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10인 이상 봉제공장, 지금은 3~4명

일감 급감에 패션업계엔 무봉제·심리스가 대세
현장 근로자 ‘고령화’에 인력 부족…1년 365일 객공 구인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1/02 [10:50]

 

여타 섬유 스트림과 마찬가지로 국내 봉제공장 상황도 녹녹치 않다.

서울의 대표적인 봉제집적지인 금천구, 동대문구 내 20여 곳 이상의 (10인 이상 종사자)봉제공장을 둘러보니 그야말로 심각하다. 지난해 부산에 본사를 두고 미국에 셔츠를 수출하고 있는 업체 대표는 코로나 이후 대형 봉제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대량 봉제물량을 처리할 곳이 없어 난감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바 있다.

 

만나본 곳 중 100만 원대의 고가 겨울 패딩을 납품하고 있는 A봉제공장의 경우 그나마 시즌 제품 발주로 공장이 돌아간다고 했다. 코로나 발병 이후 일감이 줄면서 직원들도 여러 명 내보냈다. 또 다른 B공장. 각종 기능대회 대상 수상과 자체 디자인 역량까지 갖추었지만 한 때 10명 이상 되던 직원은 3~4명 밖에 남지 않았다. 봉제공장 내부 곳곳에는 작동을 멈춘 재봉기들이 방치되어 있었다.

 

봉제공장들이 대거 밀집되어 있는 건물 벽에는 ‘객공(팀) 구합니다’라는 구인광고는 1년 365일 걸려있다. 일감이 줄면서 직원들을 내보냈다가 정작 일감이 있을 땐 사람이 없어 급한 데로 객공 손이라도 빌려 쓰겠다는 거다.

 

그나마 남아 있는 봉제공장의 큰 손 고객은 동대문.

하지만 동대문 오더는 이미 중국으로 넘어 간지 오래다. 단순히 봉제 수준이 아니라 샘플만 넘기면 편직, 염색, 봉제까지 제작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경기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동대문 원단 날염업체 한 곳이 폐업으로 내몰렸다.

 

70대의 폐업을 앞두고 있다는 봉제공장 사장은 “과거 60,70년대 봉제 산업이 대한민국 수출을 이끌고 경제성장에 기여했었다. 이제와 하양산업이니 쇄락했다는 등 정부가 등한 시하면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제조업이 살아야 한다”고 수차례 반복해 강조했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20여 개 봉제공장들은 나름의 커리어와 특색을 갖춘 곳들이었다.

주문제작 프로모션과 생산, 자체 브랜드 개발 역량, 자체 디자이너 보유, 중소벤처기업부 백년소공인 지정, 평균 30년 이상 경력의 봉제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일감 급감에 빛을 발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패션업계가 최근 ‘편안함’으로 중심을 이동, 착용감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아이템을 대거 선보이는 추세여서 기존 봉제 물량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자연스러운 느낌의 놈코어룩, 봉제 라인을 최소화해 부드러운 착용감과 실루엣이 돋보이는 ‘심리스(Seamless)’ 및 무봉제 제품들이 그 중심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지자체, 정부 지원에 손사래

막대한 시 예산 투입해 구축한 자동화 설비, 현장에선 ‘무용지물’

 

한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고령화와 노후 설비 등 열악한 작업 환경에 놓인 봉제공장에 대한 지원 노력이 정작 현장에선 물음표(?)다.

 

두 달여간 만나본 봉제공장 중 비교적 규모도 크고 유명 브랜드의 100만 원 이상의 겨울 패딩을 납품하고 있는 A봉제공장은 곳곳에 방치된 재봉기와 모니터가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 지원을 받아 자동화 설비를 구축했으나 현재는 쓸모가 없다며, 방치된 상태였다. 

 

봉제업만 40년 간 종사하고 있다고 소개한 사장은 “시에서 영세 봉제공장에 인력난과 생산능력 향상 목적이라며, 지원사업에 참여해 없는 돈에 대출까지 받아 설비를 구축했다. 하지만 현재 사용 필요성을 못 느껴서 방치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A봉제공장에 구축된 자동화 설비는 크게 두 가지다.

봉제 수량을 작업자가 직접 체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카운터 부착 봉제기와 각 작업자의 수량을 데이터화한 수치를 모니터로 전송해 데이터를 관리자가 직접 작업 상황을 확인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A봉제 공장 사장은 “봉제 물량이 작업자가 수를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도 아닐 뿐 더러 작업량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것도 작업자를 믿지 못해 감시한다는 인상만 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발 탁상공론 하지 말고 실제 현장을 찾아와 30년 이상 현장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귀담아줬으면 한다. 막대한 시 예산 들여서 이렇게 방치되는 상황을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판매와 제조 엄연히 달라

정부, 상인과 공인 분리해 지원해야”

 

또한 앞서 폐업을 앞두고 있다던 사장은 소상공인이라는 용어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했다.

상인과 공인을 분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상공인’은 ‘소기업 및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에 규정돼 있는 사업자를 말한다. 제조업, 건설업, 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 9인 이하인 사업자를 말하며, 도소매, 서비스업 등은 상시 근로자 4인 이하를 말한다. 여기서 표현하는 상시 근로자란 근로소득이 신고되는 사업자들을 말한다.

 

즉 사장의 지적은 제조업과 도소매 등 판매업과 분리해 정책을 집행하고 지원도 달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제조업과 판매업의 각각 상황에 최적화되고 지원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

 

취재 마지막 날 만난 봉제 공장 사장은 “지금 일하고 있는 저분들은 평생 반복적이고 단순노동에 허리와 어깨 통증을 달고 산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장으로서 가슴이 아프다. 얼마라도 더 챙겨주고 싶지만 상황이 녹녹치 않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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