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勢)의 시대’ 파트너 통해 해외경쟁력 키워

TIN 뉴스 | 기사입력 2014/03/03 [15:26]

“중소기업이 대기업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들에 등에 올라타는 ‘차세(借勢)’의 태도가 필요하다.”‘사양산업’이라 불리던 섬유산업에서 독창적인 기술력으로 굴지의 성과를 이뤄낸 ㈜벤텍스의 고경찬 대표가 지난해 ‘제3회 글로벌 제상대회’ 제주상공인 포럼에서 중소기업가들에게 던진 생존전략이다. 여기서 말한 차세는 ‘손자병법’의 총 13편(篇) 중 서양인에게 가장 난해하다는 제5편인 세(勢)편에 나오는 말이다.

손자는 “전쟁에서의 승리 가능성을 조직의 세(勢)에서 찾으라”고 했다.송병락 서울대 명예교수가 손자병법에 대해 얘기한 내용을 보면 세 전략이란 세를 타지 못하면 1의 힘은 어디까지나 1에 불과하지만, 세를 잘 타면 2나 3, 심지어 100의 힘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직과 구성원의 역량 자체를 키우는 것을 ‘모세(謀勢)’라 하며, 상대의 힘을 빌리는 것을 ‘차세(借勢)’, 모세와 차세를 통해 키운 힘을 사용하는 것은 ‘용세(用勢)’라 한다.

송병락 교수는 두 번째인 차세에 대해 “파리가 하루에 100km를 갈 수 있을까? 적토마의 엉덩이에 붙으면 더 많이 갈 수도 있다”며 “이처럼 다른 것의 힘을 빌리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순신 장군이 울돌목의 세를 빌려 13척의 배로 일본 수군과 명랑에서 싸워 승리한 것과 싸이가 유튜브와 SNS의 힘을 빌린 것도 차세의 태도”라고 비유하며 “4대 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경우 차세는 생존과 직결된다”며 “미국의 경제학자 피터 드러커도 미래형 성장방법으로 전략적 제휴인 ‘차세’를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과거에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해외 판로 개척에 어려움을 겪은 벤텍스 역시 ‘차세’의 태도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성공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

벤텍스 고경찬 대표는 “아디다스, 노스페이스, 콜롬비아, 뉴발란스 등과 같은 글로벌 기업 제품에 차별화된 기능성 섬유를 제공함으로 브랜드파워를 높이고 이를 통해 손쉽게 해외 판로를 개척하면서 재고나 채권에 대한 리스크는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1월에는 ㈜슈페리어(대표 김대환)의 기능성 소재 ‘SUPE-TEX’ 개발에 참여하는 전략적 협약 체결식을, 지난 13일에는 ㈜우성I&C(대표 김인규)의 셔츠 브랜드 ‘예작(YEZAC)’을 통해 벤텍스가 개발한 업계 최초로 혈류 개선·피로 회복·신체 균형 향상 효과를 가진 ‘파워 클러’ 소재와 보온효과 기능을 가진 ‘메가 히트‘ 소재를 접목한다는 신소재 개발에 관한 전략적 업무협약을 각각 체결했다.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두 회사가 더 좋은 소재의 개발과 활용하는데 서로의 힘을 빌리면 양사가 얻을 수 있는 시너지 효과는 극대화 될 수 있다. 

이처럼 차세의 태도는 경쟁이 아닌 상생을 바탕으로 그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으로 최근 급속히 강화되고 있는 국내외 각종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으로 정부에서 앞장서서 하고 있는 ‘대중소 그린파트너십’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엿볼 수 있다.

대중소 그린파트너십이란 중소기업은 모기업인 대기업으로부터 환경 관련 노하우를 전수받고, 모기업은 협력업체로부터 친환경 부품소재를 공급받는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사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부터 미국 소비자제품안전개선법(CPSIA)에 따라 단추·라벨 같은 섬유부자재에 대한 환경규제가 적용되면서 ‘대중소 그린파트너십’ 지원 대상을 섬유산업까지 확대했다.

지난해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지원하는 ‘친환경 공급자망 관리(Green Supply chain management)’와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한 ‘해외 협력업체의 환경경영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책과제 사업에 선정된 글로벌 의류 벤더업체 세아상역의 경우도 협력업체에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상생경영을 이어나가면서 내부의 환경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협력업체의 환경시스템 구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최근 여러 기업에서는 협력사 관리 역량을 임원의 주요 자질로 평가할 만큼 협력경영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지난 4일 열린 ‘2014 대기업ㆍ공공기관 동반성장 사업설명회’에서 김종국 동반성장위원회 사무총장은 “동반성장은 중소기업의 성장뿐 아니라 대기업 자신의 발전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며 “기업이 홀로 모든 것을 생산하고 관리하는 시대가 아닌 만큼 협력사의 역량을 끌어올려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과 협력사들이 원자재 가격은 상승하는데 단가를 낮추려 하는 대기업들의 자세에 힘들어 하고 원망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힘든 시기는 누구에게나 오게 마련이고 앞으로도 오지 않으라는 법은 없다.

이제는 화려했던 과거의 영화는 과감히 잊고 지금의 어려움을 영원히 되새기면서 기술개발에 임하고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혜안을 길러야 한다.

하루에도 수십개의 기술이 개발되고 빠르게 상용화 되고 있다. 이제는 골프채보다 연필을 잡고 1%의 불가능성보다 100%의 가능성을 가지고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그리고 나서 차세의 전략을 펼쳤을 때 비로소 적토마를 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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