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청·국기연 묵인…장병 안전은 뒷전

방탄복 납품업체, 시험 부위에만 원단 덧대…성능 높이는 꼼수
계약 체결 이후 여러 차례 조사과정에서 사실 인지하고도 납품 강행
민원 접수에도 “방탄성능, 군 요구조건 충족” 일축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5/19 [10:28]

  

성능 미달 방탄복 납품 사실이 뒤늦게 감사원 조사결과로 드러나며,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이번 감사원이 중점적으로 감사한 방탄복의 방탄성능과 위장 성능 모두 미달됐다. 더욱이 군 관계 기관들이 이러한 사실을 여러 차례 조사 과정에서 확인하고도 묵인하며, 생산을 강행해 군 장병에게 보급했다는 사실이다.

 

5월 18일 감사원이 공개한 ‘장병 복무여건 개선 추진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방탄복의 경우 방탄 성능과 위장 성능이 각각 기준을 충족하는지를 중점적으로 감사했다. 감사 결과부터 요약하자면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 산하 품질보증기관인 국방기술진흥연구소(이하 ‘국기연’)은 방탄복 계약업체(이하 ‘A사’)가 성능시험을 하는 특정 부위에만 방탄소재를 추가로 덧댄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대로 덧댄 부위나 덧댄 부위 경계 등에 시험 후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품질을 보증했다. 그 결과, 일부 방탄복의 후면 변형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등으로 장병 보호에 취약했다.

 

국방부는 방탄복 전면의 30%를 차지하는 세폭직물에 대한 적외선 반사율 관련 성능 기준 없이 국방규격을 제정하고 적외선 반사기능이 없는 세폭직물로 구성된 방탄복을 보급해 야간 위장 능력 훼손으로 표적화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이번 성능 미달 방탄복은 일반 장병에게 보급하는 ‘방탄복 Ⅰ형’이다.  이외에 대테러특공·특전사 등 특수임무 수행 장병에게는 Ⅲ형이 보급된다.

 

방탄복은 외피·내피와 세폭직물, 방탄재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방탄재는 방탄성능을 좌우하는 유일한 원자재로 방탄재 재질과 수량(겹 수) 및 구성 등에 따라 방탄성능이 결정된다. 그러나 2022년 납품된 A사의 방탄복의 방탄재는 4개 층, 50겹으로 되어 있으나, 1,2,3층의 경우 후면 변형을 측정하는 상단과 하단 좌·우측에 방탄소재 조각 2겹을 각각 덧대어 총 56겹으로 되어 있다. 

 

1층은 앞뒷면 전체, 2층과 3층은 덧댄 부위만 박음질이 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를 면밀하게 분석해본 결과, 방탄복의 유연성은 방탄복 가운데 지점에서 측정하고, 방탄성능 중 후면변형은 덧댄 부위에서 시험한다는 점을 고려해 유연성과 방탄성능시험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방탄재 전체 50겹은 면밀도가 낮은 방탄소재(80g/㎡)를 사용하면서 후면변형 측정 부위에는 면밀도가 높은 방탄소재(235g/㎡)를 추가로 덧대어 방탄복을 제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고로 ‘면밀도(Areal density)’는 단위 면적당 중량으로 방탄소재는 부피보다 면적이 중요한 인자로 밀도보다 면밀도를 사용한다.

 

감사원 확인결과, 2017년부터 군에 납품된 방탄복 중 특정부위를 덧댄 사례는 없었다. 국기연은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음에도 A사에 시정요구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과정은 이러하다.

국기연은 방사청과 S사 간 계약 체결 후 2022년 1월 11일 방탄복 생산착수회의에서 방탄재 소재별 적층 순서, 수량 등 방탄재 적층 방법을 업체 품질보증계획서에 명기하도록 했으나, A사는 덧댄 사실을 숨긴 채 명기한 업체품질보증계획서를 국기연에 제출했다. 설상가상 국기연 역시 업체품질보증계획서를 검토하지 않은 채 방탄복을 제작하도록 내버려두었다.

 

이후 2022년 2월 16일 국기연은 방탄복 최초 생산품 제품 확인감사 과정에서 방탄재 적층 방법과 다르게 특정부위에 방탄소재 조각을 덧댄 사실을 처음 인지했다. 그럼에도 국기연은 덧댄 부위 등이 방탄성능에 영향을 주는 정도를 알지 못한다는 이유로 덧댄 부위의 방탄성능 영향성은 검토하지 않고 방탄재 적층 방법을 잘못 명기했다는 A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또 같이 덧댄 부위(6겹)을 추가하고 적층 수량을 3층에서 4층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업체품질보증계획서를 2022년 2월 22일 수정(변경)을 승인했다.

 

이 과정에서 국기연은 방탄성능시험기관인 국방기술품질원의 시험 부서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고, 이 사실을 모른 채 국방기술품질원은 2022년 3월 10일~16일까지 덧댄 부위에 대해서만 사격시험을 진행해 후면변형 관련 방탄성능 기준이 충족되는 것으로 확인했으며, 국기연은 이 결과를 근거로 최초생산품 양산을 승인했다. 

 

이어 2022년 3월 29일 방탄복(대형) 양산품에 대한 제품 확인 감사에서도 국방기술품질원이 덧댄 부위에 방탄성능시험을 한 결과를 근거로 요구 성능이 충족되는 것으로 판단, 덧대지 않은 부위의 방탄성능은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4월 20일 국기연은 남품 검사조서를 발급했고, 방탄복 6,975벌이 육군에 납품됐다.

 

방사청은 계약조건인 구매요구서의 방탄요구성능과 상이한 사실을 확인할 때에는 보수 또는 대체납품 가능 여부, 계약목적 달성 여부, 해당 물품 계속 사용에 관한 소요 군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투해 계약상대자에게 물품대금 반환 및 원상회복을 청구하거나 해당 물품을 계속 사용할 경우에는 물품대금의 30% 금액을 청구하는 한편 국가계약법 제27조 등에 따라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했어야 했다.

 

 

국기연과 방사청, 

품질관리 규정에 따른 후속조치 불이행

 

 

방사청은 2021년 12월 29일 방탄복 제조군납업체 A사와 방탄복 Ⅰ형 총 5만6,280벌을 총 107억7,800만 원에 구매계약을 체결하고, 이후 지난해 중형·대형·특대형 4만9,622벌을 납품 받았다.

 

이 과정에서 품질보증기관인 국기연은 방사청의 방탄복 구매계약 전 A사의 생산능력을 확인하고, 제출받은 품질보증계획서를 승인하며, 계약 요구 조건과 일치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등 2022년 3월 21 등 총 12회에 걸쳐 계약업체에 양산품 생산 승인 및 납품 검사조서를 발급했다.

 

국기연은 방사청의 품질관리 규정 제35조 제1항 및 제3항에 따르면 정부품질보증활동 중 불합리한 사항 또는 계약조건에 위배되는 사항은 계약업체에 시정조치를 요구 후 업체의 시정조치 내용을 검토해 후속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있다.  

 

더욱이 국기연은 2022년 5월 11일 A사가 제작한 방탄복은 방탄시험을 하는 특정부위(후면변형량을 측정하는 특정 위치)에 폴리에틸렌 조각을 보강해 방탄성능을 조작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접수했다. 그런데도 국기연은 측정결과, 군 요구 성능이 충족된다고 판정했다. 사실상 묵인한 것이다.

 

민원 제기 이후에도 여전히 양산품에 대한 방탄복 가운데 부분의 후면변형량을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 영역 중 덧댄 부위 사이의 후면 변형량만 측정하도록 해 군 요구 성능을 충족한 것으로 검사조서를 발행 후 육군에 추가 4만2,647벌을 납품하게 했다.

 

감사원은 관련 감사 기간 특정 영역 중 덧대지 않은 부위(50겹)와 덧댄 부위(56겹)이 최소화되는 가운데 부위(50겹)로 사격 위치를 조정한 후 후면변형량을 측정해 방탄성능을 실험했고, 그 결과, 덧댄 부위 사이보다 방탄복 가운데에서 후면변형이 더 발생되는 경향성을 보인 것을 확인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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