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수요와 공급은 서로 상반된다. 수요가 줄거나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내려가고, 반대로 수요가 늘고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물론 이론이지만 실제 시장에서 반드시 이같이 가격이 결정되는 건 아니다. 공급자 입장에서는 생산에 투입되는 원자재, 인건비 등등을 제한 마진을 감안해 가격에 이러한 요소들을 반영해 책정한다. 결국 수요와 공급자 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최근 국내 직물업계와 화섬 메이커 간 이해관계 충돌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한국화학섬유협회의 중국 및 말레이시아산 폴리에스터 장섬유 부분 연신사(이하 ‘POY’ 및 HSK 5402.46.9000)에 대한 반덤핑(16.1~16.8%) 제소(덤핑 사실 및 국내산업피해 유무조사)를 무역위원회가 지난 2월 24일 조사 개시 결정을 공고하자 대구경북 직물업계가 조사 개시 취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석기·이하 ‘대경직물조합’)은 한국화학섬유협회(이하 ‘화섬협회’)에서 제기한 중국산 수입 POY에 대한 반덤핑 제소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조합 명의로 반덤핑 조사개시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제소 취하를 요구하는 건의서를 제출한 것.
무역위원회에 제출한 건의서에 따르면 “직물 업계의 주 원재료인 POY의 경우 국내 화섬 메이커들이 생산하는 생산량이 수요량에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가격도 높게 판매되고 있어 중국산 POY의 국내 수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대경직물조합이 회원사 대상으로 원사 수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7~8곳이 수입산을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생산량 부족과 높은 가격이 이유다.
대경섬유직물조합 측은 “국내 직물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우수한 품질의 원사와 저렴한 가격의 원재료인 중국산 POY(품목명: POY 250/48 SD) 수입을 통해 원가를 줄여 왔다. 하지만 최근 화섬협회가 중국산 수입 POY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제소함으로써 화섬 메이커들의 이익에만 포커스를 맞추었다”며 “이로 인해 국내 중소직물업계가 원가 부담으로 인해 해외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이러한 요구는 결국 몇몇의 화섬 기업을 위한 법(관세율)이 아닌 1,500개 중소직물업체를 위한 법으로 바꾸어 달라는 취지다. 현재 중국산 원사의 품질이 한국산 수준까지 도달했고, 가격도 저렴하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수출을 위해서는 국산 원사를 사용해야 하는 데 수입산 대비 가격도 높고 국내 생산량도 충분하지 않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면 반덤핑 조사 개시 결정을 취하해달라는 직물조합 측의 요구에 대해 무역위원회 측은 “국가 및 무역협정에 관한 사항이고 개시결정을 중간에 번복하거나 철회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화섬업계, 반덤핑 제소 취하 불가능 수입산 가격으로는 100% 적자…불가능한 수준
대경섬유직물조합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화섬협회는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화섬협회 측은 “직물업계의 주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수입 품목이 국내 화섬 메이커들의 품목과 겹치는 데다 업계가 요구하는 가격에 맞추어 생산할 경우 국내 화섬 메이커들은 손해”라고 주장했다.
반덤핑 제소 건 철회에 대해서는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섬협회 측은 “직물업계의 건의 등을 우리가 막을 순 없다. 함께 스트림 협력이나 상생차원에서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을 찾는 과정에서 무역위원회의 반덤핑 제소 조사 개시가 결정됐다“면서 “반덤핑 제소 취지는 덤핑 때문에 국내 화섬 산업에 피해 발생에 따른 조치이고, 이미 1년 전부터 진행되어온 일이라 지금 당장 중단할 수도 없고 철회해달라는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 사실상 현 상황에서 서로 합의점을 찾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화섬협회도 이 같은 요구에 맞추어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화섬협회 측은 “회원사들에게 관련해 문의를 해봤으나 (국내 생산량 감소의 근본적인 이유는) 단순히 물량 문제가 아니라 가격이다. 그동안 화섬 메이커들이 국내 생산량을 줄여왔기 때문에 다시 늘리기 위해서는 합당한 명분과 이윤이 발생해야 한다. 더구나 중국 수입산 원사 가격에 단가를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대구·경북 직물업계, 조합 공동 구매 시 수입관세 인하 건의
반덤핑 제소 건 취하 요구와 함께 중소기업협동조합이 수입산 POY 공동 구매에 한해 수입 관세를 현행 8%에서 5%로 인하해달라는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기획재정부 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수입 관세 인하는 기획재정부가 소관의 ‘할당관세’ 영역이다. 할당관세는 관세법 제71조에 따른 할당관세의 적용에 관한 규정에 근거에 한다. 국내에서 전혀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 수입될 경우 등등 할당관세 적용 사례가 포함되느냐가 중요하다.
이에 대경직물조합은 대구경북섬유산업연합회,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의서를 제출함과 동시에 수입 관세율 인하 요구를 기획재정부가 수용할 수 있도록 여론 형성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화섬 메이커들의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을 지원해줄 것도 건의했다.
대경직물조합 측은 “요구대로 공동 구매 시 관세율이 인하된다면 중소 직물업체들의 원가 절감에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이는 원가를 낮춤에 따라 수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국·말레이시아 POY 반덤핑 제소 건> 2022년 12월 화섬협회는 ‘신펑민’, ‘헝리’ 등 중국 7개 화섬업체가 (말레이시아 레크론 1개사 포함)가 POY 가격을 자국보다 평균 16.8%, 말레이시아 화섬업체(레크론)가 16.1% 낮은 가격으로 한국에 수출함에 따라 국내 산업에 심각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판단,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에 무역위원회는 2월 24일부로 국내 피해업체인 성안합섬㈜을 중심으로 피해 실태 조사 및 제소된 중국 및 말레이시아 기업에 대해서도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 대상기업: (중국) △Xinfengming Group Huzhou Zhongshi Technolgy Co., Ltd. 및 그 관계사 △Zhejiang Hengyi Petrochemicals Co., Ltd. 및 그 관계사 △Tongkun Group Co. Ltd 및 그 관계사 (말레이시아) △Recron Malaysia Sdn Bhd. △Chori Co., Ltd.
이번 이행 충돌은 양 산업을 대표하는 단체 간에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음에도 각자의 산업계를 대변해 기업(회원사)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양보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저작권자 ⓒ TIN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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