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을 면한다는 의미의 면역이란, 역병의 원인균이 사람에게 들어왔을 때 차단하거나 공격하는 내 몸의 방어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 몸의 피부 각질, 콧물, 위장의 소화액 등은 훌륭한 면역 시스템이다.  © TIN뉴스

 

 

면할 면(免), 전염병 역(疫), 즉 면역(免疫)이란 역병 혹은 전염병을 면한다는 뜻이다. 100년 전까지만 해도 역병이 마을에 창궐하면 마을 전체가 초토화되었다. 오죽하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2가지를 호환과 마마(역병)라고 알고 있을까.

 

전염병이라는 어감이 좋지 않아 지금은 감염병이라고 부르는 이 질환군의 가해자인 박테리아, 바이러스 같은 미생물은 사람의 몸에 들어와 마구 증식한다. 우리 몸은 미생물과 싸우며 고열, 기침, 통증 등의 염증 반응을 동반하게 된다.

 

예전에 미생물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엔 왜 옆 사람에게 전염되는지도 몰랐었다. 병의 원인을 몰랐기 때문에 치료 방법도 당연히 없었다. 그냥 버티다 우리 몸이 이기면 낫는 것이고 지면 목숨을 잃곤 했다.

 

바로 위에서 그냥 버틴다고 언급했지만, 사실은 우리 몸은 무방비 상태로 버티진 않는다. 외부 미생물의 공격에 방어하는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버틴다.

 

역병을 면한다는 의미의 면역이란, 역병의 원인균(박테리아, 혹은 바이러스)이 사람에게 들어왔을 때 차단하거나 공격하는 내 몸의 방어 시스템을 말한다. 우리 몸의 피부 각질, 콧물, 위장의 소화액 등은 훌륭한 면역 시스템이다.

 

인간은 항상 미생물과 더불어 살아간다. 공존하는 것이다. 감염된 누군가가 기침을 할 때 튀어나온 미생물이 코로 들어갈 수도 있고 감염된 사람의 손에 묻은 미생물이 버스 손잡이, 지폐에 묻은 채 내 손을 통해 입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코로 들어온 미생물은 끈적끈적한 코의 점액에서 일차적으로 걸러진다. 입으로 들어온 미생물도 위장에서 분비한 위산에 의해 죽게 된다. 피부 각질은 매일 떨어져 나가며 묻어 있는 미생물을 딸려 내보낸다.

 

우리 몸은 항상 미생물의 공격을 받지만 우리가 모르는 사이 효과적으로 방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몸에 들어온 미생물이 너무 많아 일부가 콧물, 위산 등의 1차 방어막을 무사통과하게 되면 이놈들은 신체의 특정 부위에 정착하여 마구 증식한다.

 

이 때 우리 몸의 다른 면역 시스템이 작동한다. 미생물이 증식하는 만큼 시스템 역시 면역 세포를 활성화시켜 미생물이 사람에게 해를 가하지 않게 공격한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미생물에게 이기면 몸은 결국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잘 알고 있는 백혈구도 일종의 면역 세포다.

 

“와, 그렇다면 면역은 몸에 좋은 것이고 면역 세포는 많을수록 좋겠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면역이란 건강한 사람이라면 항상 적절하게 유지되는 시스템일 뿐이다. 면역은 무조건 몸에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헛갈리는 것이다.

 

몸에 꼭 필요한 시스템이라는 표현이 적절하겠다. 끈적끈적한 콧물이 코에 가득 차 있고, 속이 쓰릴 정도로 위산이 철철 넘친다면 미생물 방어엔 유리할 수 있겠으나, 사는데 매우 불편할 것이다.

 

몸속의 면역 세포도 마찬가지다. 불필요하게 작동하면 류머티즘 관절염이나 아토피 같은 자가 면역 질환에 걸리기도 한다.

 

내가 건강하다면 내 몸의 면역력을 믿어도 된다. “오늘 독감 바이러스가 10억 마리 들어왔을 것 같으니 면역 세포 20억 개 만들어야지”라고 다짐한다고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다. 면역은 몸에서 알아서 조절되는 시스템이므로 굳이 면역력을 키우겠다면 건강하려고 노력하는 게 정답이다.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의 위생적인 생활 습관을 갖는 것은 면역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술을 적당히 마시고 금연하는 것,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하는 것 등 상식적인 건강한 습관이 당신의 면역력을 키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면역이라는 단어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면, 면역력을 키우는 음식, 면역 치료에 관해 수많은 내용이 검색된다. 면역력을 키운다는 게 면역 세포가 평소보다 빨리 작동한다는 뜻인지, 면역 세포를 몸에 미리 만들어 쌓아 놓는다는 뜻인지 애매하다. 면역력을 키워야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오해 마케팅, 면역력을 키우지 않으면 큰일 난다는 공포 마케팅이다.

 

순서가 바뀌었다. 면역력을 키워야 건강한 게 아니라, 건강하려고 노력하면 내 몸의 면역력은 이미 충분하다. 누군가 어떤 음식이 면역력에 좋다며 단톡방에 장문의 글을 올린다면 그냥 웃고 넘어가면 된다.

 

다음날 비슷한 내용을 또 퍼다 올린다면 나가기 버튼을 꾸욱~ 누르는 게 면역력 키우기에 도움이 될 것 같긴 하다. 다음 칼럼은 “건강의 정의”에 대해서 정리할 예정이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 TIN뉴스

 

 

 

 

 

배상준

외과전문의 / 여행작가 / 맥주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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