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동차처럼 연식이 되면 여기저기 고쳐야 할 것들이 생긴다.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칠 거 잘 고치고 조절할 거 잘 조절하면서 정신적, 사회적, 영적 웰빙 상태를 유지하면 충분하다. © TIN뉴스

 

 

WHO에서 정의한 건강에 대해 언젠가 기고한 적이 있다. 다시 한 번 원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 http://www.tinnews.co.kr/12014

 

Health is a dynamic state of physical, mental, social, & spiritual well-being and not merely the absence of disease or infirmity. 즉, 단순히 지병(disease)이 없거나 허약(infirmity)하지 않은 상태만으로 건강한 사람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필자는 이 문장이 가장 완벽한 건강에 대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진료실에서 건강에 대한 설명이 필요한 환자에게 이 문장을 보여주며 노란 종이에 빨간 글씨로 적어 부적처럼 가지고 다니라고 말하기도 한다.

 

듣는 환자가 웃으며 경계심을 풀게 되면 건강에 대해 한마디 더 설명하곤 한다. “지병이 없다는 것만으로 건강한 것은 아닌 것처럼 지병이 하나 둘 생긴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게 되었다고 실망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같은 지병이 하나 둘 생긴다. 누구나 고혈압이나 당뇨 진단을 받는 순간 본인의 젊음과 건강이 여기서 끝났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약을 꾸준히 먹고 생활 습관을 조절하면 지병과 더불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며 5년 전과 달라진 내 건강 상태를 되새겨보게 된다. 5년 전과 지금은 몸 상태가 많이 달라졌다.

 

5년 전엔 지병이 없었다. 비타민, 단백질 보충제 이외에 먹던 약이 없었는데 지금은 고혈압 진단을 받아 고혈압 약을 열심히 먹고 있고, 혈당이 경계치라는 결과를 알게 되어 당뇨 예방을 위해 당뇨 약을 복용하게 되었다.

 

머리도 점점 벗겨지는 것 같아 탈모방지제, 소위 말하는 대머리약도 복용 중이다. 덕분에 여행이나 지방 강연 갈 때마다 속옷보다 약을 먼저 챙기게 되었다. 속옷은 살 수 있지만 약은 처방전이 없으면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근육도 예전보다 줄어들었다. 힘도 덩달아 약해졌다. 예전엔 팔굽혀펴기를 60개씩 했으나 지금은 40개를 겨우 할 수 있고, 턱걸이를 5개 정도 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2개를 겨우 하는 수준이다. 노안이 와서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는 번거로움도 얻었다.

 

지병도 생기고 체력도 떨어졌으니 “5년 전보다 우울하시죠?”라는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전혀 우울하지 않다. 지병이 있다고 해서, 체력이 떨어졌다고 해서 건강하지 않은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병을 조절하면 오히려 더 건강해질 수 있다. 혈압이 높고 혈당이 조금 높다는 핑계로 술자리도 1차에서 끝내고 탄수화물도 좀 줄여서 체중 조절도 하며 약을 열심히 복용하면 지병이 없었을 때보다 더 건강해질 수도 있다.

 

근력이 떨어져 팔굽혀펴기 횟수가 줄었다고 하여 덜 건강해졌다고 이야기하기도 애매하다. 건강은 근력과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WHO 건강의 정의 앞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는 정신적(mental), 사회적(social), 영적(spiritual) 웰빙(well-being) 상태는 20대 때보다 지금이 절정기다. 그렇다면 필자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건강한 상태일 수도 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듣고 보니 나도 그런데?”라며 공감할 것이다.

 

사람은 자동차처럼 연식이 되면 여기저기 고쳐야 할 것들이 생긴다.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고칠 거 잘 고치고 조절할 거 잘 조절하면서 정신적, 사회적, 영적 웰빙 상태를 유지하면 충분하다.

 

비록 20대 시절보다 이것저것 불편해졌고 힘도 딸리겠지만 예전보다 지금이 훨씬 건강한 상태일 수도 있다.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긍정적 에너지가 나와 건강해진다는 현대 의학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지만 기분 좋은 인문학적 결론으로 훈훈하게 마무리지어본다. 다들 계속 건강하실 거죠?

 

주식 강연 하는 사람이 꼭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골프 칼럼을 쓰는 사람 중 필드에서 90대 치는 경우도 의외로 있다. 하지만 건강 칼럼을 쓰는 사람은 건강해야 한다. 내가 건강 칼럼을 연재하는 이유다. 덕분에 오늘도 조금 더 건강해졌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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