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통상임금 범위 확대’

고정성 폐지 및 조건부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경총, “기업의 연간 인건비 부담 6조7,889억 원 증가할 것”

TIN뉴스 | 기사입력 2025/01/07 [15:43]

 

대법원이 지난달 19일 ‘현행 통상임금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취지의 통상임금에 관한 2건의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하면서, 산업계가 임금 부담을 우려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판결은 2013년 12월 18일 선고 2012다89399 전원합의체 판결(이하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 현대자동차와 한화생명보험 소송 건) 선고 이후 약 11년 만에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변경한 판결이다.

 

특히,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통상임금의 개념 징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함으로써,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만을 기준으로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재직조건부 상여금’, ‘근무일수 조건부 상여금’ 등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판례 변경은 기업의 인사노무정책과 노사관계에 중대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임금의 개념과 판단기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통상임금)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을 말한다.

 

즉 노동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한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가능성에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여기에는 재직 조건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통상임금은 법적 기준으로서 초과근로수당, 연차수당, 퇴직금 등의 각종 법적 수당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가장 민감한 부분은 야간, 연장, 휴일수당 등이다. 해당 수당의 지급 기준은 통상임금의 1.5배이고. 8시간 초과 근무 시 2배를 지급해야 한다. 이 기준이 되는 것이 통상임금이기 때문에 해당 금액이 올라야 전체적인 수당이 올라갈 수 있다.

 

이러다보니 노조와 사용자 간에는 성과급,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를 두고 논쟁이 발생한다. 또한 통상임금을 둘러싼 소송과 법적 분쟁 가능성도 있다.

 

해당 임금 정의가 모호하면 노사 간 소송으로 번지고 상여금과 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를 놓고 대규모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통상임금이 확대 시 추가 비용 부담이 생기고, 정기상여금이나 성과급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초과근로수당과 퇴직금 지급액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법원은 2013년 한화생명과 현대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 상고심을 통해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특히 한화생명보험 전·현직 근로자들은 당시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자에게만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기준으로 시간외근무수당 등의 차액을 청구했다.

 

이 사건의 첫 번째 정점은 정기상여금에 부가된 지급일 현재 재적 중인 자라는 조건의 효력이다. 즉 재직자에게만 상여금을 주는 것이 법적으로 유효한지가 문제가 됐다.

 

두 번째 쟁점은 해당 상여금이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을 충족하는 여부다. 재직 조건으로 받는 상여금은 조건이 붙는데 이 금액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법원은 판결에서 통상임금에 대한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

근로기준법 제2조 1항 6호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근로자에게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의미한다. 즉 지급 조건 없이 근로 제공의 대가로 일정한 주기에 따라 지급되어야 통상임금으로 인정된다는 것이었다.

 

특히 대법원은 고정성 요건의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지급 조건이 부가된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 재직 조건은 일정 시점에 근로  관계 유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고정적 지급성이 결여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만 지급하는 상여금은 고정적 임금이 아니므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11년 만에 기존 판례 변경


 

그리고 또 다시 2024년 12월 19일 대법원은 통상임금에 대한 기존 판례를 11년 만에 변경했다. 이번 판결은 한화생명보험과 현대자동차의 전·현직 근로자가 제기한 임금 소송에 나온 것이다.

 

대법원은 통상임금의 판단 기준에서 고정성 요건을 폐지하고, 소정근로 대가성을 중심으로 개념을 재정립했다. 이는 기존의 ①정기성(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함) ②일률성(모든 근로자나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도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어야 함) ③고정성(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의 충족 여부와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예정되어 임금의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어야 함)이라는 3가지 기준 가운데 고정성을 제외한 것이다.

 

즉 ‘고정성’은 초과 근로 시 지급 여부가 성과 및 기타 추가적인 조건과 상관없이 이미 확정된 것이면 고정성을 가진다고 판단하며, 이는 통상임금에 포함된다. 예를 들어 고정 임금은 소정 근로시간을 근무한 근로자가 다음 날 퇴직하더라도 근로의 대가로 당연하고도 확정적인 금액을 지급받게 되는 최소한의 임금을 일컫는다.

 

대법원은 고정성 기준을 폐지한 근거로 ①근로기준법 시행령을 비롯한 근로관계법령에는 고정성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다는 점 ②고정성 개념은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킨다는 점 ③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점 등을 들었다. 또한 고정성 요건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부당하게 축소시키고 통상임금의 강행성을 약화시킨다고 봤다.

 

새로운 판례에 따르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이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완전히 제공하면 그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은 조건의 유무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재직 조건부 임금의 경우 재직은 소정근로 제공의 당연한 전제이므로 재직조건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일수 이내의 조건인 경우 통상임금에 해당되나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조건부 임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다만 대법원은 법적 안정성과 신뢰 보호를 위해 새로운 법리는 판결 이후부터 적용하며, 소급 적용은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들로 한정했다.

 

대법원은 판결의 실질적 영향을 설명코자 가상 사례를 제시했다.

[가상 사례] 회사원 A씨는 매월 기본급 200만 원과 짝수 달마다 정기상여금 100만 원을 받았다. A씨는 20년간 근무 후 퇴직했고 회사는 퇴직금 계산 시 기본급 200만 원만을 기준으로 산정했다.

 

회사는 정기상여금이 재직자에게만 지급되는 조건부 급여이기 때문에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기업들은 앞으로 A씨와 같은 경우에 정기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

 

쉽게 설명하면 즉 고정성은 통상임금이 아니었던 기존과 다르게 되면서 재직 기준으로 받던 상여금이 모두 통상임금이 됐다. 이로 인해 비슷한 체계로 급여를 받고 있는 근로자들의 통상임금 상승 혜택이 예상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러한 통상임금 산정 방식 변경으로 기업들의 연간 인건비 부담이 6조7,889억 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연간 9만2,0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규모의 인건비라고 분석했다.

 

산업계와 법조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근로자의 임금 수준 향상에는 긍정적이나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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