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자 우위 ‘OEM기업 순항’

패션업계 재고 인식 변화가 불러온 시그널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2/21 [09:04]

보수적인 재고평가가 산업의 질 향상시킨다

 

 

패션기업들에게 재고가 곧 비용이라는 인식으로 전환 된지 오래다. 과거 산업이 호황기 때는 의류 재고가 곧 자산의 의미를 갖고 있어 언제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계정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수요의 호황이 지나가면 곧 의류 재고가 늘어나고, 각종 재고와 관련한 보관비 등 관리비용이 증가해 기업 입장에서는 재정적인 부담이 증가한다. 재고의 증가는 패션 트랜드의 급속한 변화 때문이다.

 

이에 패션기업들은 생산 제품 판매 적중률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 무분별한 선기획과 과잉 생산을 줄이고, 제품 생산에 대한 리오더나 스팟성 생산으로 외부 변수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위한 ‘반응 생산 구조’가 증가하고 있다. 속도와 가격이 현 구매 결정 요소에 중요한 요인인 만큼 정확한 수요 예측과 시의 적절한 판매로 보수적인 재고 관리가 필수다. 재고는 패션기업에게 약이 되기도 독이 될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2020년 코로나가 본격 확산되던 시기, 미국 의류 재고비율은 2016년 이후 단기 고점을 갱신했다. 하지만 ‘펜트업(Pent-up, 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소비 수요가 조금씩 나타나면서 2020년 하반기 이후 재고비율은 빠르게 하락했고, 이후 보합권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2016~2017년 미국 의류 재고비율이 과다 상승하는 구간에서 국내 의류 OEM기업의 OEM 수주 매출이 역성장세를 보이며, 미국 재고비율과 수주 트렌드가 수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절대 재고액이 크게 늘지 않는 점은 수요가 견조하거나 공급이 과다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더 나아가 OEM 업황의 긍정 시그널로 해석할 수 있다. 

 

재고와 마찬가지로 소매판매도 현재까지는 양호하다. 미국 패션 소매판매 성장률은 2020년 쇼크 이후 연말부터 회복세며, 2021년 기저효과를 누려 높은 판매 성장률을 보였다. 

 

신한금융투자증권 박현진 수석연구원은 “2022년에는 역기저 부담이 생기면서 전년 수준의 소매판매 성장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회복의 연속 구간 안에 있다고 판단한다. 즉 OEM기업에 대한 긍정적 관점을 제시해도 무난하다”고 진단했다.

 

 

살아남은 자끼리의 경쟁

벤더 집중력 상승과 인플레이션 잇점

 

해외 시장 의존도가 높은 의류 OEM/ODM 사업은 2020년 팬데믹 기간 구조적 한계를 체험했다. 해외 수출에 의존하는 의류 OEM 기업들은 수출국의 시장 변동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과 유럽의 많은 패션매장이 문을 닫으면서 한국 OEM기업들은 타격을 입었다.

 

완제품 선적을 보류하거나 예정되어 있던 수주 건을 미루거나 심지어 취소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러한 피해는 온전히 OEM기업들이 떠안으며, 구조조정의 계기가 됐다. 특히 현금유동성이 빡빡한 OEM기업들은 원부자재 비용 납부가 불가능해지면서 사업의 존폐 위기를 논하는 상황에 이른다.

 

미국 콜스, 월마트 등 대형 유통 채널과 거래를 하던 니트 OEM 기업 대부분이 2020년 OEM 수주매출이 전년동기대비 30% 이상 줄었다. 다만 방호복이나 마스크 생산이 늘면서 본업에서의 매출 부진을 만회 또는 대체하는 기업들도 일부 있었다. 다수의 한국과 아시아 OEM기업 가운데 영세한 생산 공장부터 인력 조정이 시작됐고, 임금 삭감 등으로 비용 통제를 유지했다.

 

이와 동시에 베트남 봉쇄조치가 3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중순 해제되면서 생산이 재개됐다. 그러나 온전한 생산 공장의 정상 가동은 11월 하순이 돼서야 가능했고, 인력수급도 정상화되는 추세다. 때문에 잠시나마 공급자 우위의 시장 구조를 가져올 수 있게 되면서 자본력과 생산력을 갖춘 OEM기업들은 단기 실적 성장 기대치를 높여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완제품 의복 가격 상승세,

가격 전가 가능한 시기로 아직은 긍정효과 커

 

한편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패션의 주요 원재료인 면화 가격 상승은 OEM기업에게 원가 부담 요인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수요 상승 국면에서의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매우 나쁜 케이스는 아니다.

 

특히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을 공급가격에 전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의류 가격은 2015~2019년까지 연평균 1.1% 하락했던 것에 비해 2021년 8월에는 전년동월대비 16% 상승했다. 미국의 2021년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7.0% 상승해 1982년 2월(7.1%)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증권 박현진 수석연구원은 “지나친 인플레이션은 소비 수요에 부정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의복 가격 상승에 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패션기업에게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며, “OEM기업은 워크레저 패션 트렌드 확산으로 시장 규모 확대, 늘어나는 수요 대비 공급 부족 현상 유지, 그리고 글로벌 패션 제품 가격 상승률이 높아져 ASP(평균 판매단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자료출처: 신한금융투자증권]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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