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당동에 위치한 아카이브 공간 압도아카이브(APDO ARCHIVE)에서 프랑스 기성복 디자이너이자 현재 캐나다구스와 톰 포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 중인 하이더 아커만(Haider Ackermann)의 아카이브 전시 ‘낭만의 정원’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압도아카이브(대표 김진일)가 직접 기획 및 진행한 것으로, 단순히 옷을 ‘보는’ 전시를 넘어 패션을 입고 느끼는 감정의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저를 패션에 세계로 이끈 이 디자이너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번 전시는 압도아카이브 김진일 대표가 20대부터 직접 수집해온 하이더 아커만의 컬렉션 피스들로 구성된다. 의류 제조업 기반에서 출발한 압도아카이브는 그동안 축적해온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이제는 디자이너의 미학과 철학에 집중하는 전시 문화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이번 하이더 아커만 전시는 그 시작점이다.
김진일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막연하게 패션을 꿈꾸다 하이더 아커만의 옷을 보고 확신을 갖게 됐다. 대학에 들어가 아르바이트와 인턴을 하며, 하나하나 수집한 옷들이 이번 전시에 담겨 있다”고 말했다.
"조화가 아닌 생화" — 변화의 철학을 담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상징적인 요소는 단연 ‘생화’다. 압도아카이브는 꽃을 단순한 장식이 아닌, 하이더 아커만의 철학을 시각화하는 매개로 사용했다.
“그는 어떤 틀에도 얽매이지 않아요. 늘 낯선 방향으로 이동하죠.”
김 대표는 이번 전시에서 조화가 아닌 생화를 선택했다. 생화는 멈추지 않고, 공간의 온도와 습도, 빛에 따라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피고 시들기 때문이다. “그 유동성과 예측 불가능성이 하이더 아커만의 자유로움과 가장 닮아 있다고 느꼈다”고 말한다.
전시 공간에 놓인 꽃은 매일 다르게 변한다. 이는 고정되지 않는 디자이너의 미학을 상징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하이더 아커만의 자유롭고 방랑적인 감성을 오감으로 체험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한 번의 방문이 아닌, 시간에 따라 달라지는 전시의 얼굴을 여러 번 경험하길 권하는 이유다.
“입어보세요. 패션은 옷을 입는 그 순간, 감정의 형태로 완성됩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관람객이 실제로 전시된 옷을 착용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압도아카이브는 패션 전시임에도 착용을 허용하는 드문 공간이다. “사이즈가 다 맞지 않더라도 손이라도 넣어보세요. 하이더 아커만 옷 안쪽엔 보이지 않는 디테일이 다 숨어 있거든요.”
김 대표는 특히 2017/18 시즌의 파란 수트 쇼피스를 가장 아끼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 작품은 실제 런웨이에서 사용된 피스로, 기성복 제작 이전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김 대표는 “이 수트는 직선적이고 수직적인 봉제선과 다트 위에 자유롭고 비정형적인 패턴의 선들이 겹쳐져 2차원의 선이 조화를 이루는 작품이다. 이중적 선의 대비가 하이더 아커만의 2017/19 시즌 테일러링의 장점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디자이너 전시가 열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전시를 기획한 배경에는 한국 내 디자이너 아카이브 전시의 부족함에 대한 아쉬움에 있었다. 김 대표는 과거 연남동에서 열렸던 라프 시몬스 아카이브 전시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고, 그 이후 “한국에도 디자이너의 놀이터 같은 전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에선 더 작은 공간에서도 전시를 한다. 한국에서도 패션을 사랑하는 이들이 옷을 보고, 입고,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전시는 단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경험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열린 무대가 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계속된다. 하이더 아커만 전시가 종료된 이후에도 압도아카이브는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피비 파일로, 라프 시몬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아카이브 전시는 물론, 자체 소장 자켓 컬렉션 전시, 독립 서점, 대학생을 위한 공예 공모전도 예정돼 있다.
‘낭만의 정원’은 6월 15일까지 압도아카이브(서울 중구 신당동)에서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패션을 옷 너머의 감정으로 경험해보고 싶다면, 그리고 입체적인 디자이너의 세계를 느껴보고 싶다면, 지금 이 정원 속으로 걸어 들어가 보는 것은 어떨까.
■ 전시 정보 • 전시명: THE GARDEN OF ROMANCE, MY HAIDER ACKERMANN ARCHIVE 〈낭만의 정원, 낭만의 정원, 나의 하이더 아커만 아카이브〉 • 장소: 압도아카이브 (서울특별시 중구 다산로31길 50-13 압도코퍼레이션 사옥 1층) • 기간: 2025년 5월 15일~6월 15일 •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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