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섬산련 역할 변화론 대두

TIN 뉴스 | 기사입력 2016/10/05 [09:24]

소통에 반대는 불통이다. 사전적 의미는 “회선이나 연락선이 끊겨서 통하지 않음” 또는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견해 따위를 이해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다”이다.

 

선태유 작가는 <소통, 경청과 배려가 답이다>에서 “소통을 잘 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상대에게 먼저 말하라고 권하고, 공감해주고, 장단을 맞춰주는 것부터 시작하라. 상대의 말을 메모까지 해가며 듣는다면 상대도 더욱 진지하게 대화에 임할 것이다.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저자는 소통의 방법으로 마음의 문을 열고 상대를 배려하라,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언론은 물론 업계와의 소통이 미흡하다는 것을 지적 받아왔다. 이는 섬산련이 섬유패션업계를 대변하는 단체로서의 ‘섬유패션산업 위상 정립’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소홀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창한 표현 같지만 ‘섬유패션산업의 위상정립’ 안에는 섬산련이 대표기관으로서 대내외에 섬유패션산업의 상황을 알리며 섬유패션기업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정부의 정책 수립에 반영하는 등의 역할이 함축되어 있다. 

 

최근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는 섬유센터 신축 문제와 관련해서도 “아직 공개하기는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섬산련 측의 입장이었다. 결국 비공개 고수는 섬산련 스스로 확인되지 않은 오해와 소문을 불러일으키는 단초를 주고 있는 셈이다.

 

성기학 회장의 취임날인 2014년 8월 27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취임식 전 가진 언론사와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목표와 포부를 밝혔다. 

성 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할 만큼 섬유산업의 경쟁력과 자생력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자신의 경영철학과 노하우를 섬유산업에 접목시켜 섬유산업의 부흥과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내놓았다. 아울러 기업들의 정부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질타하며 기업 스스로 경쟁력을 키워 나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또 섬유산업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섬산련 산하 섬유 관련 단체장들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며 중복 사업을 피해 효율적인 사업을 전개해 나감으로써 업계 모두가 고르게 발전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기업인 및 단체장들과 섬유산업 발전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 회장은 그 첫 행보로 취임 이후 대구, 경주, 익산, 경기북부 등의 섬유패션산업 현장을 찾아다니는 등 이른바 ‘눈높이 행보’를 실천했다. 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면서도 때론 거침없이 쓴 소리도 쏟아냈다. 또 산하 단체가 주관한 행사의 초청 강연자로 나서 자신의 경영 노하우와 철학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업계와는 다소 이질적인 부분도 발생했다. 성 회장이 취임 이후 추진해온 에티오피아 내 한국섬유산업단지 조성 계획이 대표적이다. 국내 임가공업체들은 주요 의류벤더들이 너나할 것 없이 해외로 모두 빠져나가 내수 물량이 줄어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데 섬산련이 나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독려하는데 대한 반감이다. 물론 전체 섬유산업 측면에서는 임금 상승, 신흥국과의 가격 경쟁 등 요인을 감안해 수출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의 취지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다만 경영논리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국내 잔류한 섬유기업들에 대한 배려나 고려 등의 노력은 미미해 보인다.

 

이와 연관 지어 업, 미들, 다운스트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한 상생 목적의 섬유스트림간협력회의는 소위 ‘그들의 잔치’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참석자 대부분이 벤더들이다. 

섬유스트림간협력회의 참석자인 모 대의원은 “갑들만 모여 앉아 무슨 상생을 논하겠느냐? 참석자의 범위를 확대해 미들, 다운스트림 기업들의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섬산련 측도 할 말은 있다. 소위 갑과 을이 한 자리에 얼굴을 맞대고 앉아 당당하게 발언 할 수 있는 기업인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속적인 설득과 독려로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는 회의가 될 수 있도록 섬산련 측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편 성기학 회장은 취임 이후 방만한 경영과 관료화된 조직 체계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내부 변화를 시도했다. 성 회장이 내놓은 개선책으로 내놓은 것이 기업 원리였다. 철저하게 기업 원리에 따라 모든 예산 편성과 집행을 이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불필요한 예산 집행을 자제하는 등 긴축 재정을 단행했다. 각 종 사업과 업무 추진 등의 비용이 대폭 삼각 됐다. 취임 첫 해에 치러진 섬유패션인등반대회의 비용은 3분 2로 대폭 삼각 됐다. 업체들로부터 현물 형식으로 후원 내지 협찬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자체 비용을 줄였다.

 

아울러 지난해 사업비 내역 중 일반관리비는 2014년 대비 약 7.4% 줄었다. 이 가운데 업무추진비, 회의비, 교육훈련비, 수도광열비 등이 줄어들었다. 업무추진이나 회의 후 지출되는 식사비 등을 줄이고, 근무 시 에어컨 사용 시간, 전기 사용 시간 단축 등의 노력을 보인 결과다.

 

섬산련은 지난해 섬유센터 임대 및 각 종 수익사업을 통해 2014년 대비 약 20.2% 증가한 24억여원의 흑자를 냈다. 이 가운데 섬유센터 운영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158억4745만원, 2014년 비해 약 1억2천여만원이 줄었지만 전체 수익의 약 72%를 차지하는 규모다. 

 

또 섬산련의 수익사업인 ‘프리뷰 인 차이나’, ‘프리뷰 인 서울’ 등 4개 전시회 개최를 통해 지난해에 전시사업 예산의 8배의 수익(23억986만원)을 벌어들였다. 

반면 용역 및 자체 사업 등의 비수익사업의 수익은 예산의 약 1.8% 수준에 그쳤다. 비수익 사업 자체가 돈을 벌기 위한 목적보다는 섬유산업 관련 동향 조사 분석 및 통계구축, 정보 제공, 섬유의날 개최, 산학연관 정책교류 및 협력, 섬유패션인 위상 강화 등에 사용되기 때문에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과정에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사업이 중단되거나 예산이 삭감됐으며 이에 대해 내부에서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2014년 예산보고서와 2015년 감사보고서 내역을 비교해보면 수익사업을 제외한 비수익사업 대부분의 예산이 삭감됐다. 중장기사업 발굴 및 경쟁력 제고사업의 경우 2014년 예산이 1억2000만원인데 반해 2015년에는 3683만원이 지출됐다. 대정부국회와의 협력강화사업도 2014년 예산 1500만원에서 2015년 70만원이 지출됐다. 패션마케팅활성화 지원 사업은 2014년 1억3000만원이던 사업비가 2015년 3389만원만 지출됐다. 이외에도 산학연관정책교류 및 협력사업 2014년 예산 7250만원→2015년 지출 1873만원, 수요맞춤형마케팅프로램 운영 2014년 예산 2억원→지출 2015년 797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인 한미․한EU 섬유협력사업의 경우 2014년 한EU 섬유협력사업으로만 4000만원 예산이 배정됐다. 그러나 2015년에는 한미 섬유협력사업이 추가됐음에도 지출은 1974만원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나름의 성과도 있다. 올해 처음 개최한 섬유패션기업간 수요맞춤형 신소재 컬렉션을 비롯해 타 업종과 한류대표브랜드협의회를 구성해 중국시장 진출 지원에도 나섰다. 또 케냐 등 아프리카 주요국의 섬유산업 협력 증진을 도모한 점도 큰 성과다.

 

올해는 섬유가 단일품목으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지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과거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수출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섬유패션산업은 그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그리고 그 뒤에는 섬유패션인들의 염원으로 설립된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의 역할도 있었다. 섬산련 설립 당시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섬유산업은 더욱 성장했고 방대해졌다. 그 만큼 업계가 섬산련에게 바라는 요구와 기대는 클 수 밖에 없다. 섬유패션인들은 수많은 산하 단체를 거느리며 업계 위에 군림하는 섬산련의 모습을 원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대단한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언제나 쉽게 다가가 속 이야기를 털어놓고 위로 받을 수 있는 역할을 기대하는 것이다. 바라건데 지금보다 조금 만 더 한 발짝 다가서서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는 섬산련의 변화된 모습을 기대해본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
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포토뉴스
까스텔바작, ‘봄 필드’ 스타일 공개
1/5
광고
주간베스트 TOP10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