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나비의 날갯짓, 변화의 시작이 되다”

김상현 취재팀장

TIN뉴스 | 기사입력 2025/06/09 [17:09]

▲ 6월 4일,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겠다”며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난이 아닌 배려, 분노가 아닌 연대, 회피가 아닌 책임의 방향으로 이제 우리 각자가 다시 날갯짓할 차례다. © TIN뉴스

 

주말 오후, 오랜만에 동네 미용실을 찾았다. 평소 자주 가던 단골집이었고, 가격도 합리적이어서 만족도가 높았다. 하지만 그날은 손님이 유독 많아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자리에 앉았는데, 낯선 직원이 다가왔다. 피곤에 지친 표정, 무표정한 태도, 툭툭 끊기는 말투. 처음부터 뭔가 불편함이 감돌았다.

 

그의 손길은 성의 없었고, 머리는 몇 분 만에 대충 마무리됐다.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온 건 실망뿐이었다. 불쾌한 기분은 집에 돌아와서도 가시지 않았고, 며칠간 나도 모르게 주변 사람들에게 짜증 섞인 말투를 쓰게 되었다. 당시엔 단순히 기분이 상한 하루로 여겼지만, 돌이켜보니 그것이 하나의 나비효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 61년 제시한 나비효과는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갯짓을 하면 텍사스에 토네이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비유로 유명하다. 이 이론은 단순한 기상 현상을 넘어 경제, 사회, 역사 전반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인용된다. 작은 변화가 상상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일상의 무게를 되새기게 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도 수많은 ‘나비효과’가 존재한다.1919년 2월, 일본 도쿄에서 조선인 유학생들이 발표한 2·8 독립선언은 3·1운동의 기폭제가 되었고, 이는 임시정부 수립과 무장 독립운동의 강화로 이어졌다. 1909년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은 단순한 개인의 의거를 넘어 조선의 독립 의지를 국제사회에 각인시켰고, 이후 독립운동 정신의 상징으로 남게 되었다.

 

민주화운동도 마찬가지다. 1979년 부산과 마산에서 시작된 부마항쟁은 박정희 유신 정권의 붕괴를 촉진시켰고,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대통령 직선제 도입이라는 정치적 대전환으로 이어졌다. 또한 전태일 열사의 분신은 한국 노동운동의 불씨가 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노동 인권의 출발점이 되었다. 작은 행동이, 단순한 외침이, 한 개인의 용기가 거대한 변화를 만들어낸 셈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남녀 갈등, 세대 갈등, 지역 대립, 이념 충돌, 계층 간 불균형. 어느 하나 쉬이 해결되지 않는 골 깊은 문제들이 나비처럼 날갯짓하고 있다. 정치적 견해의 차이는 곧 혐오로 이어지고, 언어의 폭력은 종종 물리적 폭력으로 확산된다. 심지어 무차별 범죄마저 ‘분노의 전염’처럼 퍼지는 현실이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작은 움직임’을 선택해야 할까? 6월 4일, 제21대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공존과 화해, 연대의 다리를 놓겠다”며 국민통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통합은 유능의 지표이며, 분열은 무능의 결과”라는 선언은 현시점에서 매우 상징적인 메시지로 읽힌다.

 

비난이 아닌 배려, 분노가 아닌 연대, 회피가 아닌 책임의 방향으로 이제 우리 각자가 다시 날갯짓할 차례다. 작은 배려 하나, 따뜻한 말 한마디, 성실한 태도 하나가 사회 전체의 공기를 바꿀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 섬유·패션인들도 새로운 시대의 긍정적 변화에 앞장서야 할 시점이다. 

 

사회 갈등과 불확실성 속에서 묵묵히 대한민국 산업의 한 축을 지탱해온 우리야말로, 새로운 경제의 불씨를 일으킬 긍정의 나비효과의 주역이 될 수 있다. 섬유 한 올 한 올이 직조되어 하나의 옷을 이루듯, 우리의 작은 노력이 모여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에 따뜻한 결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김상현 취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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