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희망의 시그널이 보이시나요?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4/21 [20:52]

 

[김성준 편집국장]

“섬유산업이 아직도 100억 달러 이상(2023년 수출액 109억2,200만 달러) 수출을 하고 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 한다. 이는 변신에 변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 어떻게 100억 달러 이상의 수출을 할 수 있었을까? 그건 섬유기업들이 고기능성 소재 개발 등을 통해 계속해서 변화하면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굳건히 우리나라 ‘15대 주력 수출 품목’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더구나 패션은 의식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섬유패션기업이 사라질지언정 섬유패션산업을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강경성 제1차관이 모 단체가 주관한 조찬강연에서 이 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의 핵심 산업은 반도체, 이차전지 배터리 등 우리나라 수출을 견인하는 주력 산업이었기에 섬유산업이 언급된 것 자체가 너무나 반가웠다. 더구나 여타 장·차관들의 형식적이고 관례적인 발언과 달리 확신에 찬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탄소중립, ESG 등 환경 관련 이슈 대세 속에서 국내 이차전지 배터리 산업이 반도체이 이어 국내 수출 효자품목으로 급부상했다. 20년 이상 적자를 보다 흑자로 돌아선 것이 불과 2년 밖에 되지 않았다. 현재 국내 이차전지 제조사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총 3개사다.

 

20년 이상 적자를 보면서 때를 기다리던 3개사가 빛을 보게 된 계기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기차 차량 구입에 대한 세액 공제 등을 내걸며, 전기차 보급 확대에 공을 들였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이차전지 배터리 제조공급업체를 선별했다. 우선적으로 중국 업체를 배제하고 보니 남은 건 국내 3사와 일본 파라소닉 1곳이었다. 그러나 당시 파라소닉은 테슬라 전기차에 이차전지 배터리를 독점 공급하는 중이어서 남은 건 국내 3사 뿐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기준 3개사의 이차전지 배터리 수주 잔량은 1,000조 원을 훌쩍 넘었고 3개사 모두 앞으로 15년 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한 상태다. 한국이 배터리 최강국이 될 수 있었던 건 전기차 시대를 예상하고 오래전부터 이차전지 산업에 꾸준히 투자해온 덕이다. 여기에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공급 안정성은 주요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LG는 1992년 당시 LG화학의 전신인 럭키금속이 이차전지 연구를 시작해 1998년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소형 리튬이온 배터리 양산에 성공했다. 물론 전기차용 배터리 개발은 순탄치 못했고, 2000년대 초반 전기차 수요가 제한적이어서 이후 적자에 허덕였다. 후발주자인 삼성과 SK도 2000년 중반부터 중대형 배터리 개발 사업을 본격화며, 때를 기다렸고, 그 기다림과 투자의 결실을 맛보게 됐다.

 

▲ 효성첨단소재 타이어코드/삼성SDI 전기차용 이차전지 배터리  © TIN뉴스

 

반면 섬유산업은 한국전쟁 이후 오롯이 노동력을 기반으로 성장한 섬유산업은 우리 수출과 경제성장을 끌어올린 주력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1987년 단일품목 최초 100억 달러 달성 이후 2001년까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도 109억2,200만 달러 수출을 기록했음에도 매년 무역적자를 내고 있다. 더구나 주요 대기업의 시작은 섬유사업이었다. 섬유사업으로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섬유 외 다른 사업을 키워내 지금의 대기업 반열에 오른 것이다.

 

순탄한 출발과 수십 년 간 전성기를 구가했던 만큼 지금의 위기를 오롯이 받아들이기가 더욱 어렵고 그 충격도 더 크다. 역사가 증명하듯 영원한 1위나 강자는 없다. 승리의 취해 방심하던 산업이나 기업은 새롭고 큰 변혁의 시기에 적응하지 못해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미래를 준비해온 후발주자들에겐 기회였다. 그 기회를 잘 살리고 내 것으로 만든 이들은 섬유산업 위기 속에서도 건재하다. 그리고 이들이 또 다시 새로운 강자로 올라서면서 우리의 산업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도약할 수 있다. “과연 당신은 지금의 위기를 기회로 살려보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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