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진행 중인 2025년도 배출권 정산에서 두 곳 모두 무상배출권 15% 취소(회수)기준에 포함됨에 따라 기존 무상할당량의 50%가 취소되고 이에 회수된 50%에 대한 추가 온실가스 유상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앞서 정부는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해 온실가스를 일정량 이상 배출하는 사업장에 정부가 유상 또는 무상으로 연간 배출권을 할당한 뒤 가진 배출권 내에서만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도록 제도를 운영해 왔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보다 무상할당배출권이 부족하면 시장에서 유상배출권을 구매해야 하고 반대의 경우 배출권을 팔아 이득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시장 메커니즘을 활용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방안이 될 것이라는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데 다 기업에게 면죄부만 주고 부당이익까지 챙기는 방안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던 중 2022년 당시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스코 공장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135일 간 가동이 중단되자 할당받은 무료 배출권 중 남은 배출권을 팔아 311억 원의 수익을 취했다. 이에 정부는 ‘탄소배출거래시장을 유린하는 부당 이익 취득’이라고 판단, 이러한 부당이익을 근절하겠다며, 배출권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이후 2025년 2월 7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이하 배출권거래법) 개정 시행령’에 따라 무상할당배출권 취소 조치를 시행해오고 있다. 기존 배출량이 할당량 대비 50% 감소에서 ‘15% 이상 감소하면 할당취소(회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했다.
무상할당배출권 취소 기준인 회수비율은 감소폭이 ▲15% 이상 25% 미만은 ‘50%’ ▲25% 이상 50% 미만은 ‘약 75%’ ▲50% 이상은 ‘100% 최소’다. 즉 사업장·시설의 온실가스 실적이 할당량 대비 15% 이상 감소한 경우 정부가 할당한 무상 배출권을 차등으로 취소(회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부산공단 열병합발전소와 대구공단 열병합발전소 2곳이 할당취소 대상에 포함됐다. 현재 국내 배출권거래제 할당대상업체는 총 772개사. 그리고 부산·대구공단 열병합발전소가 회원사가 가입되어 있는 한국열병합발전협회(회원사 23개) 회원사 중 부산·대구 두 곳만이 이번 무상할당권 취소 15% 감소율 기준에 포함됐다.
두 곳 모두 배출량이 15% 감소됨에 따라 할당받은 무상배출권의 50%를 반납해야 하는 상황. 결국 반납으로 부족한 무상 배출권은 유상으로 구매해야 한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부산공단 열병합발전소는 약 8억 원(당초 계획 구매금액 약 1억1,000만 원, +622.7%), 대구공단 열병합발전소는 약 20억 원(약 2억9,700만 원, +576.8%)이다.
여기에 정부의 무상할당 규모 축소와 유상할당 확대로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은 최저 1만 원 이상 거래되면서 지불해야 할 유상 할당 구매액 규모도 커졌다. 이는 중소기업 전용 열병합발전소가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더구나 2025년 탄소배출량 정산 이후 5월 27일까지 이의신청 제기 절차를 거쳐 6월 중 취소심의위원회가 확정을 결정하면 7월 중 유상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현재 2만 원대인 탄소거래가격이 5만 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부담액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당초 예상치를 넘어선 유상배출권 구매 금액에 부산·대구열병합발전소는 당혹스럽다. 정부의 시행 취지와 달리 가동 중단 등 탄소배출 감축 노력 없이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것이 아니라 해당 업종 가동률 하락에 따른 배출량 감소임을 정부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부산·대구공단 열병합발전소 측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감소한 것은 배출 감소 노력 없이 발생한 잉여 배출량이 아니다. 최근 경기 침체와 오더 감소로 염색업계 가동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나타난 ‘불황형 감소’이고, BM계수를 적용해 계산할 경우 배출량 감소폭이 15% 기준에 해당되어 무상할당 50%가 취소됐다”고 토로했다. ※ 용어 설명 ‘BM계수(tCO2e/MWh)’는 배출권거래제에서 배출원 단위(발전량, 제품 생산량 등)당 배출량을 기준으로 배출권을 할당하는 BM(벤치마크) 방식의 핵심지표다.
中·동남아 탄소배출권 거래 無…국가 경쟁력 약화
더구나 부산·대구열병합발전소는 대기업 및 영리 목적의 열병합발전소와는 달리 비영리 목적이다. 단일 업종(섬유염색) 중소기업이 공단에 입주해 공동 출자 운영하는 집단열공급시설로, 이들 중소 제조기업들에게 안정적이고 시장 대비 저렴한 가격의 스팀(증기)을 공급해 업체들의 제조 경쟁력 강화 목적으로 부산패션칼라조합(45개사)과 대구염색산업단지관리공단(127개사)이 각각 자체적으로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해왔다.
특히 이번 부산·대구공단 열병합발전소의 탄소배출량 감소는 일반 열병합발전소와 달리 대체 수요가 없는 중소염색업 단일 공급 열병합발전소로 해당 업종 가동률 하락에 따른 결과다. 또한 공단 내 입주업종 외 대체 수요가 없어 효율이 저하되고 야간 휴일 작업이 있는 경우 스팀 공급을 위해 열병합발전소를 가동해야 하고 이 때 공급 후 잉여 스팀이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염색업체들의 가동률이 떨어져도 열병합발전소 가동을 줄일 수 없으며, 평소 폐열회수, 가동기기 조정 등의 탄소배출 저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감축 의도와 무관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부산·대구열병합발전소는 “열병합발전소는 염색 공정 상 필수인 스팀을 공급하고 에너지 비용을 절감해 생산품의 60% 이상을 수출하는 염색업계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공동 운영하는 필수 기반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한국패션칼라산업연합회 역시 “입법 취지와 달리 중소영세기업들로 구성된 조합 규모의 열병합발전소와 동일하게 적용해 무상배출권을 회수하는 것은 부당하다. 더욱이 중동 전쟁 영향으로 원자재 가격이 50% 급등한데다 우리 섬유염색산업의 주요 경쟁국인 중국의 섬유업종은 탄소거래제도 적용 예외업종이며, 베트남 등은 현재 탄소배출권거래(ETS) 제도 도입 초기 단계로 이런 상황에서 국내 섬유염색산업의 국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무상할당배출권 회수(취소) 기준을 완화해줄 것을 촉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탄소중립 정책과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며, 적극 참여해왔다. 문제는 이번 사례와 같이 경기 침체형 생산 감소까지 동일 기준을 적용함에 따라 영세 중소기업들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담을 떠안게 됐다”고 토로했다.
또 “현재 기준은 대규모 사업장의 잉여 배출권 발생 시 판매에 따른 부당이익 취득 방지 목적에는 부합될 수 있으나 단일 업종 중소기업 공동 열공급시설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9조(배출권 할당의 취소) 4항 내 각호 3개에 대해 ‘단일 업종 중소기업이 공단에 입주해 공동 출자 운영하는 집단열공급시설’에는 적용하는 않는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해 주거나 기존 배출권 취소기준인 50% 이상 감소를 적용하거나 BM 기준 적용을 제외하는 등 별도의 예외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 아시아 주요 경쟁국 탄소배출권 거래 현황
◇ 중국=발전 부문을 시작으로 2024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시행 중이나 현재 섬유산업은 적용 대상에 제외됐다. 또한 생태환경부 로드맵에 따라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석유화학 등 일부 고탄소·고배출 업종 중심으로 단계적 편입을 진행 중이다.
◇ 베트남=2028년부터 탄소배출권거래제 운영을 도입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2021년 ‘정부 결의안(Resolution No. 50-NQ/CP)’에 따라 베트남은 2023년부터 2027년까지 ▲탄소신용거래소 시범운영 수립 및 조직(2025년) ▲탄소배출권 및 온실가스 배출 할당량 관리, 탄소배출권 거래 등을 위한 규제 마련 ▲탄소배출권거래소 운영에 대한 규제 마련 ▲탄소배출권 거래 및 청산 메커니즘 시범운영 ▲베트남 내외 탄소배출권 거래 및 청산 메커니즘 이행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고 2028년에는 ▲공식 탄소 배출권거래소 운영 ▲권역 및 글로벌 탄소시장과의 연결, 거래 규제 마련 등 구체적인 실천 플랜을 만들고 이를 시행할 계획이다.
◇ 인도네시아=2027년까지 ▲시멘트 ▲섬유 ▲철강·금속 ▲종이·펄프 ▲세라믹·유리 ▲식음료 ▲비료 ▲운송수단 ▲화학 등 9개 산업 분야를 CO2 탄소거래 활동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2023년 2월부터 국영전력회사인 PT 페루사한 리스트릭 네가라(PLN)가 소유운영 중인 99개 계통 연계형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탄소 거래를 개시했다. 2025년 독립형 석탄 화력발전소로 확대되고, 2028년 다른 화석 기반 발전소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2023년 9월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한 시장 개발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최초의 ‘탄소배출권 거래(IDXCarbon)’가 출범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9억1,500만 톤 감축하는 목표로 하며, 그 중 대부분은 임업 및 토지 이용(500MtCO2eq)과 에너지 부문(358MtCO2eq)에서 감축할 계획이다.
◇ 일본=2026년 4월을 기점으로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만 톤 이상인 기업 약 300~400개사를 대상으로 GX-ETS(녹색전환 배출권거래제)를 본격 가동하며, 탄소 감축 의무화를 시행 중이다. 이들은 일본 전체 배출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일본의 탄소배출거래제는 성장 지향적 탄소 가격제를 표방하며, 산업계 자율성을 중시하는 것이 특징이다. 운영 방식은 정부가 각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 한도(할당량)을 설정하고, 목표를 초과 달성한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판매할 수 있다. 할당량을 초과 배출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거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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