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 당신이 여차저차 하여 병원에 가지 않은 채 인터넷을 폭풍 검색하여 통증의 원인을 찾는다면 그 웹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제품에 병원비보다 비싼 돈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 TIN뉴스

 

지인들과 맛있게 맥주를 마시던 중 옆자리 철수 형님이 뜬금없이 제게 질문합니다. “닥터 배, 내가 그제 배가 좀 아팠어. 왜 그런 거야?”,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나 옆자리에 앉은 영희도 근황 토크가 끝나자마자 갑자기 정색을 하고 질문합니다. “오빠, 그런데 제가 요즘 생리통이 심해요. 왜 그런 거여요?”

 

철수 형님께 “제가 점쟁이도 아니고 그걸 어찌 아나요?”라고 말하고 싶지만 정말 그렇게 대답하면 대부분의 철수 형님들은 당황해 하실 겁니다. 그렇다고 맥주를 마시던 중 “배 좀 까보세요”라며 철수 형님의 셔츠를 올리려 다가간다면 셔츠에 손이 닿기도 전에 먹던 노가리에 손등 한 대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들은 다음과 같은 모범 정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형님, 배가 아픈 원인은 여러 가지입니다. 외과 의사에게 배 아픈 환자가 오면, 수술해야 할 지 아닐지를 판단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제가 손으로 진찰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으므로 언제 한 번 제 외래 방문하시면 자세히 검사해 드리겠습니다.” “OK~~!! Thanks. 다음 주에 한 번 예약하고 갈께.”

 

철수 형은 제 외래에 방문하셨을까요? 당연히 오지 않았습니다. 맥주를 그리 맛있게 마시는 철수 형님이 배가 아팠으면 얼마나 아팠겠습니까. 저는 오겠다고 말만 하고 나타나지 않는 철수 형을 전혀 섭섭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편,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생리통이 심하다는 영희에게는 대단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일단 농담 한 마디 건넵니다. “너 아직도 생리 하니? 이제 그만 할 때도 된 것 같은데?”

 

째려보는 영희에게 다시 질문합니다. “영희야, 생리통이 심할 때 진통제를 먹어도 계속 아프니?” 영희는 예상된 대답을 합니다. “아니요. 진통제는 안 먹어 봤어요.” “왜? 편하게 진통제를 드셔봐.” “진통제 먹으면 몸에 안 좋잖아요. 그래서 먹기 싫어요.”라고 진통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저는 웃으며 답변합니다.

 

“생리통은 생리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정상적인 통증이야. 진통제로 조절하면 충분해. 진통제를 일단 편하게 먹어 봐. 한 알 드셔 보시고 안 되면 한 알 더 드셔봐. 약을 충분히 먹었는데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검사 받으러 산부인과 한 번 가봐.” 영희 역시 병원에 가지 않을 겁니다. 만약 심각할 정도로 아팠다면 제게 묻기 전 벌써 어딘가에서 진찰을 받았겠지요.

 

철수 형, 영희와 같이 애매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들은 일상생활에서 불편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 않습니다. 어쩌면 병을 진단 받는 게 두려워 의사 만나기 싫어서일 수도 있고 병원에 가면 검사 비용으로 몇 십 만원 깨질(?) 것 같아 불편한데도 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드리는 충고는 다음과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딱 한 번만 병원 가서 진찰을 받아 볼 것!!”

 

통증은 몸의 이상 신호입니다.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리가 아프면 척추디스크 때문인지 단순 근육통인지를 척추전문의가 판단해 드리고, 배가 아프면 소화기내과 혹은 외과전문의가 수술해야 할 지 말아야 할지를 판단해 드립니다.

 

진찰 & 검사 후 수술/시술할 상황이 아니라면 당신의 통증에 대해 의사들은 운동, 스트레칭, 혹은 휴식, 식이요법 같은 보존적 치료를 권유할 것입니다. 설사 수술이나 시술 등의 적극적 치료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해도 절망하지 말고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진단 시기가 늦을수록 비용과 노력이 더 들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여차저차 하여 병원에 가지 않은 채 인터넷을 폭풍 검색하여 통증의 원인을 찾는다면 “당신이 아픈 원인은 몸에 독소가 많아서입니다.”, “하마터면 헛돈 쓰고 수술할 뻔 했습니다.”라고 주장하는 이상한 웹사이트를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그 웹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제품에 병원비보다 더 비싼 돈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내일도 술자리에선 상호 형님이 철수 형님과 똑같은 질문을 툭 던질 것이 예상됩니다. “어제 자고 일어났더니 왼쪽 어깨가 아파. 왜 그래?” 제 속마음의 대답은 항상 동일합니다. “제가 어떻게 알아요? 병원 딱 한 번만 가보세요.”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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