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美 이어 ‘강제노동 규제 움직임’

美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금지 규칙’ 제정 추진
EU집행위, 지난해 12월 ‘공급망실사지침’ 합의 타결…발효 앞둬

TIN뉴스 | 기사입력 2024/02/12 [20:16]

 

미국의 위구르강제노동금지법(UFLPA)으로 촉발된 ‘강제노동’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의 공급망에 켜진 또 다른 경고등-강제노동 규제 동향과 우리 기업 대응방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UFLPA는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제품을 일단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해 수입을 금지하며, 중국산 원료나 소재·부품을 사용한 제3국산 제품까지 광범위하게 제재하고 있다. 

 

2022년 6월 21일 UFLPA 시행 이후 누적 22억500만 달러, 약 2조9,553억원에 달하는 수입품이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의심되어 통관 보류되었고 이 중 43%에 대해서만 보류가 해제됐다. 당초 동 법 적용 우선순위 품목으로 면화, 토마토, 폴리실리콘이 지정되었으나 현재 전기차 배터리, 알루미늄 등 자동차 부품과 산업용 원부자재까지 제재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참고로 2023년 기준 전자제품(2,932건), 의류·신발·섬유(1.903건), 산업용 원부자재(1,083건) 순이다. 특히 통관 보류 대상의 최종 선적지 기준 중국 비중은 13%에 불과하나 말레이시아(53%), 베트남(26%) 등 제3국산 제품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는 신장위구르산 원재료나 소재부품을 제3국으로 들여와 추가로 가공, 제조 또는 조립하거나 제3국을 통해 우회 수출하는 경우도 제재하기 때문이다.

 

EU도 미국의 UFLPA와 유사한 ‘강제노동 결부 상품 수입금지 규칙(Regulation on prohibiting products made with forced labour on the Union market)’ 제정을 추진 중이다. 동 규칙의 집행위 초안은 완제품 뿐 아니라 소량의 부품까지 규제하며, EU로의 수입 뿐 아니라 EU 시장 내 출하·판매 및 EU를 통한 역외 수출까지 금지한다.

 

강제노동 사용 여부에 대한 입증책임과 관련해 집행위는 각 회원국의 관할당국으로 제안했으나, 의회는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미국 UFLPA와 같이 입증책임을 기업에 부과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2024년 초 입법 예정인 동 규칙이 시행되면 중국산 태양광 패널 및 전기차, 핵심광물 제재에 활용될 수도 있다.

 

 

소량 부품 및 EU 통한 역외 수출까지 제재

 

집행위 초안은 미소기준을 규정하지 않아 소량의 부품까지도 규제하며, 강제노동 생산품의 EU 역내 출하·판매 및 EU를 통한 역외 수출까지도 금지한다.

 

(적용대상) WTO 비차별 원칙을 고려해 초안은 중국 신장위구르 등 특정 국가나 지역을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았으며, 원산지·품목·생산자와 무관하게 강제노동과 결부된 모든 상품에 적용 가능하다. 다만 사실상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의 강제노동을 염두에 둔 법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며, UFLPA에 근거해 미국으로의 수입이 금지된 제품의 경우 향후 EU에서도 조사제재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제재범위) 강제노동 생산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UFLPA와 달리 동 법안은 EU시장 내 출하판매 및 EU를 통한 역외 수출까지 금지한다.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판별될 경우 세관에서 수입·수출 잠정 중단 및 폐기하며, 이미 EU 시장 내 유통 중인 상품은 기업이 자체 비용을 부담해 회수 조치를 한 후 폐기해야 한다. 기업이 각 회원국 관할 당국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 각국 국내법에 따라 벌금 등 벌칙 부과가 가능하다.

 

또한 집행위 초안에서는 강제노동 사용 여부에 대한 입증 책임이 각 회원국의 관할당국에 있었으나, 의회는 미국 UFLPA와 같이 입증 책임을 기업에 부과하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집행위 초안에 따르면 각 회원국의 관할 당국이 입증책임을 부담해 강제노동 관련 예비조사 및 본 조사를 시행한다.

 

동 법안은 초안 상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적용될 예정이나, 중소기업의 ESG 역량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점을 고려해 조사 개시 여부 결정 시 대상기업 규모 및 의심 상품의 수량을 참작하도록 해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이 우선순위다.

 

관할당국은 모든 필요한 현장실사를 수행할 권한을 가지며, 역외국의 동의 하에 해당 역외국에서도 실사 수행이 가능하다. 단 관할당국은 예비조사 단계에서 기업이 강제노동과 무관함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할 수 있으며,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보와 증거를 제출하지 않거나 실사를 통한 수집이 불가능한 경우 이용 가능한 정보에 기초해 판단할 수 있어 기업은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필요가 있다. 

 

의회 수정안은 지난해 10월 16일 유럽의회 국제통상위원회와 내부시장위원회는 EU 집행위가 고위험 지역·품목을 지정하고, 해당하는 수입품에 대해 입증책임을 기업이 부담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채택했다.

 

중국 외 아태지역 강제노동

동남아시안 제품 제재 증가가능성 높아

 

 

EU의 공급망실사지침도 지난해 12월 14일 3자(집행위-이사회-의회) 합의가 타결되어 발효를 앞두고 있다. 동 지침은 기업의 자회사·협력사 등을 포함한 공급망 전반에 대한 인권·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며, 강제노동도 실사 내용에 포함한다. EU 역외기업이라도 EU에서 일정 규모 이상 매출이 발생하면 적용받고, 실사 의무를 위반할 경우 매출액에 비례하는 과징금이 부과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강제노동 무역 제재와 관련해 기업이 직면하는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첫째, 미국과 EU의 강제노동 규제 법안은 기업이 극소량의 소재·부품까지 추적·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산업 밸류체인이 복잡하고 중국산 원재료나 소재·부품을 제3국에서 추가 가공, 조립하는 경우가 늘어나 공급망 관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둘째, 미국 UFLPA의 엄격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강제노동 생산품으로 추정되는 중국 신장위구르산 소재·부품에 대한 태양광·전기차·배터리 등 공급망의 의존도가 여전히 높아 기업의 주의가 필요하다. 셋째, 중국 당국은 안보를 명분으로 엄격한 통제정책을 시행하고 있어 중국 또는 신장위구르 소재 협력업체와 거래하는 기업이 공급망 상 강제노동 결부 여부를 실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EU 강제노동 생산품 제재 법안은 美 UFLPA와 달리 전 지역에 걸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으며, 특히 동남 아시아산 제품에 대한 제재가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강제노동 피해자 수가 1,510만 명으로 전 세계 약 2,760만 명의 55%를 차지해 제재 대상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내 강제노동과 같은 정부 주도의 강제노동은 14%에 불과하나 나머지 86%는 민간 부문에서 발생되며, 그 중 제조업 비중이 18.7%를 차지한다. 최근 해외 다국적 기업이 동남아시아 사업장 내 이주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 수수료 부과, 여권 압수, 부채 속박 등 강제노동 혐의로 제소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공급망 재조정 시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 발굴 및 품질 저하 문제 감안

 

 

다만 강제노동 위험이 발견되어 공급망을 재조정할 경우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 발굴의 어려움이나 원가상승, 원자재부품의 품질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함께 감안해야 한다.

특히 신장산 면화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가 중국 내 불매운동의 대상이 되었던 H&M, 버버리 사례와 같이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에 대해 공개적으로 조치를 취할 경우 중국 내 사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실례로 파타고니아의 경우 중국 신장위구르산 면화를 조달했으나, 점차 해당 지역에 대한 접근이 제약되어 공급업체의 강제노동 사용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해지면서 2020년 중국 공급업체와의 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페루에 소재한 공급업체로 전환했으나 유기농 면화를 조달하지 못해 10년 이상 판매한 일부 제품을 단계적으로 단종하고 있다.

 

강제노동 제재 등 고객사 요구,

비즈니스 관행으로 자리 잡아

 

전 세계적으로 강제노동에 대한 제재가 지속 확대되고 있을 뿐 아니라, 공급업체의 직간접적인 강제노동 사용 근절에 대한 고객사의 요구가 일반적인 비즈니스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내 강제노동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은 강제노동 위험이 낮은 제품에 대한 수요 확대 및 가격 프리미엄 등으로 인한 반사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미국이나 EU로 수출하는 기업은 공급업체와의 공조를 통해 원료·중간재·부품 등 全 공급망에 걸쳐 강제노동 및 중국 신장위구르 지역 관련 리스크를 점검하고 기존 공급망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먼저 ESG 경영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 과정에 기업 경영진이 직접 관여하도록 해야 한다.

 

이후 공급망을 최대한 상세하게 매핑하고, 강제노동 방지 및 실사 정책 수립 후 모든 공급업체와 관련 행동강령을 체결해야 한다. 자체적인 정책 수립이나 관리 시스템 구축이 어려운 경우 산업별 이니셔티브에서 제공하는 가이드라인이나 관리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다만 강제노동 위험이 발견되어 공급망을 재조정할 경우 대체 가능한 공급업체 발굴이 어렵거나 원가 상승, 원자재·부품의 품질 저하 등 문제도 수반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우리 국회에서도 지난해 8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인권환경보호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되는 등 관련 법제화 움직임이 있으나,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공급망 역량이 아직 미흡한 실정을 고려해 규제보다는 실효성 있는 지원정책을 우선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우선 미국, EU의 강제노동 규제 입법 및 집행 과정에 기업 부담 최소화를 위한 의견을 전달하는 등 지속 대응할 필요가 있다.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기업 간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별 대응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협력사의 공급망 모니터링 및 ESG 역량 강화를 지원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과 같은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의 정책도 고려할 수 있다.

 

장웅순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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