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력 이직 제한 완화’…업계 성토

고용노동부, 의무 근무 3년 → 1~2년으로 단축
수도권 제외한 4개 권역 간 자유로운 이동 허용 검토
‘지역별·산업별 불균형 심화 및 국내 중소제조업 붕괴 가속화’ 우려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2/14 [00:48]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

체류자격(비자)별로 소관 부처가 달라 외국인력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수급 설계에 한계가 있고, 체류 지원 및 권익보호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고 판단한 정부는 지난해 12월 출범시킨 ‘외국인력 통합지원 태스크포스(TF)’를 주축으로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최초 사업장에서의 근무 의무 기간을 현행 3년에서 1~2년으로 단축하고, 권역 내 이동 제한도 크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사업장 변경 제한 기간을 현행 3년에서 2년(1안) 또는 1년(2안)으로 줄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의무 기간이 끝나면 고용주 허가 없이도 자유롭게 비수도권 내 사업장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방안도 포함될 전망이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의무 근무 기간 폐지와 수도권 이동 허용까지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행 제도는 사업장이 속한 권역(수도권, 경남권, 경북·강원권, 전라·제주권, 충청권) 내에서만 이동이 허용되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다. 이르면 상반기 최종안이 나올 예정이다. 이는 근로자의 인권과 직업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인데 섬유염색가공업체 등 중소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들의 제조업 기피로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조업 현실과는 괴리가 있는데다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탈을 조장해 제조업 기반을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기업 중 82.6%는 ‘내국인 구인난’을 이유로 꼽았다. 이는 인건비 절감(13.4%)보다 압도적인 수치다. 단순히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달리 내국인과 외국인 근로자 간 격차는 이미 역전된 상황. 숙식 제공 등을 포함하면 내국인 근로자보다 더 많은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섬유염색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 이동과 지역 간 맞교환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는데 기껏 기술과 노하우를 가르쳐주고 다른 곳으로 내보내라는 건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정책이다. 어떻게든 이러한 정책 추진은 막아야 한다”고 성토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2015년 이후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 중 1년 이내 사업장을 변경하는 경우가 58.4%, 2년 이내는 83.9%로 대부분 1~2년 사이에 사업장을 옮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고용 중인 중소기업 2곳 중 1곳(48.7%)는 현행 E-9 사업장 변경제도(초기 3년간 변경 제한)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중소기업 10곳 중 7곳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사업장 변경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그 시점도 입국 후 1년 이내라는 응답이 71.4%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고용주가 이직을 허용해주 않을 경우 고의적인 태업이나 고용노동청에 허위 신고 등으로 생산 차질은 물론 근무 기강을 무너트리고 있다.

 

 

더구나 비수도권 중소 제조업체들의 빈 일자리율은 수도권의 1.8배. 

특히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의 영세기업들은 신규 채용 인원 중 내국인 비중이 사실상 ‘0’에 가깝다.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 이동이 더 자유로워지면 임금·주거·교통 여건이 나은 지역으로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지역 제조업체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는 것이 중소 제조업계의 주장이다.

 

수도권 역시 브로커를 중심으로 동종 업체가 외국인 근로자 빼가기가 이미 오랫동안 성행해 오고 있다. 같은 공단 내 동종 업종 간 급여·복지 등을 미끼로 인력을 빼가면서 인력 공백에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중소업계는 인권 침해 문제를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제조업 인력 수급의 핵심 축인 고용허가제를 전면적으로 손보는 것은 지역 제조업 기반을 흔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구 감소와 내국인 제조업 기피 그리고 청년층 수도권 쏠림이 맞물린 상황에서 외국인 근로자가지 더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해질 경우 지방 중소 제조업체의 인력 확보는 더 어려워질 것이다. 지역 간·업종 간 급여·공단 인근 인프라 기반 등 격차도 이러한 지역 간 인력 불균형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 분명해 보인다. 

 

日·대만 등 외국인력 이직 금지

기업생산 차질 및 지역·산업별 쏠림현상 차단

 

한편 외국인 근로자 고용 의존도가 높은 상당수 국가들은 이들의 잦은 일자리 이전을 막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기업 생산 활동에 지나치게 지장을 주거나 지역, 산업별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일본은 저숙련 외국인 근로자(기능 실생습)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사업·경영상 어려움이나 실습생의 부상, 본국 가정 사정 등으로 실습을 이어가지 어려운 경우를 예외로 두고 있다. 일본은 내년부터 기능실습생 제도를 ‘육성취로제도’로 대체하고 최소 취업기간을 1~2년으로 설정하고, 일본어 능력과 기능 수준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할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을 허용할 방침이다.

 

▲대만도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의 사업장 변경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고용주 사망, 이민, 폐업, 임금 체불 등 취업 서비스법에서 규정하는 사용자 귀책 사유가 명확한 경우에만 사업장 변경이 허용된다. ▲미국은 특정 사업주와의 고용 계약을 전제로 외국인 근로자에게 특정 비자를 발급하는 구조다. 해당 고용 관계가 종료되면 비자 연장이 어려워 더 이상 미국에 체류할 수 없는 식이다. 

 

▲캐나다도 고용주가 외국인 근로자의 취업 허가증 발급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자 기간에 근로자들이 다른 업체로의 이직을 막을 수 있다. 싱가포르는 고용 관계자 종료되면 퇴사일로부터 1주일 이내에 사용자가 비자를 취소할 수 있다. ▲독일은 2년 내 사업장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적합성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프랑스도 취업허가를 내준 직종과 업종 범위 내에서만 사업장을 옮길 수 있다.

 

노동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지역이나 소도시에 장기 근속하는 우수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 가족 동반 허용이나 영주권 연계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해 정착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사업장 이동 전면 완화보다는 지역·산업 특성을 반영한 보완책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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