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의 ‘2류’ 브랜드 만들기

TINNEWS | 기사입력 2009/10/20 [15:33]
패션은 문화다. 문화는 물처럼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스포츠 스타는 오지에서도 나올 수 있지만 디자이너는 문화적인 혜택을 누리며 성장한 사람만이 가능한 직업이다.

십 수 년 전 해외 전시를 나가면 현지 프레스들은 한국 디자이너의 옷에서 ‘오리엔탈’을 찾으려 했다. 옷에 집중해서 디자인만을 봐주면 좋겠는데 한국인의 옷 자체만 놓고 평가하기에는 당시 대한민국은 문화적 후진국에 불과했다.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는 그들이 스스로 위치를 내어주지 않는 한 전세는 여전히 불리하다. 

조금만 신선한 디자인을 봐도 과장된 감탄사를 연발하는 선진국의 평가자들의 태도는 언뜻 개방적이고 유화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이상 아무것도 없는 공허한 메아리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다.

이 같은 이유로 한국인 디자이너 개인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싸움을 걸어봐야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최정상의 샤넬이나 루이비통을 타겟으로 잡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그러면 우리가 노려야 할 패션 브랜드의 시장 위치는 어디며, 어떤 조직이 필요할까?

아주 오래 전부터 필자는 ‘2류 브랜드 만들기’를 이야기했다. 우리나라는 명품 버금가는 수준의 생산능력과 좋은 것을 빨리 알아보는 감각 있는 디자이너들이 많다. 그러나 그들이 제2의 샤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시도와 실패가 필요하다. 

하지만 2류 브랜드를 만드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무엇이 2류 브랜드인가? 자라, 망고, 갭, H&M, 이들은 최고의 품질과 최고의 가격이 목표가 아니다. 적당한 감각과 퀄리티, 그리고 적당한 가격이 콘셉트다. 

이것이 바로 ‘2류’인 것이다. 해외의 패션유통은 브랜드가 홀세일하고 리테일러가 구매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한국은 전통적으로 생산자가 직접 판매를 한다. 백화점 중심의 수수료방식으로 발전해온 패션 유통은 도매 매장을 제대로 갖춘 브랜드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신 조금은 기업화된 패션회사가 생산과 판매를 같이 하는 방식으로 발전하게 된다. 줄여서 ‘생산자 직접 판매 방식’ 즉 SPA형이다. 우리는 이미 선진국이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유통을 하고 있었고, 능력도 충분하다. 

이 조직력을 이용하면 해외 SPA형 브랜드가 펼치는 글로벌 영업에 대적할 수 있다. 이제는 글로벌한 감각의 콘셉트를 설정해 해외 SPA 브랜드와 경쟁할만한 새로운 2류 브랜드를 만들면 어떨까. 목표는 미국? 프랑스? 아니다. 중국이다!

일본은 경쟁력 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유니클로는 만들 수 있었다. 우리도 할 수 있다. 한국최고로 세계최고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가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마켓의 소비자를 잡아야 한다.


심상보(피리엔콤마 대표·건국대학교 패션의상학과 겸임교수)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뉴스
까스텔바작, ‘봄 필드’ 스타일 공개
1/5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