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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통계청 발표 기준,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83.5세, 이 중 남자는 80.6세다. 이는 OECD 평균(약 80.3세)보다 높은 수치다. 높은 기대수명 만큼 중장년층 구직자들이 희망하는 경제활동 연령은 69.4세지만 실제 퇴직은 53.4세다. 특히 재취업 희망 이유로 일하는 즐거움이 22.2%로, 생활비 및 개인용돈 마련, 자녀 교육비 등 경제적 사정으로 인한 비율(49.5%)에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런 면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는 대표 또는 CEO는 회사 경영의 어려움이 없는 한 자신의 은퇴시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기대수명이 길어진 만큼 은퇴대신 일하는 즐거움을 좀 더 만끽하고 싶은 욕구도 경영자도 마찬가지다.
그간 취재 차 만난 섬유제조업 창업주 또는 2세 경영인 대부분이 자신의 은퇴 시점을 70세라고 답한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10년 간 가업(경영) 승계를 위한 준비 과정을 밟아나가면서 좀 더 나은 경영환경을 만들어 자녀에게 회사를 물려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A사 대표는 “환갑 나이에 앞으로 10년 만 일하고 자식에게 회사를 물려줄 계획이다. 그 기간 동안은 설비 투자나 제조 환경 개선, 경영 체계 구축 등을 마무리 후 자식에게 넘겨주기 위한 준비에 힘을 쏟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자녀가 원한다면 가업을 물려주겠지만 의사가 없다면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겠다는 답변도 있었다.
그렇다면 현재 국내 주요 염색산업단지에 입주한 섬유염색가공업체들의 가업 승계는 어는 정도의 수준일까? 본지는 각 조합의 협조를 얻어 국내 주요 염색산업단지 중 반월, 시화, 대구, 부산(신평)에 입주한 섬유염색가공업체들의 가업 승계 현황을 조사했다.
가업 승계 범위는 ‘창업주인 1세대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2세 명의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가업 승계가 완료’됐거나 또는 향후 가업 승계를 위해 자녀들이 과장, 실장 등 ‘실무자로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도 가업 승계로 인정했다.
먼저 대구염색공단의 경우 입주기업 122(휴·폐업 5개사 제외)개사 중 가업을 승계해 사업자등록 상 2세가 대표이사로 명시되어 운영되는 곳은 ‘24개사’, 향후 가업 승계를 위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11개사’로 집계됐다. 가업 승계 비중은 ‘약 28.7%’다.
반월염색단지의 경우 입주기업 중 섬유염색가공업체 53개사 기준, 2세가 대표이사 또는 창업주와 공동 대표이사 형태로 가업을 승계한 곳이 16개사, 자녀 경영참여 10개사로 총 26개사로 집계됐다. 가업 승계 비중은 약 49.1%다. 특히 ㈜우성염직의 경우 창업주 1세대 구제남 前 회장에 이어 아들 구홍림 대표(2세), 그리고 손자(3세)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시화염색단지의 경우 입주기업 18개사 중 2세가 대표이사 또는 창업주와 공동 대표이사로 운영되는 곳은 2개사. 자녀 또는 사위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은 7개사다. 특히 가업 승계의 경우 A사는 전문 경영인이 대표이사를 맡고 창업주의 아들이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B사의 경우 창업주가 아들이 없어 딸의 사위가 부대표직을 맡고 있다. 가업 승계 비중은 50%로, 비교 대상인 4개 염색단지 중 가장 높다.
■ 부산염색단지, 일부 소사장 제도 운영
한편 부산(신평)염색단지의 경우 입주기업 44개 대부분이 1세대인 창업주가 대표직을 유지하며, 사업체를 운영 중이다. 대신 일부 ‘소사장(小社長)제’를 도입해 운영하는 곳들도 있다. 소사장 제도는 원래 생산직종에서 시작된 개념으로 같은 직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생산라인이나 공장의 일부를 맡아 경영책임자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모기업 내에서 생산라인이나 공정 일부를 도급 또는 위탁받아 소사장이 독립적으로 경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K사의 경우 모기업으로부터 분사해 직원들이 기업을 경영하고 모기업으로부터 임가공 등 생산을 위탁받아 수익을 내고 있다.
소사장 제도의 기원은 1960~70년대 섬유 신발업종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사내 도급제에서 시작됐다. 소사장제는 절세 측면에서 유용하다. 특히 생산원가 및 인력관리비 절감 측면에서 유용해 본사의 성장 측면에서 돕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①인건비는 부가세 매입공제가 불가능하나 소사장제를 통해 인건비를 제공하면 부가세 공제가 가능하다. ②4대 보험 및 원천세 신고 부담이 없다. 절세 측면에서 유용하나 추후 추징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③또 성과에 따라 인건비가 달라지기 때문에 수익과 매출을 늘리기 위한 직원들의 자발적인 영업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반대로 정해진 월급을 받는 직원에 불과하면 노동청 신고 시 4대 보험 등 추징이 발생하며, 사업과 관련된 손실, 리스크, 미수금 등에 대한 문제를 직원이 떠맡게 되어 직원들의 불만이나 이직률이 높을 수 있다.
가업 승계하지 않는 이유 1위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38.8%)’
한편 중소 제조업 경영자들의 고령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중소 제조업 현장 고령화만큼이나 경영자들의 연령도 매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들의 가업 승계 속도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업 승계’는 일반적으로 기업이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상속이나 증여를 통해 그 기업의 소유권 또는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업력이 길수록 대표자의 고령화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창업주들의 은퇴 타이밍을 놓쳤거나 자식의 가업 승계 의지가 없는 경우,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할 수 없을 만큼의 경영 위기 등이 주요 원인이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가업을 승계하지 않는 이유로 ▲‘자녀가 원하지 않아서38.8%)’ ▲‘자녀에게 무거운 책무를 주기 싫어서(26.9%)’ ▲‘영위업종 전망이 불투명해서(22.4%)’ 등을 꼽았다. 여기에 승계 시 발생하는 상속세는 웬만한 중소기업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국내 최고 상속세율은 50%, OECD 회원국 중 최고 수준이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제조업 경영자의 평균 연령은 55.4세(2023년 기준)다. 특히 기업 규모 측면에서 중기업 평균 연령은 58.9세로 소기업(55.1세)보다 3.8세가 높았다. 또한 우리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60세 이상 CEO 비중은 최근 10년 간 2.4배 급증했다.
연령별로는 50대가 36.8%로 가장 높고, 60대가 30.3%, 40대가 20.5%, 70대 이상이 6.5% 순으로 집계됐다. 업종별로는 섬유제품 제조업 경영자 평균 연령이 56.9세로 인쇄 및 기록매체복제업(57.2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세부적으로는 ▲섬유제품(의복제외)은 56.9세 ▲의복, 의복 액세서리 및 모피 53.1세 ▲가죽, 가방 및 신발 52.8%로 50~59세가 가장 많았고, 30~39세는 5.4%, 10.6%, 10.8%다.
가업의 승계는 단순히 부모에서 자녀로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개별 기업의 영속성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관련 산업의 영속성과 직결되는 문제다. 아울러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보장함으로써 지방 및 국가경제에 기여한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2021년 연구결과에 따르면 원활한 가업 승계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향후 10년 간 폐업 등으로 소멸 예상 사업체 수가 약 32만5,000개, 실직자 수 약 307만 명, 손실 매출액 약 794조 원 등으로 국가 경제와 사회적으로 큰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가업승계는 안정적 일자리의 근원으로 가업 승계 기업이 과중한 상속세 부담으로 성장이 둔화되거나 문을 닫는 것보다 조세부담을 완화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고용을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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