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와인 ≠ 다른 가격

[연재] 와인-엉뚱한 호기심 : 와인 TIP(4편)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6/20 [13:45]

▲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 TIN뉴스

 

희석식 소주, 막걸리 그리고 맥주를 주종으로 이어지고 있던 우리네 음주생활이 어느덧 경제발전과 소득수준 향상으로 와인과 위스키로 확대되고, 최근 들어서는 수제맥주, 프리미엄 막걸리, 전통 증류식 소주 등으로 다양화하고 고급화하고 있다. 

 

식생활과 더불어 알코올음료의 소비성향도 사회 문화적 현상으로 그 시대와 상황을 대변하는 중요한 평가요소가 되고 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에도, 살만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는 시점에도 주로 음용하는 술의 종류가 조금씩 달라졌을 뿐, 우리네 식생활에서 주류가 사라졌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슬람의 종교적인 교리가 지배하는 시기와 지역, 정치적 통치를 목적으로 했던 일시적인 금주령(미국 1920~1933) 시기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우리나라도 산업화의 시기, 식량부족으로 쌀로 빚는 막걸리와 청주, 증류주 제조를 금지했으나, 희석식 소주라는 창의적인(?) 대중주를 만들어 힘들고 지친 삶을 달래는 대체재로 지금도 한국을 대표하는 대중주로 이어지고 있다. 

 

발효주와 증류주의 전통적인 주조방식에서 저가 대량으로 최적화하기 창조해낸 한국형 희석식 소주는 낮은 가격으로 우리의 고단했던 일상을 달래기에 충분했다. 

 

아마도 알코올 함량대비 세계에서 가장 싼 알코올음료로 추정이 된다. 저렴한 만큼 소비량과 시장 지배력도 압도적이다. 소비자 또한 대량공급과 저렴한 가격으로 무한 자유 소비에 부담이 없었다. 값 싸고 빠르게 취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지였던 것이다. 

 

이러한 희석식 소주의 중심의 주류시장에도 한국경제의 성장과 발전, MZ세대의 음주문화의 변화로 와인과 위스키 등 수제형 고급 알코올 음료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소주한잔에 삼겹살을 즐기던 식당에서 와인글라스가 오고 가는 풍경을 자주 보게 된다. 와인소비의 대중화를 실감하게 된다.

 

와인소비시장의 확대와 함께, 합리적인 가격과 구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소주 막걸리 맥주 중심의 소품종, 저가형 표준가격에 익숙해 있던 소비자에게 가늠할 수 없는 종류의 와인과 천차만별의 가격 차이를 보게 되면 혼란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왜 이렇게 종류가 많고, 정말 이 가격이 적당한 가격일까? 가격과 품질(맛)은 어느 정도 비례하는 걸까? 같은 와인인데 파는 곳마다 가격이 왜 이렇게 다르지? 가장 합리적으로 와인을 구매하는 방법은 뭘까? 

 

와인 매대 앞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느꼈을 궁금증과 의구심 담긴 질문일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찾고자 인터넷 검색이나 유튜브 등을 열심히 뒤지고, 자료를 찾아보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정리를 하지 않는다면 의문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같은 질문을 반복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혼란스러운 와인 구매의 상황을 극복하는 필자의 개인적인 기준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 와인을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마실 것 인지 용도를 먼저 정하는 것이다. 이를 보통 데일리 음용과 이벤트용 컬렉션으로 구분해서 구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 주변인들과 일상적인 모임이나 단순 친목을 목적으로 모이는 자리에서는 데일리 와인으로 2~4만 원 정도의 와인을 구매하기를 권하며, 저녁식사에 매번 1~2잔의 와인을 반주로 즐기는 경우는 3리터 벌크와인이나 2만 원정도의 와인을 박스단위(6병 또는 12병)로 구매해서 음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와인을 물 대신 식사음료로 매일 즐기는 프랑스, 이태리 사람들도 현지에서 싸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와인을 박스단위로 구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일상에서 와인을 즐기다 보면, 축하나 축복 환영, 기념, 보은, 접대해야 할 특별한 날을 맞이하게 될 경우, 상황에 어울리는 각별한 수준의 와인의 필요성과 의미를 느끼게 된다. 

 

예를 들면, 최근 MZ세대들 사이에 자녀의 탄생 년도에 해당하는 빈티지(포도의 재배 년도)의 고급와인 구매가 늘고 있다. 자녀가 만19세 성년이 되는 해 생일날에 훌륭한 음식과 와인으로 그날을 의미 있게 기념하려는 목적으로 고가 와인을 모으게 된다. 

 

보통 20여 년 병 숙성의 시간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수준의 와인이어야 하므로, 최근 국내 판매가 기준으로 40~150만 원의 수준의 구매시점기준 5년 이내의 빈티지 프리미엄급 와인이 그 대상이 된다.

 

그날을 기다리는 동안, 자녀의 성장의 시간과 같은 해 출생의 포도알이 와인으로 익어가는 숙성의 과정을 지켜보는 의미와 장성한 자녀와 나누는 완숙한 와인의 풍미를 느끼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그 시점에 해당 빈티지를 구하기도 어렵고 찾았다 하더라도 쉽게 살 수 있는 가격이 아닐 것이기 때문에 이것을 그들은 예견을 하는 것 같다. 

 

이외에도 개인적으로 특별히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나, 업무나 사업상으로 극진히 모셔야 할 상대가 있는 경우 등 일상과는 다르게 식사자리를 가져야 할 경우에 상황에 맞는 스토리가 있는 와인이 더해진다면, 그 기쁨은 한층 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격식과 의전이 요구되는 자리에서는 와인 셀렉션이 가지는 의미와 비중이 작지 않기에 이를 자주 접하게 되는 부류에서는 와인을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과정을 필요로 하게 된다. 

 

컬렉션용 와인의 시장은 코로나시기를 겪으면서 점진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격 또한 경제환경 변화의 영향도 있지만 지속적으로 조금씩 오르고 있는 추세다. 

 

같은 브랜드의 와인이라도 빈티지가 다르면 다른 와인이라는 속성 때문에 재생산이 불가능한 희소성이 부여되고, 역사성과 브랜드 인지도와 결부된 프리미엄 와인의 가치는 쉽게 무너질 것 아니라고 많은 사람이 믿기 때문이다.

 

둘째, 같은 지역의 유사한 품종의 와인을 지속적으로 즐기는 것을 권하고자 한다. 일종의 기준점 설정의 의미이다. 

 

와인의 평가는 매우 주관적이라서 좋고 나쁨의 과학적인 개량수치화가 불가능하다. 후각과 미각을 발동하고 수많은 미사여구를 동원하여, 개별 와인을 표현하려고 노력해 보지만, 문자와 언어로 구사된 평가는 공허한 메아리 일뿐이다. 

 

그래서 와인의 가치는 역사적 평판으로 검증된 브랜드 인지도와 유력 와인평론가의 평가 및 다양한 품평대회에서 심사원들의 관능평가의 따른 다수결에 의해 선정된 등급 등이 시장 가치에 반영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일관성이 없다. 

 

▲ Rare Wine Invest 선정 5대 와인평론가 - Robert Parker’s Wine Advocate (RP) 미국  © TIN뉴스

 

▲ Rare Wine Invest 선정 5대 와인평론가 - Vinous by Antonio Galloni (VI) 이태리  © TIN뉴스

 

▲ Rare Wine Invest 선정 5대 와인평론가 - James Suckling (JS) 미국  © TIN뉴스

 

▲ Rare Wine Invest 선정 5대 와인평론가 - Champagne Club by Richard Juhlin (RJ) 스웨덴  © TIN뉴스

 

▲ Rare Wine Invest 선정 5대 와인평론가 - Burghound by Allen Meadows (BH) 미국  © TIN뉴스

 

레어와인인베스트(Rare Wine Invest)에서 선정한 5대 와인평론가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또한 같은 와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평가 점수 시스템 또한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있어, 직접 비교가 쉽지 않다는 한계를 가진다. 

 

원활한 국제무역으로 와인 유통의 글로벌화는 가속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현지의 포도재배를 기반으로 양조와 숙성이 이루어지는 와인이기에, 지역 특산품으로 지리적 제약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각 나라별로 해마다 수많은 와인 비교 품평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순위를 매기고 시상을 하고 있다.

 

▲ Wine-Searcher's Wine Awards A-Z  © TIN뉴스

 

그림은 와인서처(Wine Searcher)에서 리뷰하는 와인 품평대회로 이처럼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개최하는 코리아 와인챌린지(KWC)는 리스트에도 없다. 

 

와인 매대의 수많은 와인에 품평 점수 스티커, 와인대회 어워드 레이블 등이 붙어 있을 수 있게 되는 배경이 되는 셈이다. 이처럼 매일같이 쏟아지는 와인의 평론과 품평은 와인 평가가 매우 주관적일수 밖에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소비자 개개인의 주관적인 기준과 품평이 매우 중요한 구매 결정 요소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표준의 기억을 중심으로 더 좋고 나쁘고 다르다는 평가가 곧 가장 중요한 와인 구매의 기준과 가치평가의 바로미터가 되는 것이다. 

 

필자가 추천하는 개인별 와인평가의 시금석으로 삼았으면 하는 와인으로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카베르네쇼비뇽 블랜드류의 2만 원대 와인을 추천하고 싶다. 드넓은 와이너리에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췄지만, 과학적인 재배 농법과 양조기법으로 재현성이 우수한 표준화된 품질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또한 필자의 경험에 의한 주관적인 의견이며, 맹신을 강요하지는 않는다. 굳이 미국와인이 아니더라도, 지속적으로 비슷한 류의 와인을 음용하면서 그 특징과 성향을 관능적으로 기억해 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프랑스와 이태리의 현지 와인산지를 여행을 하다 보면, 현지인들이 자기 지역의 와인에 대단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는 이유도 그 맛에 익숙해져 주관적 표준화가 완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가격거품을 회피하는 방법에 관한 제언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와인과 다양한 오프라인 매장 판매 의존, 인터넷 판매금지 그리고 국가별로 매우 다른 세금체계 때문에 와인 값은 그야말로 고무줄과 같다. 

 

그렇다고 최저가 구매에 도전한다고 매번 마트와 와인샵을 돌아다니며 가격확인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격 비교(참고) 앱이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등록자별로 국가별로 편차가 매우 심하기에 절대 기준으로 삼기에도 부정확하다. 

 

일단 본인의 소득수준과 경제상황에 맞춰 데일리 와인의 구매가격대와 컬렉트용 가격대를 사전에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마도 매일 소주나 막걸리 등으로 음주생활을 이어가는 루틴을 가지신 경우, 1,000~2,000 원으로 해결하던 소비액을 10배 이상을 늘려야 하는 부담으로 쉽게 와인으로 주종을 전향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이런 경우는 음주 횟수나 주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건강과 취향의 개선을 시도하기를 권한다. 데일리로 즐길 수 있는 가격대가 설정이 되었다면, 주변 가까이에 있는 대형마트에 수시로 들려 해당 가격대에 있는 와인을 특정지역과 품종에 집중해서 구매하고 시음하기를 추천한다. 

 

초저가(1만 원대 이하) 대량수입 와인도 대형마트가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보다는 2만 원대의 초급 와인의 경우도 대형마트의 구매경쟁력으로 가성비가 좋은 와인들이 많이 구비되어 있다. 

 

반면에 이벤트용으로 사용하는 중급 이상의 프리미엄급 와인의 구매는 와인 전문 샵에서 구매하기를 권고한다. 

 

대기업 계열의 와인만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체인점이나, 도소매를 겸하고 도심외곽에 자리한 창고형 매장을 운영하는 대형 독립와인점, 또는 편의점 앱이나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매장 픽업형 온라인 주문 등에서 비비노(ViVino) 또는 와인서처(Wine Searcher) 등의 앱으로 가격비교를 해가면서 구매하는 것을 추천한다. 

 

프리미엄급 이상의 와인은 다양한 수입사가 소량씩 제각기 수입을 하고 있어, 수입 원가는 거의가 비슷하고, 유통과정과 채널의 수익설계구조에 따라 가격차이가 매우 크게 나타난다. 

 

판매사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현금화의 시기와 필요성이 다르기 때문에 가격변동성이 크며, 이는 할인행사와 인맥연결로 시세와 다르게 판매되고 있다. 

 

▲ 2016 WINE PRICING SEGMENTS  © TIN뉴스

 

그림은 와인폴리(wine folly)에서 수년 전에 정리한 가격대별로 와인등급을 계열화 한 도식으로, 1,300원정도의 평균 환율과 미국과 다른 세금 체계를 감안하여 곱하기 2를 하면 현재의 원화 소매가의 근사치에 해당한다. 이를 추정해보면 중급(Premium)이 4~5만정도로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절대적인 기준으로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가격대별로 와인의 품질을 유추하는 데는 도움은 되는 도표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구매 후 소비한 와인의 가격 대비 품질과 가치 평가는 철저히 주관적으로 세팅 된 본인만의 평가기준점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자기만족과 즐거움이 슬기로운 와인라이프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니까~~

 

정기훈 ㈜덕성인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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