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가 중국, 방글라데시 등 전통적인 제조업 국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인디텍스(Inditex)가 반세기도 채 되지 않아 세계 1위 소매업체가 되었다는 사실에는 마법 같은 것이 거의 없었다. 인디텍스는 경쟁사보다 빠르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렴한 가격으로 최신 트렌드를 시장에 선보이는 비결을 찾아냈기에 가능했다.
오늘날 인디텍스가 시장의 다른 경쟁사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유지하는 데에는 프로세스 자동화나 인공지능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지만, 50년 전 이 스페인 거대 기업이 꺼낸 비결은 바로 ‘근거리 생산’이었다.
중국이 수년간 전 세계 패션의 주요 공급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디텍스의 최선의 사업 전략은 항상 최대한 가까운 가치 사슬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인디텍스는 최신 연례 보고서에서 "이러한 수요에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당사 의류의 상당 부분을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터키 등 본사와 가까운 시장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인디텍스는 생산 데이터 보고 방식을 변경했지만, 공급업체의 거의 절반이 4개 시장 중 하나에 위치해 있었다. 같은 해 인디텍스는 튀르키예에만 847개의 공장과 총 33만926명의 근로자와 협력하며, H&M 그룹의 주요 공급업체가 되었다. 물론 공급업체 수에서는 모로코와 포르투칼에는 뒤쳐진다. 따라서 인디텍스 밸류체인이에서 튀르키예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의 23%에 달했으며, 이는 경쟁사 공급업체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예를 들어 H&M의 경우, 2025년 1분기 말 기준 업데이트된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6,000개가 넘는 공장 중 튀르키예에 786개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H&M 소싱 맵에서 13%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반면 유니클로를 소유한 패스트 리테일링은 전 세계 448개 공급업체 중 튀르키예와만 협력하고 있으며, 이는 0.2%에 불과하다.
이처럼 튀르키예는 유럽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덕분에 중국이나 방글라데시의 기존 제조업에 대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비슷한 현상이 미국의 두 거대 기업 갭(Gap Inc.)과 리바이스트라우스에게도 일어났다. 두 회사는 생산의 일부를 튀르키예 내 14개 공장과 18개 공장에 아웃소싱하고 있는데, 이는 각각 전체 생산량의 2.3%와 3.25%를 차지한다.
튀르키예에서 많은 소싱을 집중하는 또 다른 주요 유통업체는 망고(Mango)다. 스페인 기업인 망고는 2024년 총 513개의 튀르키예 공장과 협력했는데, 이는 전체의 19.17%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망고는 튀르키예 내 비중을 전년 대비 약 3%p 낮추었다.
튀르키예, 고물가 및 투자 부족…중국과의 경쟁 역량 약화
코로나 팬데믹 발발과 홍해에서의 지속적인 공격으로 인해 튀르키예는 중국에 비해 패션 산업의 유망한 국가로 떠올랐다. 중국은 유럽으로 의류가 도달하기까지 긴 여정을 거쳐야 할 만큼 거리가 멀고, 여러 차질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과 투자 부족은 튀르키예가 아시아 거대 기업과 진정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역량을 약화시켰다. 튀르키예 섬유 산업의 저널리스트이자 기업가인 유수프 악볼라트는 “튀르키예의 섬유 산업은 만성적인 비용 압박과 증가하는 글로벌 경쟁력으로 인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2024년 말 이스탄불 섬유원료수출협회(Ithib)는 튀르키예 섬유 수출액을 110억 달러(15조3,340억 원)로 추산했다. 이는 2023년 192억 달러(26조7,648억 원)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이러한 감소는 금액 기준에서만 나타난 것이며, 매년 동일한 규모를 유지했다.
특히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및 인건비 상승은 튀르키예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현재 튀르키예에서 생산하는 비용은 아시아 평균 국가보다 최대 45% 더 높으며, 지난해에는 튀르키예의 대형 산업용 섬유 기업 86곳이 문을 닫았다.
그럼에도 튀르키예는 섬유 산업의 중요한 허브로 부상할 기회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을 입을 모은다. 이스탄불 섬유원료수출협회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갈등 속에서 튀르키예는 현재 지정학적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섬유 무역의 침체 속에서 새로운 분야가 부상했는데, 바로 ‘기능성 섬유’다. 이스탄불 섬유원료수출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능성 섬유 수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22억 달러(3조668억 원)에 달했다.
이에 기능성 섬유 허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기업가인 유수프 악볼라트는 “우리는 기능성 섬유 허브가 될 수 있으며, 유럽기업들이 기대하는 지속가능하고 기술적인 발전을 이루었으며, 점점 더 정교해지는 산업 분야에서 계속해서 전문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중국·튀르키예, 對이집트 섬유의류분야 투자 확대
한편 튀르키예의 경기 침체는 패션 밸류체인에서 점차 비중을 높여가는 있는 다른 신흥국들에게도 문을 열어 주었다. 특히 유라시아 강국과 매우 가까운 이집트는 점점 더 새로운 가능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중국과 튀르키예의 섬유·의류 분야에 대한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Jiangsu Lianfa Textile은 5억 달러를 투자해 통합 섬유 및 의류생산단지를 건립할 계획이다. Zhejiang Hengsheng은 염색가공 및 섬유제조공장 건립(7,000만 달러), Xinjin Textile, Printing & Deying은 날염 및 염색시설 건립(5,500만 달러) 등의 투자계획을 밝혔다.
인도 역시 6,000만 달러(836억4,000만 원) 규모의 카본 블랙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이며, 인도 섬유 기업 웰스펀(Welspun)은 아프리카 진출은 물론 유럽, 아랍, 미국 수출 확대를 위해 이집트에 투자를 검토 중이다.
튀르키예의 경우 지난해 6월 튀르키예 기성복 제조업체 시리크시오그루(Şirikcioglu)가 Port Said(포트사이드)에 7억 달러(9,758억 원) 규모의 데님(Denim) 공장 설립 승인을 받았다. 또 다른 의류 회사인 데님라이즈(Denim Rise)는 칸타라 서부(Qantara West)에 880만 달러(123억9,266만 원)를 투자해 의류 공장을 설립한다. 에로그루 홀딩(Eroglu Holding) 사라는 의류 제조사도 지난해 11월 칸타라 서부에 의류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총 투자액은 5,100만 달러(710억9,400만 원)에 이른다.
장웅순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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