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섬유수출입협회(회장 방주득·이하 ‘섬수협’)가 국내 화섬 직물업체들의 해외시장 판로 개척의 일환으로 스리랑카 수도 콜롬보에 현지 사무소를 개소한다. 3월 19일 개소식이 예정된 가운데 현재 13개 협회 회원사가 참가를 신청하는 등 관심을 나타냈다.
방주득 회장에 따르면 스리랑카 섬유산업은 면 기반 직물을 자체 생산을 통해 커버하는 반면 화섬 직물은 기반이 취약해 현재 중국으로부터 전량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1월 20일 들어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60% 수입 관세 부과를 천명하면서 이미 중국 내 제조기업은 물론 중국 기반 바이어들 등 탈중국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이에 섬수협은 국내 화섬 직물업체들이 탈중국화에 따른 스리랑카 직물시장에서의 수혜를 적극적으로 지원코자 현지 개소를 결정했다. 아울러 스리랑카가 사무소로 낙점된 배경에는 방주득 회장이 운영 중인 덕산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노하우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보인다.
2015년 설립된 베트남 현지 법인 ‘덕산 비나(Dusksan vian)는 베트남 꽝남성 땀탕공단 인근 부지에 스리랑카 의류 제조 대기업과 합작해 설립한 법인(생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가동을 준비 중이다. 양사는 오랜 세월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어 스리랑카 화섬직물 시장의 변화와 트렌드 등 다양한 노하우를 섬수협 사무소에 전수해 이를 회원사들과 공유하고 국내 화섬직물업체들의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 회장은 앞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베트남 공장이 일시적으로 힘들겠지만 ‘잘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올해 증설을 계획 중이고, 합작법인 파트너사와 각사 지분만큼의 증설 자금을 출자해 기계 발주 등 증설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방 회장은 1월 7일 ‘2025 섬유패션인 신년인사회’를 통해 개소식 소식을 전했다. 방 회장은 “현재 운영 중인 당사(덕산엔터프라이즈)의 베트남 공장이 흘러가는 걸 지켜보니 작년 하반기부터 갑작스럽게 변화하는 모습을 직접 확인했다. 1월 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중국 수입산에 대한 60% 관세 폭탄을 부과한다고 하니 바이어들이 알아서 중국에서 탈출하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그 수혜를 한국 화섬 직물 기업들이 입기를 희망한다”면서 “원단 측면에서 전 세계 화섬 직물 생산의 90% 가까이 중국이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탈중국화 이후 바이어들도 중국 이외 다른 생산처를 찾아가고 있다. 우리 회사도 이러한 움직임을 대비해 증설을 서두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비록 중국의 화섬 직물산업이 많이 성장했으나 이는 한국과 대만의 기술을 통해 발전한 것이고, 이제는 관세 때문에 바이어들이 중국을 회피하면서 우리나라 화섬기업들에겐 희망이 생기지 않겠나 싶고 분명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스리랑카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염색한 합성필라멘트사 직물 수입은 2020년 727만5,000달러, 2021년 1,708만 달러, 2022년 2,615만 달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주요 수입국으로는 대만이 1위, 중국과 프랑스, 미국, 독일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6위다.
그러나 2023년 1~7월 기준으로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중국이 대만을 3위로 밀러내며, 1위로 올라섰으며, 프랑스는 2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 역시 10위로 밀려났다. 한국은 2021년에는 10.45%로 세 번째로 높은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6위, 10위로 떨어지며, 감소세다.
‘스리랑카 K-Textile 쇼룸’ 설립 한편 섬수협은 스리랑카 시장 진출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23일 스리랑카 현지 섬유전문 에이전시 ‘Brushes&Needles’와 K-textile 쇼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글로벌 공급망 다각화에 따라 새로운 의류생산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남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교두보 마련을 위함이었다. 특히 20년 이상의 섬유산업 경력을 보유한 Brushes&Needles의 Srimal Wickremasinghe 총괄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참석해 양측 간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K-Textile 쇼룸’은 Victoria’s Secret, Calvin Klein, Tommy Hilfiger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입주해 있는 콜롬보 중심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현재 디케이엔디, 지비전인터내셔널, 한은텍스를 포함한 13개의 국내 유수 섬유기업이 참여를 확정했다.
韓 섬유기업, 스리랑카 진출사(史) 한편 과거 스리랑카에는 국내 섬유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했다. 1977년 한국과 스리랑카 간 수교 이후 1978년 덕성무역의 의류공장 건립을 시작된 한국의 스리랑카 투자는 1980년 후반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덕성무역은 현지 무역전문업체인 스리크리쉬나사와와 합작법인인 ‘코리아랑카카먼트’를 설립했다.
그리고 1980년 들어 스리랑카 정부가 외투기업 유치를 장려하기 위한 지원정책을 내놓자 갑을방적은 1989년 현지 국영기업을 모태로 ‘갑을랑카’를 설립됐다. 직원 수만 4,200명 정도였다. 같은 해 대구경북직물조합 소속 7개 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대구랑카’는 대구에서 들여온 구형 셔틀직기 300대로 폴리에스터 직물을 생산을 시작했으며, 전량 미국으로 수출했다.
1991년 효성티앤씨㈜의 모체인 동양나이론은 스리랑카 정부와 스리랑카 CPC 나일론공장 인수 계약을 체결한 직후 다음해인 1992년 2월 ‘랑카합섬(LSFC)’을 설립했다. 당시로서는 스리랑카에서 유일한 화섬메이커였다. 이어 이랜드도 봉제인력 확보를 위해 1993년 ‘엘피스랑카(봉제)’를 설립하며, 스리랑카에 진출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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