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브랜드의 가치를 만들자

TINNEWS | 기사입력 2009/09/29 [02:27]
 백화점에서 브랜드 국적은 분명히 해외인데 토종 브랜드와 무척 흡사한 브랜드를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잘 살펴보면 전부 라이센스 브랜드들이다.

라이센스는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뜻으로, 다시 말하면 내 물건에 허가받은 브랜드 이름을 붙여 판매해도 된다는 면장과 같다. 만약에 라이센스 없이 판매를 하면 상표법 위반이 된다. 같은 상품인데 법적으로 어떤 것은 오리지널 상품이고 그밖의 것들은 ‘짝퉁’이 된다.

오래전 중국 생산업체와 거래를 하면서 생긴 일이다. 식사 중에 중국 사람들이 ‘왜 비싸게 진품을 사는지 모르겠다. 어차피 같은 물건인데!’ 라고 했던 말이 기억난다. 난 브랜드가 뭔지 설명하려다 관뒀다. 이해시키기 힘들 것 같았다. 지금은 중국에서도 고유 브랜드가 없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신규 브랜드가 한해에 1백개까지 생겼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로 백화점 매입부에 품평회 참가를 신청한 신규 브랜드가 봄여름, 가을겨울로 각각 50개 정도였으니 백화점 진출용을 제외하면 그 이상일 수도 있다.

그중에 고작 한두 개 브랜드가 정착을 했으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는 것은 1~2% 정도의 희박한 확률에 대한 도전이다. 그보다는 조금이라도 알려져 있는 브랜드의 라이센스를 받거나, 직접 상품을 수입하는 것이 운영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디자인은 한국에서 하면서도 브랜드 이름만 가져다 붙이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컨셉을 빌려오는 경우도 있지만 원래 컨셉과 많이 다르게 국내 전개용으로 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필자도 라이센스 브랜드 기획을 맡았던 적이 있는데, 디자인을 하면서 ‘무엇이 브랜드의 가치를 만드는가?’에 대하여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름만 빌려오는 라이센스는 둘째치고 직수입 브랜드들도 ‘한국스타일’의 상품들을 상당량 전시해 판매하고 있다.

분명 라이센스가 아니라 오리지널 제품을 직수입하는 브랜드인데도 너무나 한국적인 상품들이 매장에 디스플레이 되어 있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이유는 직수입 브랜드도 일부 상품을 한국에서 디자인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본사에 디자인을 의뢰하거나, 일부상품의 제작을 허가받기도 하지만 본사 몰래 만드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본사의 허가 여부가 아니다. 왜 훌륭한 브랜드를 수입해놓고 한국에서 디자인을 하려고 할까? 우리나라의 디자인 실력이 뛰어나서? 그렇지 않다. 잘 팔리는 상품이 한국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상품을 한국 사람이 잘 아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 의류업계는 정말 옷을 잘 만든다. 어떤 브랜드와 견주어도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가 못하는 것은 ‘브랜드의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그걸 못하니까 다른 나라에 팔 것이 없다. 우리가 선호하는 옷조차도 다른 나라의 상표가 붙어있길 바라는 한국 소비자의 욕구는 무엇일까? 어떤 디자인을 떠나서 우선 하는 것이 브랜드에 대한 욕구는 아닐까?

빈폴이 폴로보다 퀄리티는 훨씬 좋다. 그렇지만 빈폴이 과연 다른 나라에 라이센스를 줄 수 있을까? 잘 만드는 것보다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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