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과 동시에 숨 고를 여유도 없이 공식 업무를 시작했다. 이사장 취임 이후 한 달의 절반은 대외업무 활동을 나머지 절반은 경영인으로의 양 쪽 삶을 100일째 이어오고 있다. 내 회사에만 오롯이 쏟았던 시간과 열정에서 그 반을 떼어내 이사장으로 대외활동에 전념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간을 쪼개고 조합과 회사에서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조차 매순간 결정과 판단 앞에서 고민해야만 했다. 그러나 앞으로 3년 9개월이라는 시간이 까마득하게 남아 있다.
박 이사장은 “80여개 조합사와 임직원들 그리고 내 회사 임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는 무거운 압박감이 양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여기에 경영 악화로 조합사들 관심과 협조가 더욱 아쉬운 요즘”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조합사들의 경영 악화가 걱정이다. 사실 반월염색공단 뿐 아니라 타 염색공단들도 일부 공장을 제외하곤 대부분 주 4일 근무가 정착화된 것이 현실이다.
현재 반월염색공단 내에서 신한산업과 함께 소위 가장 잘 나간다고 정평이 나 있지만 내 회사만 잘 돼서는 안 된다. 염색공단이라는 한 울타리 안에서 주변 공장들도 함께 성장하고 활기를 띄어야 기업은 물론 공단의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폐수 유입량 감소는 우려된다. 박 이사장은 “5월 기준으로 폐수 유입량이 8~9% 정도 줄면서 이 추세로 간다면 올해 1,200만 톤을 밑돌 수 있다. 금액으로는 10억 원 이상 조합 매출액이 줄어든 셈”이라면서 “공단에 염색업체들이 유입되거나 아니면 이업종 중에서도 폐수처리를 필요한 업체들이 유입된다면 어느 정도 손실을 만회할 수 있는데 섬유패션업종 뿐 아니라 타 산업도 어려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결국 조합이 존재하는 것은 조합(기업)들이 있어야 조합의 존재의 이유도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폐수처리비용 등 조합사들의 비용 부담 경감을 우선 시하겠다고 강조했다.
◆ 선도형 지역산업 연계형 협업과제 지원사업 추진
녹록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박 이사장은 올해 조합의 우선순위 과제였던 ‘뿌리산업 특화단지 지원사업(선도형 지역산업 연계형 협업과제)’에 최종 선정됐다. 사업기간은 지난 5월 16일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와의 사업 계약 체결을 시작으로 2027년 12월까지 3년 간 추진된다.
총 지원 규모는 국비 24억 원, 도와 시비 6억 원 그리고 나머지 조합이 부담하는 형태로 연간 10억 원 내외 사업비가 지원된다.
이번 지원사업은 크게 ‘공동 활용 시설 개선사업’과 ‘공동혁신 활동’ 2가지에 중점을 두어 추진된다. ‘공동 활용 시설 개선 사업’의 경우 ▲탈수기 및 폐수처리 공정 개선(환경시설 개선을 통한 폐기물 발생량 저감으로 자원순환 및 탄소중립 정책 기여/생물학적 처리 시스템 도입으로 폐기물 발생량 감소) ▲폭기조 공정 개선 ▲기업 지원 통합플랫폼 구축(뿌리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스트림 간 상호 정보교류/통합플랫폼(교육 및 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뿌리기업 활성화/근로 역량 및 전문기술 습득을 위한 교육 추진) 등 3개 세부사업이 추진된다.
‘공동혁신 활동’은 ▲부천대학교 섬유패션비즈니스학과와의 공동 인력양성(맞춤형 교육과정 개발, 교육 인프라 구축, 공유 세미나 개최, 취업 연계 프로그램 개발) ▲글로벌 친환경 신소재 개발 및 비즈니스 활성화(친환경 시제품 제막/친환경 인증 취득/바이어 맞춤형 컨설팅 및 마케팅 공동전시) ▲디지털 데이터 기반 저탄소화 공정혁신(환경 모니터링 시스템 개발 및 구축/탄소배출 검증 및 공정 최적화/스마트 팩토리 및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구축) 등 총 3개 세부사업이 추진된다.
◆ 환경 개선 및 폐수처리비용 절감 위한 노후 설비 리모델링
박 이사장은 올해 자신의 공약이었던 환경 개선, 폐수 유입량 급감에 따른 재정 상황 개선과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 노후화된 폐수처리장 개보수 및 생물학적 처리조 증설을 통해 폭기조 처리효율을 높여 폐수처리 원가절감 실현 및 고농도 외부 폐수 유입 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폭기조 공정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폐수처리장에서 발생하는 슬러지 저감을 위하여 탈수시설의 리노베이션을 통해 악취 방지 및 폐기물 저감 및 자원순환 실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합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열린 조합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매월 조합 소식과 정부나 지자체 지원사업 등의 정보를 담은 자료집을 만들어 염공회(반월조합 염색업체 친선 모임)을 통해 배포하고 직접 설명하는 식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조합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 안정적인 회사 운영은 이사장 임기 완수의 원동력
박 이사장은 “다행히 임기를 마칠 때까지는 회사도 안정적으로 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사장으로서 전념할 수 있는 원동력은 생산과 경영의 분담화에 기반한 회사 운영과 재정이다. 창업 초기부터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신금숙 부사장이 생산과 관리업무를 챙기고 오롯이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수십년간 쌓아온 신뢰와 시스템이 비로소 빛을 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영동텍스타일의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18.52%, 16.74%에 달했다. 이는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18.2%)과 순이익률(14.7%)을 웃도는 수치다. 또한 섬유패션업종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5%만 넘어도 꽤 높은 마진이라고 평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간 알짜배기 경영을 해왔다는 것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빅토리아텍스타일을 통해 2021년부터 첫 거래를 시작한 룰루레몬은 후가공 부문 협력사 중 납품물량의 70%를 책임지며, 2년 연속 연평균 25% 이상 매출 신장률을 기록,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여기에 벤더인 빅토리아텍스타일은 물론 최근 룰루레몬 본사와도 직접 협약을 체결하면서 힘이 실리고 있다.
또한 최근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 에이치씨이아이(HCEI)가 신영증권을 인수금융 파트너로 낙점하고 빅토리아텍스타일 인수를 추진 중인 가운데 빅토리아텍스타일이 인수된다 하더라도 일단은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영동텍스타일의 워싱가공기술은 룰루레몬은 물론 동종업계 애슬레저 브랜드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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