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모방' 딜레마에 빠진 지식재산권

TIN 뉴스 | 기사입력 2014/08/05 [08:33]

현재 기숙사 학교에 재학 중이지만, 학교 울타리 밖 세상에서는 유행이 아주 빠른 속도로 생성되어 전 세계로 전파되고 있다. 하지만 유행이라고만 생각했던 동일한 디자인의 옷이 다른 브랜드에서 판매될 경우 아주 복잡하고 머리 아픈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작년 겨울 외국브랜드 '캐나다구스'가 인기를 끌면서 정품과 로고를 모방한 제품이 엠폴햄, DOHC, 클라이드, 잭앤질 등 캐주얼 브랜드에서 쏟아져 나왔다. 디자인뿐만 아니라 상표법으로 보호받고 있는 로고까지 베껴 캐나다구스 본사는 법적 소송을 고려하기도 했다.

 

100만원 대인 캐나다구스와는 달리 비교적 저렴한 20만원 대에 판매되어 대거 유통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브랜드는 '코리아구스'라고 불리는 등 국제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크게 실추시키는 꼴이 되었다. 코리아구스는 국내에 수입된 프리미엄 패딩 '캐나다구스'를 겨냥해 국내 업체들이 비슷한 디자인으로 만든 패딩 점퍼를 부르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의류업계의 무분별한 ‘디자인 따라하기’가 소비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재작년 겨울, 국내 의류브랜드인 '마인드브릿지'와 '온앤온'의 다운점퍼는 거의 유사한 디자인이었지만 전혀 다른 가격대에 판매되었다. 다른 가격에 비슷한 옷을 구매한 불쾌한 소비자의 반응과는 달리 두 브랜드 모두 디자인 모방을 '관습적인'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국내 의류업계의 디자인 모방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국내 브랜드에서 관습처럼 대수롭지 않은 일이 되어버린 '디자인 따라하기'는 미흡한 법적제도와 '디자인권'에 대한 패션업계의 인식 부족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옷이란 게 인류의 시작과 함께 늘 있어왔던 것이고, 사람의 몸의 구조는 비슷한 데 모든 옷에 저작권이 있어서 매번 옷을 살 때마다 저작권 침해를 신경 써야 한다면 후세에 만들 옷이 없어져 버릴 수도 있다. 패션 산업은 여타 산업들과는 달리 저작권 보호를 약하게 함으로써 더욱 번영하는 산업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요즘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패스트 패션은 저작권이 부재하기에 성립할 수 있었다.

 

저작권의 부재는 다른 권위 있는 디자이너가 런웨이에 올려놓은 예술작품을 비슷하게 만들어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내놓는 것을 합법적으로 가능하게 하였기 때문이다. CFDA(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회장인 다이앤(Diane von Furstenberg)은 패션에서 디자인 특허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공정하다고 생각하여 이를 얻기 위해 입법기관을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녔다. 하지만, 입법자들은 “해적판과 세계적인 트렌드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라며 다이엔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물론 패션산업에 있어 특허권이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상표법을 제외하고 자신의 디자인을 등록해서 실효성이 있는 저작권보호를 받는 것은 어렵다.

 

디자인 모방에 따른 문제에 대처하는 다른 나라의 예를 한번 살펴보자.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패션시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디자인 법이 있지만, 신상품의 기준이 너무 높기 때문에 자신의 디자인이 보호받으려면 그 다자인이 이 세상에 단 한 번도 존재한 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세계에서 2번째로 큰 유렵 패션산업은 정반대의 방법을 택했다. 신상품 기준이 굉장히 낮고 아무나 어떤 물건이든지 접수할 수 있기 때문에 대체로 디자이너들은 굳이 자신의 디자인이 독창적이더라도 접수하지는 않는다.

 

반면 절대 따라해서는 안될 것이 있다. 바로 ‘로고’이다. ‘로고’는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유일하게 일괄적으로 인정하는 패션관련 소유권이다. 그래서 하이브랜드 디자이너들은 상품의 지정자리에 로고를 넣을 뿐만 아니라 로고를 모티프로 상품을 만들어낸다. 이런 디자인은 디자인 등록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디자이너들이 모방할 수 없게 만든다.

 

이처럼 패션 디자인의 경우 법적으로 보호가 가능한 것과 제대로 보호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부정거래방지법을 활용하면 법적 소송까지 갈 수는 있지만, 디자인 도용을 판단하는 기준 자체가 주관적일 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아도 빠르게 트랜드가 바뀌는 상황에서 한 디자인 때문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을 하기는 쉽지 않다. 의류업계에서도 의도하지 않게 유행을 따르다보니 비슷한 옷을 만드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시각에서 봤을 때 색상, 패턴, 디자인, 로고가 같은 것으로 여겨진다면, 디자인에 대한 권리를 인정해주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또, 이는 우리나라 의류업계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디자인을 만드는 계기가 되어 장차 중국이나 일본 등 세계로 뻗어나가는 가장 기본적인 발판이 되어줄 것이다.

 

▲ 하나고등학교 3학년 권다영     ©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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