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패자부활전은 없다는 간절함으로 도전하자

TIN뉴스 편집국 김상현 취재팀장

TIN뉴스 | 기사입력 2026/01/08 [10:07]

▲ 섬유패션산업에게 패자부활전은 없다는 간절함으로 도전하자  © TIN뉴스

 

올해 6월 11일부터 7월 19일까지 캐나다·멕시코·미국 16개 도시에서 FIFA 월드컵이 열린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는 전 세계 축구 선수들이 꿈꾸는 무대이자 지구촌이 하나로 들썩이는 축제다. 동시에 각국이 자존심을 걸고 맞붙는 냉혹한 전쟁터이기도 하다. 단 한 번의 실수, 단 한 경기의 패배가 모든 것을 끝낼 수 있기 때문이다.

 

프레미에르 비죵, ITMA 등 섬유패션산업과 관련된 글로벌 전시회를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찾다 보면, 전시회에 참가한 기업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마치 월드컵이나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선수들처럼 보일 때가 많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국가들의 차별화된 소재와 새로운 혁신 기술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국가 명을 하나의 브랜드로 내걸고 자웅을 겨루며 경쟁하는 현장은 그야말로 국제 스포츠 무대를 방불케 한다.

 

특히 오랜 기간 섬유 강국으로 불려온 이탈리아나 독일, 일본, 대만 등이 부스 규모에서 한국을 압도하고, 떠 바이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것을 보면 내심 부러운 마음이 든다. 반대로 해외 부스보다 한국 부스가 바이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러우면서 뿌듯함이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해외 전시회에 참가하는 우리 섬유패션 기업들 스스로가 ‘국가대표’라는 자부심과 ‘MADE IN KOREA’의 가치를 증명하겠다는 각오 없이는 결코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없다. 과거 수출보국을 기치로 선배 섬유패션인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시장을 개척해 나갔던 그 DNA를 지금 다시 떠올려야 할 때다.

 

▲ 이정효 감독은 최근 명문 기업구단인 수원삼성으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 TIN뉴스

 

“나 같은 사람에게는 패자부활전이 없다”

“지금 이 순간이 전부다” 기회는 한 번뿐이다” 준비하지 않으면 끝이다" 

 

최근 K리그에서 자신의 지도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이정효 감독의 말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도, 국가대표 경력도 없었던 그는 비주류 감독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반드시 지도자로 성공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끊임없는 공부와 연구를 이어왔다.

 

그 결과 시민구단에 중소 클럽이던 광주FC를 이끌며 모두의 예상을 뒤엎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명문 기업구단인 수원삼성으로 자리를 옮기며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았다.

 

그의 말처럼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매 경기 하나하나를 패자부활전이 없는 마지막 결승전이라는 각오로 임해야만 프로라는 냉혹한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우리 섬유패션산업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간절함과 노력 없이 운만 바라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버틸 수 없다. 전기료, 인건비, 환경 규제 등 구조적으로 불리한 조건은 이미 분명한 만큼 우리만의 강점으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야 한다.

 

▲ 글로벌 섬유패션소재 전시회 프레미에르 비죵 파리  © TIN뉴스

 

국내 전시회인 프리뷰 인 서울은 물론 해외 전시회에서 남들이 하지 않는 소재,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을 만들기 위한 노력 없이 바이어들이 알아서 찾아오길 기대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백전백패의 성적표만 받아들게 될 것이다.

 

또한, 축구가 공격·미드필드·수비 라인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돌아가야 하듯, 섬유패션산업 역시 업스트림·미들스트림·다운스트림이 하나의 팀처럼 움직여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감독의 전략 아래 세 개의 라인이 상황에 맞게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때 비로소 승리를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전술은 없고 각자 개인 기량만 앞세운 채 서로를 경쟁상대로 여기며, 결정적인 기회에도 욕심을 부리고 패스조차 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최악의 패배로 귀결된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존재가 바로 감독이다. 선수들을 하나로 묶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 말이다.

 

지금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 국가대표 팀의 감독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이라 할 수 있다. 연합회를 구성하는 각 단체 회장들은 코치진이며, 연합회 소속 직원들은 팀을 뒷받침하는 스태프에 비유할 수 있다.

 

섬유패션산업의 어려움은 해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공장 문을 닫거나 사업을 접는 사례는 더 이상 낯설지가 않다. 무엇보다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고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문제들조차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섬산련 회장을 비롯한 각 단체들은 연합회 소속이라는 직함 이전에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을 대표한다는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 통합환경법 규제 완화, 전기요금 인하, 국방 소재 국산화 등 산적한 현안 속에서 섬유패션산업을 대표하는 자리의 무게를 그 어느 때보다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이라도 ‘패자부활전은 없다’는 절박한 인식을 공유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 섬유·패션산업의 미래는 더 이상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할 것이다. 각자도생에 매달리고, 책임은 미루고, 변화는 남의 몫으로 돌리는 사이 글로벌 무대는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을 잃은 팀은 패배할 수밖에 없고,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도전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더 늦기 전에 하나의 팀으로 뭉치지 않는다면 이번에는 탈락이 아니라 퇴장이라는 불명예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이다.

 

김상현 취재팀장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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