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사~봉제까지 길고 복잡한 공정 즉 스트림 구조 특성상 각기 이익을 대변하고 목소리를 내기 위해 각자의 대변단체가 필요했다. 또한 과거 섬유패션 호황기 시절 각종 공동구매 사업과 정부 지원 사업 또는 단체별 특화사업을 통해 나름의 수익을 거두며, 사옥을 구매하거나 부동산으로 자산을 늘리는 등 나름의 방식으로 호시절을 누려왔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외 섬유패션산업 경기 침체와 해외 생산기지 이전에 따른 국내 제조기반 약화로 고전하고 있다. 필요에 의해서 생겨났던 협·단체·조합들이 이제는 통폐합에 기반한 구조조정을 통해 슬림화하고 선택과 집중에 전력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정부의 섬유 관련 R&D 예산 배정이나 패션 관련한 지원 사업 규모도 대폭 축소된 데다 단체 간 지원사업의 교차 또는 중첩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선 주관·총괄기관만 다를 뿐 같은 지원 사업을 굳이 개별로 진행할 필요가 있을까 차라리 한 개 협·단체에서 전담해 분산된 예산액을 한 곳으로 모아 참가기업들에게 돌아갈 지원 규모를 좀 더 확대하고 그에 따른 혜택도 누릴 수 있도록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들이 그간 있어 왔다.
예를 들면 국내 대표 섬유 전시회인 ‘프리뷰 인 서울’과 ‘프리뷰 인 대구’는 그간 통폐합 운영에 대한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각자 운영 주체와 지역 기업들의 명분과 상징성을 이유로 통폐합으로 가기에는 이해관계 등 변수가 많다.
비단 이 뿐일까? 운영이 어려워 조합 간판만 걸고 유명무실한 곳들도 많다. 일부 장이 공석이거나 후임자가 없어 수십 년 째 장을 맡아오는 것도 있다. 산업이 위축되면서 회원사 수가 줄면서 직원 월급 주기도 버거울 만큼 협·단체 활동도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유사한 협·단체 간 통폐합이 필요한 적기다. 그렇다면 현재 섬유패션 관련 조합, 협회, 단체 수는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협동조합 70개, 유관 단체 12개, 총 82개다. 이외 단체까지 포함하면 90여 개 이상 될 것으로 추산된다.
협동조합의 경우 본지가 중소기업중앙회 협동조합포털을 분석해본 결과, 5월 12일 기준 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되어 활동 중인 섬유·패션 관련 협동조합은 연합회를 포함해 총 70개에 달한다.
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된 연합회는 ▲한국패션칼라산업협동조합연합회(회장 한상웅) ▲대한직물공업협동조합연합회(공석) ▲대한니트협동조합연합회(회장 최현규) 3개다.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중소기업협동조합법에 의거, 중소기업이 서로 힘을 합해 협동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자조조직이자 비영리법인으로 정의하고 있다. 등록된 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특별회원 포함)은 총 888개. 이 중 섬유패션 관련 조합이 약 7.9%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협동조합이 아닌 사단법인 등 유관 단체로는 현재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가입된 단체회원 기준으로 ▲대한방직협회(회장 서태원) ▲한국화학섬유협회(회장 김석현) ▲한국패션소재협회(회장 이영규) ▲한국모방협회(회장 변상기) ▲경기섬유산업연합회(회장 최재락)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회장 한상웅) ▲부산섬유패션산업연합회(회장 이성근)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회장 이상봉)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회장 임석원) ▲한국맞춤양복협회(회장 김환수) ▲(사)한국텍스타일디자인협회(회장 임선향) ▲한국섬유기계협회(회장 손종규) 등 총 12개다. 이를 합하면 총 84개다.
물론 연합회의 경우 전국 단위 협동조합이 3개 이상 구성되어야 연합회 설립이 가능하기 때문에 요건 충족을 위해 운영되는 경우도 있긴 하다. 이와 달리 한국패션칼라산업연합회의 경우 전국 단위 총 10개 패션칼라조합과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비조합) 등 총 11개 산하 조합을 두고 있다. 동 연합회는 국내 염색전용단지 내 입주한 섬유염색가공업체들에게 스팀 공급 및 공정 상 배출되는 폐수를 처리하는 업무 특성상 단일 연합회로는 산하 조합 수가 많다. 입주기업이자 조합사는 이러한 유틸리티를 이용해 안정적인 공급과 폐수처리를 동시에 조합은 이를 통해 수익을 내 운영한다. 아울러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해당 지자체나 연합회를 통해 정부에 전달하는 대관업무도 병행한다.
유관단체 관계자들도 동종 스트림·업종별로 통폐합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특히 협동조합의 경우 각 업종별·스트림별을 대표하는 연합회가 존재한다. 우후죽순처럼 많은 조합들이 제각기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산하 조합의 수를 대폭 줄이고 연합회를 구심점으로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관련해 대표단체인 섬유산업연합회나 패션협회 등과 연계해 회원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면 된다”고 말했다.
사례1) 일본 섬유 협·단체 현황
이웃국가인 일본의 섬유 유관 협회·단체는 상황은 어떨까? 우리의 한국섬유산업연합회인 일본섬유산업연맹을 주축으로 ▲일본방적협회 ▲일본면업진흥회 ▲일본화학섬유협회 ▲일본양모산업협회 ▲일본의류·패션산업협회 ▲일본섬유수출조합 ▲일본섬유수입조합 등 총 19개 단체가 활동 중이다.
연합회는 ▲일본면수프직물공업연합회 ▲일본모직물 등 공업조합연합회 ▲일본니트공업조합연합회 ▲일본직물중앙도매상업조합연합회 ▲일본연사공업조합연합회 ▲전일본 여성아동복공업조합연합회 ▲일본피복공업조합연합회 등 7개로 연합회를 구심점으로 업종별 산하 단체를 총괄하는 구조다.
기타 유관단체로는 ▲일본패션협회 ▲간사이패션연합 ▲간사이섬유기기공업회 ▲일본섬유기술센터(JTCC) ▲섬유제품품질관리사(TES) 등 7개다. 이를 합하면 총 33개 정도가 운영 중이다. 여기에 검사기관, 기술·환경단체를 합해도 40개 정도다. 90여개 달하는 우리 유관단체 상황도 비교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사례) 건설 관련 협·단체 통폐합론
이러한 협·단체 난립이 우리 섬유산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실례로 건설 관련 협·단체 수가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급기야 100여개 육박하던 2010년 통폐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국토해양부 업무보고에서 이 같은 난립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자 잠잠했던 통폐합의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불황 속에서도 건설 관련 협·단체에 준조세 성격의 회비를 내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이 기회에 통폐합을 해보자는 분위기가 되살았다. 그러나 협·단체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다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자리라는 점에서 현실화될지 미지수라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정부에 등록된 협·단체는 사단법인과 학회까지 포함해 100여 개 이상. 협·단체 난립으로 이익단체 간 충돌이 발생하거나 정부 입법에 반발, 정책 혼선을 초래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협·단체 간 업무 중복도 문제였다. 한국주택협회와 한국주택건설협회, 한국CM협회 등 7개 단체가 비슷한 업무를 수행했고, 여기에 대한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등 4개 단체도 회원사 규모만 차이가 있을 뿐 업무 영역에 큰 차이가 없었다. 또 협·단체가 난립하다보니 단체장 감투를 놓고 과열 양상을 보이거나 일부 단체장은 비리에 연루돼 사법 처리되는 부작용도 낳았다.
이외에도 건설업체가 부담하는 협·단체 회비도 만만치 않았다. 당시 대형건설사인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이 1년에 내는 회비만 10억 원 안팎으로 알려졌었다.
이 같은 부작용에 협·단체 통폐합에 힘이 더욱 실렸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협·단체 간 이해관계로 인해 협회가 직접 나서 자율적으로 조정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당시 협·단체 관계자들의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후 2014년 대한건설협회와 주택건설협회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유관기관들에 비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다며, 주택협회 통폐합론이 대두됐다.
당시 주택협회 직원은 23명으로 회원사는 68개에 그쳤다. 반면 대한건설협회는 직원 200여명에 회원사 6,909개와 견주어도 외형 면에서 조라했다. 이 때문에 다른 협회와 중복적인 업무를 맡고 있는 주택협회는 질적·양적 경쟁력마저 확보하지 못한 상황임에도 생존을 위해 회원사 연회비를 올리며 건설업계에 어려움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 것이다.
주로 중소주택건설기업들이 회원사가 가입되어 있는 주택건설협회는 사옥을 갖고 있어 임대수익으로 운영한 반면 마땅한 수익사업이 없던 주택협회로선 회원사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주택협회는 1978년 주택건설촉진법에 근거해 협회를 설립하고 당시 정부는 건설기업들에게 주택건설을 유도하기 위해 ‘지정업자제도’를 만들어 재정적 지원을 했다. 결국 주택협회는 지정업자들의 모임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후 1999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지정업자제도가 폐지됨에 따라 사실상 주택협회도 존립 명분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주택건설협회로 통폐합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건설업계가 염원했던 협·단체 통폐합은 실현되지 않았다. 언급한 건설업계 협·단체 상황과 우리 업계도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당장 협·단체 간 통폐합이 쉽지 않다. 각자의 협·단체의 입장만 내세우기보다 섬유산업 발전을 위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지속적인 협의와 조율 과정을 거쳐야만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통폐합을 이루어낼 수 있다. 이제는 자율적 구조조정을 통해 슬림화된 조직 체계로 탈바꿈하고 단일대오로 현 섬유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지혜와 대안 마련에 집중해야 할 때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