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럽패션위크’로 기울어진 서울패션위크

TIN뉴스 편집국 김상현 취재팀장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2/13 [14:21]

▲ ‘셀럽패션위크’로 기울어진 서울패션위크를 풍자하는 가상 이미지 © TIN뉴스

 

서울패션위크 시즌이 열릴 때마다 미디어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객석으로 향한다. 어떤 배우가 프런트 로에 앉았는지, 어떤 아이돌이 어느 브랜드를 착용했는지가 주요 기사로 소비된다. 반면 런웨이 위에 오른 컬렉션의 콘셉트, 실루엣의 변화, 소재와 구조에 대한 분석은 점차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서울패션위크라는 플랫폼에서 정작 옷과 디자이너의 존재감이 희미해지는 역설적인 장면이다.

 

셀럽의 등장은 패션위크의 보편적인 풍경이다. 글로벌 패션위크 역시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문제는 서울패션위크가 셀럽을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셀럽에 의존하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화제성과 노출의 기준이 컬렉션이 아니라 셀럽의 유무로 이동하면서, 디자이너의 창작은 보도의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셀럽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다. 서울패션위크 주최 측은 셀럽 촬영을 위한 사진기자들을 별도로 등록해 포토월 앞에서 촬영할 수 있게 허가를 주고 있다. 사진은 기자나 일반시민들이 행사장 가이드 라인 밖에서 촬영을 하는 모습. 난간에 기대어 촬영을 하다 낙상하는 위험한 상황을 대비하기위해 다행히 안내 요원이 상주하고 있다.  © TIN뉴스

 

이 현상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함께, 한국 패션 디자이너 산업이 처한 구조적 한계를 반영한다. 다수의 디자이너 브랜드는 안정적인 유통망이나 마케팅 인프라를 갖추지 못한 채 시즌마다 컬렉션과 쇼를 준비한다. 컬렉션 자체만으로 충분한 주목을 얻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셀럽은 가장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노출 수단이 된다. 셀럽 초청이 전략이 아닌 사실상의 기본 조건처럼 여겨지는 이유다.

 

이 관계는 흔히 ‘상호 이익’으로 설명되지만, 보다 정확하게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 관계에 가깝다. 디자이너는 셀럽이라는 강력한 주목 장치에 기대 브랜드의 이름을 드러내고, 셀럽은 패션위크라는 무대를 통해 이미지를 확장한다. 일시적인 공존은 가능하지만, 주도권의 무게는 결코 대등하지 않다. 관심의 흐름이 멈추는 순간, 디자이너의 존재 역시 쉽게 가려진다.

 

▲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셀럽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다. 서울패션위크 주최 측은 셀럽 촬영을 위한 사진기자들을 별도로 등록해 포토월 앞에서 촬영할 수 있게 허가를 주고 있다. 사진은 기자나 일반시민들이 행사장 가이드 라인 밖에서 촬영을 하기 위해 몰려들면서 행사장 입구를 막고 있는 모습. © TIN뉴스

 

이러한 구조는 최근 셀럽이 패션쇼 모델로 런웨이에 서는 현상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셀럽 모델의 등장은 즉각적인 화제성을 확보하지만, 동시에 런웨이의 기능을 변화시킨다. 옷의 완성도나 컬렉션의 흐름보다 ‘누가 걸었는가’가 중심 이슈가 되고, 의상은 이미지의 일부로 소비된다. 이는 패션쇼가 컬렉션을 제시하는 장에서, 셀럽 이미지를 증폭시키는 장치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객 문화 역시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 서울패션위크 현장에는 프런트 로에 앉은 연예인을 촬영하기 위해 대형 카메라를 든 팬들이 몰리기도 했다. 이들의 관심은 런웨이가 아닌 객석에 집중됐고, 패션쇼는 옷을 감상하는 공간이 아니라 셀럽을 포착하는 현장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선은 형태만 바뀐 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 중고 물품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2026 F/W 서울패션위크 티켓  © TIN뉴스

 

최근에는 일부 쇼에서 컬렉션 관람보다 셀럽을 목적으로 한 관객 수요가 형성되며, 패션쇼 티켓이 사실상 ‘셀럽 관람권’처럼 소비되는 사례도 나타난다. 이는 패션쇼의 성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신호다. 디자이너의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할 공간이, 점차 다른 목적의 관람으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현상의 중심에는 패션 디자이너 산업의 취약한 기반이 존재한다. 쇼를 준비하는 비용과 리스크는 대부분 디자이너가 감당하지만, 컬렉션이 축적되고 평가되는 구조는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 결과 디자이너는 옷으로 말하기보다, 주목을 빌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 서울패션위크를 찾은 셀럽을 촬영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 있다. 서울패션위크 주최 측은 셀럽 촬영을 위한 사진기자들을 별도로 등록해 포토월 앞에서 촬영할 수 있게 허가를 주고 있다. 사진은 기자나 일반시민들이 행사장 가이드 라인 밖에서 촬영을 하는 모습.  © TIN뉴스

 

특히 신진 디자이너에게 이 구조는 더욱 가혹하다. 셀럽 네트워크를 확보한 브랜드는 반복적으로 노출되지만, 그렇지 못한 디자이너는 완성도 높은 컬렉션을 선보이고도 기록조차 남기기 어렵다. 이는 창작의 질과 무관한 가시성 격차를 심화시키며, 서울패션위크의 산업적 기능을 약화시킨다. 서울패션위크가 다시 패션위크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중심의 재정렬이 필요하다.

 

셀럽은 여전히 무대 주변에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컬렉션과 디자이너의 언어가 먼저 기록되고 해석되는 환경이 전제되어야 한다. 옷이 다시 런웨이의 주인공이 될 때, 서울패션위크는 비로소 한국 패션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김상현 취재팀장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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