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지정 둘러싼 ‘창과 방패’ 대결

주조·도금 등 기존 뿌리업종, 섬유업종 지정 ‘반대’…산업부 압박
산업부, ‘고시’ 검토 vs 섬산련 ‘“훈령으로 명확하게 명시하자”
염색가공>사가공>편제직 순으로 우선순위…순차적으로 지정 추진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4/24 [16:50]

 

한국섬유산업연합회(회장 이상운, 이하 ‘섬산련’)가 추진 중인 ‘뿌리산업 지정’ 계획이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와 섬산련 ‘섬유패션 뿌리산업 지정 추진위원회’ 간 팽팽한 논의와 협상이 반복되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주조, 도금 등 기존 6개 뿌리업종을 중심으로 거센 반대다. 또 이러한 기존 뿌리업종의 반발과 뿌리산업 예산 확대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곤란해 하는 분위기다. 

 

뿌리산업 지정 과정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 국가뿌리산업진흥센터가 지정을 희망하는 (산업)업종 대표 단체로부터 신청 접수를 받아 해당 산업에서 제시한 자료들을 정리하고 분석해 뿌리기술 지정 여부를 판단해 산업통상자원부 해당 과(섬유의 경우 섬유탄소나노과)에 전달한다. 

 

해당 부처는 자료를 검토 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을 위원장으로 각 부처별 차관 및 업계 단체, 학계 등 30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 ‘뿌리산업발전위원회’가 소집되고, 위원회 심사가 통과하면 대통령 보고 후 대통령령으로 최종 지정을 받게 되는 단계를 밟게 된다.

 

하지만 뿌리산업 지정 여부를 최종 심사하고 결정하는 키를 쥐고 있는 곳이 뿌리산업발전위원회 산하의 ‘심의위원회다. 문제는 구성 멤버의 50%가 이들 6개 뿌리업종 관계자들이다. 가장 큰 산이다.

 

이와 관련해 섬산련 주소령 상근 부회장이 산업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 김기문 회장도 산하 회원사인 이들 뿌리업종 대표들을 설득해 지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건 물론 신규 지원 예산을 늘릴 수 있도록 주무부처를 압박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섬유패션 뿌리산업 지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산업부에서 워낙 강력하게 지정 신청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유는 기존 뿌리업종 내 주조, 도금 등 금속계열 업종들이 섬유업종의 뿌리산업 지정을 강력하게 막고 있고 산업부를 압박하고 있어 산업부도 곤란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6개 뿌리(산업)업종 기업들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섬유업종의 뿌리산업 지정 요구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몇 년째 뿌리기업 지원사업 예산은 동결됐는데 신규로 업종을 받아들일 경우 지원 예산이 줄어 자신들이 손해를 본다”는 주장이었다.

 

그리고 언론 보도 이후 14개 뿌리 업종 관련 기업들은 지난 3월 28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주재로 열린 간담회 및 'K-뿌리산업 첨단화 전략' 발표 당일 ‘뿌리산업연합회 준비위원회 발족 업무협약’과 ‘뿌리산업-수요산업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뿌리산업연합회 준비위원회 발족 업무협약’에 합의한 뿌리기업들은 각각 운영되던 14개 협·단체를 아우르는 민간 주도의 뿌리 연대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소재다원화·ICT 접목 등 뿌리기술간 융·복합화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회를 중심으로 섬유 등 타 업종의 뿌리산업 지정을 막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현재 뿌리산업 지정 과정은 어느 정도 진척됐을까?

먼저 법 개정 여부다. 

뿌리산업 지정을 위해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법 개정이지만 쉽지 않다. 현실성이 가장 떨어지는 안이다. 따라서 가능한 것이 장관령 하에의 ‘훈령’과 ‘고시’다.

 

‘훈령’은 상급기관이 하급기관 또는 소속공무원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그 권한의 행사를 일반적으로 지시하기 위해 발하는 행정명령이다. 법, 법시행령, 위원회의 규칙 또는 다른 법령이 위원회의 훈령으로 정하도록 하거나 위원회 규칙을 시행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규정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고시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한 사항을 일반에게 알리기 위한 문서다.

산업부는 이중 고시를 통해 섬유업종의 뿌리산업 지정 안을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섬산련 ‘섬유패션 뿌리산업 지정 추진위원회’는 “최소 훈령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 명확하게 명기를 하자”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섬유패션 뿌리산업 지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산업부 출신의 주소령 상근 부회장이 지속적으로 설득하면서 어느 정도 논의가 진척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일단 고시든 훈령이든 어느 쪽으로든 신청 접수만 된다면 다음 단계인 산업부 뿌리산업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되는 건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르면 7월 중 

뿌리산업 지정 여부 결론 날 듯

 

이와 함께 섬유업종의 스트림별 우선순위도 정해졌다.

섬유업종 전체를 뿌리산업에 포함시키려면 법 개정이 필요한 데 앞서 설명했듯 어렵다. 우리 업종이 밀고 있는 훈령이 받아들여지더라도 한 번에 모든 스트림이 지정될 수 없다. 이에 일단 지정 가능성이 높은 스트림부터 우선적으로 하고 단계별로 추진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우선 염색가공을 1순위로 사가공, 편·제직 순으로 우선순위를 정했다.

 

다음으로 뿌리기업 수의 조정 작업도 필요해 보인다.

이는 산업부의 요청 사항 중 하나다. 섬산련 집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1인 이상 섬유제조업체 수는 2만1,700개사다. 반면 2020년 기준 뿌리산업 사업체 수는 3만553개사. 이에 산업부는 뿌리기업 지정 수를 5,000개까지 줄여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 관계자는 “섬유업종이 모두 뿌리산업에 들어갈 경우 기업 수가 너무 많고 그만큼 뿌리산업 지원예산을 확보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한 바 있다.

 

뿌리기업 지원 예산은 몇 년째 동결된 상황에서 신규로 업종을 포함시키면 기존 뿌리업종들에게 돌아갈 예산규모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신규로 추가 지정된 업종에 대해서도 가용한 범위 내에서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섬산련 ‘섬유패션 뿌리산업 지정 추진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르면 7월 정도 어떤 방향이로든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인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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