록 호기심과 궁금증 그리고 저마다의 평가와 기대는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다. 또한 와인이 가지는 다양한 속성 즉 수많은 종류에 이제 막 즐기기를 시작한 애호가들은 높고 넓은 장벽을 느끼게 된다.

 

필자 또한 20여 년 전부터 유럽출장을 다니면서 와인을 즐기면서 가지게 된 의문과 호기심 그리고 지적인 부담과 한계에 대한 갈증은 와인 마시는 것만으로 채워지지는 않았다. 그것이 아마도 현재의 이 칼럼을 연재하게 된 동인이 되었던 것 같다.

 

그럼, 과연 와인이 무엇이기에 왜 이리도 와인이 어려운 것일까? 이런 질문을 주변에서 참 많이 듣고 필자(또는 고수, 전문가)도 의문을 가지지만, 이것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러나, 학문적인 전업 탐구나 학습을 하지는 않았지만, 생활의 일부로 항상 즐기고 가까이서 관심을 가지고 티끌을 모으듯 작은 정보들을 모아서 하나하나 엮다 보니, 전체적인 윤곽과 맥락이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래서 와인이 왜 어려운지 이유는 가늠하게 되었고 이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는 찾을 수 있었다. 이를 실행하는 것은 다분히 개인적인 결단의 영역으로 와인을 직업 삼아 가는 길은 매우 다양하다.

 

와인이 어려운 이유는 아래와 같이 다섯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 번째, 와인의 역사에 있다. 인류 기원과 함께 시작이 되어, 4대문명과 고대 중세 근대를 거쳐 현재에 이르는 동안 역사적 사건과 격변의 현장에 다양한 스토리와 변천의 과정에서 인간과 인간 그리고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로서 와인이 존재했던 것이다. 추억해보면 어릴 적 가장 흥미롭고 재밌게 들었던 이야기가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 아니었던가? 

 

그렇다. 와인은 옛날부터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인간의 살아있는 유물이기에, 모든 개별의 와인 한 병 한 병에는 자기만의 옛날이야기를 담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만~40만 종의 다른 와인이 출시된다고 한다. 한 인간이 다 마셔볼 수 없는 불가능한 종류이다. 

 

이들 개별 와인 모두 저마다의 얘깃거리를 가지고 있다. 스토리 하나 하나를 알아가고 이를 주변인들과 나누는 기쁨이 와인 시음에서 얻는 오감의 만족을 배가시키는 이유가 된다. 모른다고 스트레스가 될 이유는 전혀 없다. 함께 한 사람이 기쁨을 나눠주니까.

 

두 번째, 와인을 만드는 포도의 종류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 재배되는 포도의 품종은 1만여 종에 이르며, 그 중에 3천여 종이 와인 양조용으로 재배된다고 한다. 

 

포도품종은 수천 년에 걸쳐 자연진화, 품종개량, 교접 또는 병충해 등으로 소멸, 신생, 공생을 거듭해왔으며, 1860년경 유럽에 불어 닥친 필록세라(미국발 병충해)로 유럽의 토종품종은 전멸하다시피 사라졌으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유럽의 와인 종주국인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은 개량품종으로 새롭게 식생을 정비하여, 현재에도 세계 최고의 포도재배와 와인 양조를 이어가고 있다. 

 

어느 누구도 3천여 종에 달하는 포도품종을 동시에 마셔보거나 구분할 수 없다. 영화나 만화 등에서 누군가가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포도품종과 브랜드, 빈티지를 척척 맞추어 내는 것은 사실상 거짓이다. 실제 전문가가 되기 위한 시음 능력테스트라는 것이 사전에 고지된 포도품종의 제한된 평가범위 내에서 서로를 비교하고 언어로 표현해 내는 차이 정도에 불과한 것이다. 

 

실제로 와인의 맛 평가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와인을 마셔본 일반인이나 전문교육을 받은 전문가이거나,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에 차이만 있을 뿐 개인적으로 느끼게 되는 감흥과 만족은 매우 주관적이기에 누구에게 의존할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래는 3천 종에 이르는 양조용 포도 중에 점유율 상위 10개에 해당하는 포도품종의 이름들이다. 

 

프랑스 태생 6종 스페인산 3종 이태리 1종으로 모두가 유럽이 원산지이다. ▲까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템쁘라닐로 ▲에이렌 ▲샤르도네 ▲시라(시라즈) ▲그루나챠(그루나슈) ▲소비뇽블랑 ▲트레비노 토스카노 ▲피노누아로 발음한다. 아마도 우리가 접하는 와인의 80%정도는 이 품종 내에 있을 것이다. 3천 종에서 10종만 알아도 와인의 80%를 알게 된다. 차후에 10종 포도품종에 관한 이야기만 따로 자세히 정리하겠다. 

 

▲ 2016년 전 세계 와인 포도 재배 면적에서 차지하는 주요 와인 품종  © TIN뉴스

 

세 번째, 세계지도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만 아니고 도시, 지방, 구역, 마을, 언덕까지 지도를 확대시켜가며 세부적으로 포도가 재배된 구체적인 위치까지 파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포도가 식생 되는 주변환경(일조량, 강수량, 토질, 온도, 습도, 경사도, 고도 등) 일명 뗴루아(프랑스어)에 따라 포도의 품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10대 유럽산 양조포도의 재배가 가능한 기후조건을 북/남위30~50도로 규정하고 와인벨트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 우리가 음용하는 대부분의 와인은 이 지역에서 재배된 포도로 양조된 것이다.  

 

▲ 위도 50도 이상 또는 위도 30도 미만인 지역 및 국가에서 재배되는 와인을 조사한 지도  © TIN뉴스

 

2021년 국가별 와인 생산량을 보면 이태리, 프랑스, 스페인, 미국, 호주 순으로 변함없이 유럽 3개국이 세계생산량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5위만 3년 전 아르헨티나에서 호주 칠레가 추월한 상황이다.

 

▲ 2021년 국가별 전 세계 와인 생산량(백만 헥토리터)  © TIN뉴스

 

즉, 와인벨트 내에 있는 생산국가내에서도 실제 와인이 생산되는 구체적인 지방과 도시 마을이름 까지가 와인의 품질을 가름하는 중요한 정보이니, 지도를 보고 그 위치를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이 와인을 알고서 마실 수 있게 되는 중요한 정보인 것이다. 

 

한 때 한류 열풍을 타고 한국 막걸리가 해외에서 인기일 때가 있었다. 그때 우리는 누구나 아는 포천이동 막걸리를 마셔본 외국인이 포천이동이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이라는 지명이라고 알고 마신 외국인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궁금해진다. 보다 와인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세부지도를 꼭 봐야 하기에 스마트폰 화면이 아닌 커다란 종이지도를 펼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네 번째, 언어 장벽이다. 요즘에는 능통하진 않아도 영어에 대한 불편은 크게 없는 듯하다. 하지만, 와인의 세계에서는 영어의 입지가 그다지 넓지는 않다. 와인의 생산과 소비, 역사 문화적인 배경 등 모든 면에서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이 주도하고 있기에 이들 나라들이 영어와는 완전히 다른 자국 언어로 와인과 관련된 용어와 문법으로 와인 산업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프랑스 와인 전문가가 되려면 프랑스어를, 이태리는 이태리어를, 스페인은 스페인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최근 몇 년 사이에 와인 시장이 확대되면서, 유럽으로 와인유학을 떠나서 전업 학습을 통한 전문가 과정을 거치는 분이 많아지는 듯하다. 멀리 찾지 않아도, 현지에서 와인 공부를 하면서 혹은 마치고 유튜브로 와인정보를 나누는 유튜버 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그만큼 와인 전문가를 수용할 수 있는 한국 와인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고, 미래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훌륭한 재원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와인 전문가라고 자처하려면, 프랑스어, 이태리어, 스페인어 중 하나 이상은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기본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다섯 번째,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복잡한 와인 레이블 때문이다. 이는 언어의 장벽과 관련해서 유럽산 와인에서 더욱 심각하다. 미국 호주를 포함한 신대륙 와인의 경우(비영어권 칠레, 아르헨티나 포함)는 모든 와인 레이블은 영어를 기준언어로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실 이는 아류로서의 대중 접근을 쉽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영어를 사용한다고 볼 수도 있음) 그래서 와인 입문자들이 쉽게 읽고 가볍게 구매할 수 있기도 하다. 

 

반면에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의 와인 레이블을 보면 처음에는 어느 나라 말인지도 유추가 안될 정도로 깜깜이 와인으로 도무지 손에 잡히지 않는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요즘은 스마트폰 앱이 있어 카메라 모드로 들이대면 웬만한 와인은 설명과 평가가 뜨기는 하지만, 이 또한 인식이 잘 안될 경우도 가끔씩 있다. 아마도 “와인을 어렵게 느끼게 하는 결정적인 이유” 가 아닐까 추측하게 된다.

 

다음 칼럼에는 “와인-레이블 쉽게 읽는 노하우”로 장벽을 낮춰보고자 한다.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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