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잇루트(대표 신민정)의 제조 공정에서 발생한 폐 2차 전지 분리막(필름)을 재활용한 투습·방수·방풍 등의 고기능성 리사이클 (원단)소재 ‘텍스닉(TEXNIC)’이 시제품 단계를 넘어 상업화에 성공, 2023년 10월 20일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갔다.
라잇루트는 지난해 천안아산에 자체 라미네이팅 공장(임대, 설비 자체 개발)을 구축하고 현재 가동 중이다. 일 생산량은 1만7,000야드다.
올해로 8년차인 라잇루트는 2016년 창업 후 코로나 이전까지 6년간 인큐베이팅 사업에 집중했다. 이어 코로나 기간 2차 전지 분리막을 수거해 이를 재활용할 수 있는 라미네이팅 기술을 자체 개발해 원단 접목에 성공, 그리고 2년차에 접어들어 ‘텍스닉(TEXNIC)’이라는 원단 브랜드를 런칭하며, 자체 직영공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자체 생산 중이다.
텍스틱은 크게 쉘, 팩 그리고 추가된 합성피혁 라인으로 구성된다. 쉘(Shell) 라인은 투습 기능을 요구하는 자켓 원단용으로, 팩(Pack) 라인은 경량성과 방수 기능을 요구하는 가방, 액세서리, 신발류에 적용된다.
신민정 대표는 “2년 전에는 기술이라기보다 의뢰가 들어오면 파트너 공장들과 함께 헬기복, 정유작업복 등 고난이도의 전문복을 납품하는 의류에 대한 전문지식을 가진 수준 하에 옷을 만드는 OEM 형태였다. 그러다 코로나를 만나 주춤했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소재 기술 개발에 전력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 이후 지금의 리사이클 소재 사업인 라미네이팅 기술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신 대표는 향후 본격적인 성장 동력원으로 원사 시장을 눈 여겨 보고 있다. 테스닉의 주재료인 2차 전지 분리막은 파손되어 버려지는 경우 파손 형태가 워낙 다양원단으로 사용하기 어려워 다시 버려지는 양이 어마어마하다. 이에 현재 자체 개발한 ‘슬리팅(Slitting, 절단) 기술’을 활용해 분리막을 원사로 만들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원사 개발은 현재 자동차 시트 소재 제조업체와의 공동협약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가볍고 내구성과 인장 강도 면에서 만족스러운 결과의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이에 국내 워크웨어 제조 및 브랜드 기업들과 컨텍 중이다. 이 중 몇 곳은 올해 출시 예정이거나 함께 진행해보자는 의사를 타진해왔다.
라미네이팅은 결국 후가공이라는 한계가 있고, 대신 원사는 다양한 용도의 소재 원단에 적용할 수 있는 확장성 측면에서 라잇루트의 지향점이기도 하다. 신 대표는 주력인 라미네이팅 기술을 활용한 레이어드 라미네이팅 원단에 더해 올해 자동차 산업으로의 시장 확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신 대표는 최근 고어텍스 맴브레인의 동향에 한층 고조됐다. 유럽이 2025년부터 과불화화합물(PFC 또는 PFAS) 사용금지 조치로 인해 그간 라잇루트의 소재 특성 중 하나인 하드한 촉감이 시장에서 잘 인식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과불화하합물은 투습방수 기능 투입 시 하드하고 뻣뻣한 촉감을 유연하게 해주기 위해 사용한다. 그러나 사용이 금지되고 이에 대표적인 고어텍스 맴브레인도 하드한 촉감으로 돌아갔다.
“고어텍스는 부드러운데 너희 원단은 왜 이렇게 뻣뻣하느냐”는 질문을 받아왔던 터라 고민이 사라졌다. 오히려 약간 바스락거리면서 하드한 촉감이 우리만의 아이덴티티(Identity)이자 독보성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해보겠다는 각오다.
“소비자에게 젖어들 수 있는 재미있게 즐기는 문화콘텐츠로 승부”
신 대표는 일반적인 원단의 비즈니스인 B2B와 더불어 소비자들과의 직접적인 D2C로 넓혀갈 계획이다. “기존에는 섬유 소재의 경우 브랜딩을 하기 보다는 가격 경쟁력을 살아남는 문화가 고착되어 왔다. 그래서 우리의 원단 브랜드를 재미있게 문화로 즐길 수 있는 브랜딩을 해보자는 목표로 아티스트들과 콜라보 등의 다양한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브랜드의 이미지 메이킹을 단순 홍보에 머물지 않고 재미있게 즐기면서 젊은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젖어들 수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보겠다는 구상이다. 소재도 언젠가는 브랜딩 파워를 발휘할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라는 확신에서 좀 더 빠르게 시작하게 됐다.
신 대표는 지난해 4월 성수동에서 텍스닉을 앞세워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국내 패션기업 관계자들도 참석해 텍스닉을 눈여겨보고 이후 삼성물산 빈폴골프, 제로그램, 무음과 연이어 콜라보레이션으로 이어졌다. 특히 삼성물산 빈폴골프는 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이를 검증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미의 ‘POC(Proof of Concept)’를 제안했다.
당시 신 대표는 공장 시가공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실제 시장에서 적용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상황에서 이 같은 제안은 힘이 됐다. 빈폴골프는 시즌 골프라인에 적용해보자며,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출시했고, 시장 반응이 좋아 리오더로 이어졌다. 기존 보스턴 백 소재와 비교해 가벼워 반응이 좋았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시제품으로 출발해 정식 판매 제품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스페인의 럭셔리 브랜드 ‘발렌시아가(Balenciaga)’에 컨텍이 되어 이미 12월에도 두 차례 미팅을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우리의 타깃은 해외 시장에 맞다”라는 판단이 섰다. 이에 기존 소재 라인에 합성피혁이 추가됐다.
한편 라잇루트는 분리막을 재활용하는 소재 전문 업체 특성상 탄소중립 등의 환경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친환경이라는 기업 이미지에 걸맞게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SK이노베이션과 함께 LCA(전과정 평가life cycle assessment)를 시작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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