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약 72억 원의 예산을 증액해 호기롭게 출발했던 ‘전투복 소재 국산화 시범사업’이 올해로 5년차를 맞이했다. 국내 섬유업계 경기 활성화와 수입산 소재 자제 및 국산화 소재 사용을 위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업계 요구를 수용한 사업이었다. 근본적으로 수입 원사 대비 높은 국산 원사 사용 시 군납업체들의 이익률 감소를 금전적으로 보전하고 군납업체 간 출혈경쟁을 차단하겠다는 목적이었다.
5년차를 맞은 국방섬유 국산화는 과연 어느 수준에 도달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국산 원단이 적용되는 피복류는 전투복 원단으로 제한적이다. 시범 사업 첫 해 기존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조달업무가 이관되면서 전투복 국산 원단 및 봉제분 가격을 반영하지 않은 예가 산정으로 여러 차례 유찰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특히 업계는 입착 낙찰률 88%를 감안해 사업비용 중 88%를 군납비용을 지급하고 남은 12%를 원단 공급업체의 국산 소재 사용에 대한 보전금으로 활용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전투복 원단 국산화에 발맞추어 한국섬유산업연합회, KOTITI시험연구원, KATRI시험연구원, FITI시험연구원이 국산 섬유소재 사용 여부를 확인하는 인증 심사 후 국산 섬유소재 인증확인서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국산 인증은 전투복 원단으로 제한적이다. 국산화율은 고작 7% 내외에 머물고 있다.
더구나 조달업무가 조달청으로 이관되면서 기존 조달 방식도 관급에서 사급으로, 낙찰업체 선정 기준도 적격심사(최저입찰제+계약 이행능력 심사)로 변경되면서 이 역시 홍역을 치루고 있다.
먼저 조달방식의 경우 예를 들어 사계 전투복 상하의 제조를 발주할 경우 관급에서는 전투복 원단 업체에 원단 입찰을 받아 최종 낙찰자를 선정해 이를 구매 후 최종 낙찰을 받은 전투복 봉제업체에게 공급했다. 그러나 전투복 봉제업체가 전투복 원단업체의 입찰을 받아 직접 구매해 조달하는 사급으로 바뀌었다.
이는 관급으로 원단 조달 시 총액제 계약과 희망수량단가제 계약 모두 1~2개 원단공급업체가 다수의 완제품 제조업체가 요구하는 납기에 원단을 공급하는 것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전투복 보급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원단 공급업체 간 출혈경쟁으로 예정가 대비 50~60%의 비정상 가격으로 낙찰되고 해외에서 생지를 생산 후 국내에서 날염공정만 거쳐 납품하는 사례가 증가했기 때문인데 이러한 부조리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투복 봉제업체는 봉제 가격에 원단 가격이 더해지면서 마진율 감소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동시에 전투복 원단 공급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적격심사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다. 적격심사는 투찰 후 최저 입찰가격을 제시한 업체 순위 1위에 대한 작업 수행 능력과 기술력을 검증 후 최종 낙찰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최저입찰가격에 따른 업체 간 출혈경쟁을 막고자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최저입찰 가격이 사실상 최종 낙차를 결정하고 있다. 실제 올해 전투복 관련 입찰 6건 중 적격 심사를 통해 낙찰순위 1위가 2,3위로 뒤바뀐 건은 2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방섬유 국산화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 품목을 다각화해 국산 소재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군 인력 감소에 따른 피복류 구매량이 매년 줄어들면서 피복류 예산도 삭감되는 추세를 감안해 현재 전투복 원단에서 기능성 방한복 등 기본피복과 특수피복 품목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국산소재 사용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산비용 상승, 원가 상승을 단가에 반영한 예산 책정이다. 아울러 사급 방식에 따른 전투복 봉제업체와 원단 공급업체의 마진을 보전해줌으로써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군납기업의 기술력과 소재, 그리고 패션기업 간 디자인을 결합한 협업 시도다. 미 해병대 2세대 ‘ILBE 배낭(80ℓ)’은 코듀라 나일론 소재로 캐나다 아웃도어 브랜드 아크테릭스(현재 안타스포츠 계열사)가 디자인을 맡고 미국 군사용 의류장비 전문 업체 프로퍼(Propper)가 제작을 맡아 고품질의 명품 배낭을 탄생시켜 군에 보급한 것이 대표적 협업 개발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민간기업 또는 브랜드의 우수한 디자인 능력과 품질, 기술을 인정하고 이들의 동참을 적극 장려해 민간기업의 자율적인 연구개발을 유도하고 있다.
◆ 국방부 예산, 첫 60조 원 돌파 그러나 피복류 예산은 5.6% 삭감…비중은 1% 밑돌아
2025년 국방부 예산은 처음 60조 원(61조2,469억 원)을 돌파했다. 이 중 전력운영비 중 하나인 피복류 예산은 5,980억 원으로 전년 대비 5.6% 삭감됐다. 더구나 저출산에 따른 병력 감소로 인해 피복류 예산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24년까지 1%대를 유지되던 피복류 예산 비중도 올해 들어 1%(0.96%)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국방부가 추진하는 피복류 주요 사업으로는 전투피복체계 품질 개선(639억 원), 간부보충피복비 단가 인상(422억 원), 위탁 세탁사업 확대(41억 원), 방탄복, 방탄헬멧 등 개인전투체계 확대(442억 원) 등이 추진된다.
특히 전투피복체계 품질 개선 사업의 경우 기존 방한피복류 8종 → 4종으로 통합 품질 개선사업에만 올해 693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조달청 나라장터를 통해 ‘기능성 방한복(레이어링) 제조(사업금액 약 575억2,536만 원/총 상하의 20만498벌)’와 ‘기능성 전투우의(레이어링피복) 제조(사업금액 약 117억4,744만 원/총 4만1,000벌)’ 총 9건의 최종 낙찰자가 선정됐다.
국방부는 2024년부터 ‘전투피복체계 개선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피복류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발전을 통해 전투력 발휘와 생존성 향상 목적이다. 방한피복류 8종(방상 내외피, 패딩형 동계점퍼, 방한복, 우의류) 내의 위에 착용하는 외의류를 전투피복체계 4종(방상 내외피, 기능성 방한복, 기능성 전투우위)으로 통합하고 기능성과 보온성 등 품질을 높이겠다는 것.
‘전투피복체계 개선사업’은 국방부의 ‘2023-2027 군인복지기본계획’에 따른 것으로, 피복 및 개인 장구류 품질과 기능성 향상을 추진 중이다. 이미 2023년까지 325억 원을 투입해 육군, 해병대 침구류를 기존 모포와 포단에서 상용 이불류로 교체하며, 32만 세트를 조달했다.
2024년 예산을 기준으로 군의 기본피복의 세부 품목별 예산을 살펴보자. 세부 품목별 예산을 보면 왜 우리가 전투복 외에 군 피복류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를 알 수 있다. 2024년 피복비 예산은 총 6,333억4,400만 원. 여기서 ‘기본피복’, ‘특수피복’, ‘개인용품’으로 나누어진다. 먼저 기본피복 예산은 3,741억8,400만 원으로, ▲전투복(632억9,000만 원) ▲개인방한피복류(379억3,800만 원) ▲운동복(684억5,600만 원) ▲특수비폭피복류(92억4,600만 원) ▲간부보충피복(391억200만 원) 등 총 12개 품목을 세분화된다.
다음으로 특수피복 예산은 총 1,949억500만 원으로, ▲방한피복류(125억6,100만 원) ▲침구(838억7,600만 원) ▲특수임무피복(798억6,800만 원) 등 총 4개 품목으로 세분화된다.
나머지 개인용품(일용품) 예산은 642억5,500만 원이다. 참고로 사병 1인당 기본피복비와 일용품비는 각각 110만 원대, 24만 원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2024년 기준 기본피복비는 119만3,826원, 일용품비는 24만6,005원으로 총 143만9,831원이다.
그렇다면 피복류 공급 단가는 어느 수준일까? 육군을 기준으로 ▲2024년 사계절 전투복 상의와 하의는 각각 3만5,840원과 3만2,940원으로 벌당 총 6만8,780원이다. ▲하계 전투복 상의와 하의는 각각 3만2,100원과 3만2,460원으로 벌당 총 6만4,560원이다. ▲2020년부터 보급하기 시작한 컴벳셔츠는 3만5,330원, ▲2021년부터 품질 개선품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패딩형 동계점퍼는 6만9,000원이다.
사계절 전투복 상하의 단가는 5년 새(2019~2024년) 약 39.87%(1만9,605원) 인상됐다. 같은 기간 하계 전투복 상하의 단가는 약 39.93%(1만8,422원) 인상됐다.
美, ‘자국산 군수품 100% 구매 강화’ 하원군사위원회, 베리 수정안 내 소액 구매 면제 조항 삭제 2년 이내 수입산 전투화 착용 금지 규정 제정 위한 ‘부츠법’ 신설
국방섬유 국산화의 롤 모델인 미국이 최근 군수물자 조달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연간 6,000억 달러의 미국 연방조달 시장과 미군의 군수물자 조달의 핵심 축은 ‘자국 우선 구매(Buy First America)’와 ‘베리 수정안(Berry Amendment)’이다.
이 중 베리 수정안이 더욱 강화된다. 7월 11일 미국 하원 군사위원회(HASC)에서 ‘2026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다음해 국방부 예산/정책 승인)’이 통과됐다. 국방수권법에는 미국산 군용 신발과 섬유 사용을 장려하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자국산 전투화 착용 장려 및 자국 전투화 생산기업 지원 목적으로 ‘군대 장비 강화법 (Better Oufitting Our Troops, 일명 ‘부츠법(Boots Act)’)’이 신설되어 2년 이내에 미국 국방부 장관이 군인이 군복의 일부로 선택적 전투화를 착용하는 금지 규정을 제정해야 한다. 단 해당 전투화가 미국산 소재로 미국에서 제조된 경우는 예외다.
현재 미군 보급 전투화는 크게 고온용, 사계절용, 동계용(일반 및 극한지), 산악용 4가지로 구분된다. 보급 전투화는 군인공제회에서 독점 공급하는 우리 군과 달리 많은 군납기업들이 군이 제시한 밀 스펙(AR 670-1)을 충족한 제품을 납품 받는다. 또 해병대를 제외한 미 육군과 공군은 보급 전투화 외에도 PX나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한 나이키, 리복 등 스포츠브랜드들이 생산하는 사제 전투화 착용을 허용하고 있다.
아울러 베리 수정안의 법정 면세로 인해 생긴 허점을 메우는 조항도 포함됐다. 국방부는 100% 미국산 섬유 및 의류를 구매하도록 규정했다. 그간 베리 수정안의 소액 구매 면제 조항으로 인해 미군은 자국산 외에 외국산 섬유제품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미국 섬유제조업체들의 막대한 손실을 초래했다. 현재 이 면제 조치는 미군이 15만 달러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외에서 섬유제품을 조달하도록 허용하고 면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베리 수정안에 포함돈 면세 조항을 삭제하고 미국 섬유생산업체의 조달을 장려한다는 목표다.
이번 결정에 대해 전미섬유연맹(NCTO) 킴벌리 글라스(Kimberly Glas) 회장은 “미국산 군용 섬유제품 조달 강화 및 베리 개정안 준수를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했다.
미국 섬유의류산업은 국방에 핵심적인 전략적 기여를 하며, 매년 8,000개 이상의 제품을 군 장병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미국 정부에 첨단 기능성 부품을 공급하며, 여기에는 매년 18억 달러(한화 2조4,994억8,000만 원) 이상의 필수 군복 및 장비가 포함된다.
◆ 자국 공급 혼돈…안보 공백 우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 구매가 국방 조달시장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된다. 베리 수정안이 강화되기 이전에는 미국은 해외 생산기지를 활용해 다양한 물품을 조달 받았다. 예를 들어 전투용 장갑은 한국, 카멜 백은 필리핀, 속옷은 코스타리카 등 우방국을 통한 외주생산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베리 수정안이 강화되면서 생산 공장들이 미국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높은 인건비 등 요인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미군 개개인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기 시작했다. 특히 장비가 손실됐을 경우 비용은 주급에서 공제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 부담은 생산비 증가와 더불어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내 생산기지 가동이 중단되면서 ‘미군 보급망’이 혼란에 빠졌다. 적시적소에 군수물자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안보 공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리고 중국은 이러한 혼란을 가장 잘 활용했다. 중국은 코로나 상황에서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앞세워 24시간 공장을 풀로 돌렸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짝퉁 멀티캠(MultiCam, 군복위장무늬) 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됐다.
마지막으로 미국 내 많은 기업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중국은 이를 기회로 여러 미국 기업들을 인수하기 시작했다. 인수된 기업 중 하나가 ‘아크테릭스(Arc’teryx)’다. 방산기업은 아니지만 고어텍스와 함께 미군 피복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2019년 중국 스포츠기업 안타스포츠(Anta sports)에 인수되면서 특수전 부대의 피복 및 전투복 관련 기술들이 중국으로 이전되는 사태가 발생한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미 의회와 국방부는 한층 처 자국 섬유제품 사용 및 자국 생산을 장려하며, 안보 공백의 우려를 잠재우고 노력하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섬유패션산업 발전과 함께하는 경제전문 언론 TIN뉴스 구독신청 >
이 기사를 후원하고 싶습니다.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큰 힘이 됩니다.후원금은 인터넷 신문사 'TIN뉴스' 발전에 쓰여집니다. ![]()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