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메이커, 수입산 원료 공동구매 추진

수요 급감 및 주요 합섬원료 메이커 독과점 횡포에 ‘적자는 눈 덩이’
직물·니트 업계, 원사 가격 인하 요구…중국·사우디産 원료 수입 및 공동구매 검토

TIN뉴스 | 기사입력 2023/01/02 [09:08]

 국내 PTA 등 폴리에스터 합섬원료 생산공급업체© TIN뉴스

 

국내외 수요 감소와 원료 가격 폭등으로 고전 중인 국내 화섬업계가 한국화학섬유협회(회장 김국진)을 구심점으로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등의 수입산 폴리에스터 원료(PTA, MEG) 공동 구매를 적극 검토 중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에 주원료 가격마저 폭등, 여기에 국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그 어느 해보다도 국내 화섬 메이커들이 위기다. 코로나발 경기와 시장 침체로 재고는 몇 년째 쌓여만 가고 적자 규모도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미 국내 화섬 원사 메이커 두 곳이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다른 메이커들도 판매 관련 임원이나 담당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쫓겨나는 등 겨울 강추위만큼 시리다. 한마디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수출 시장에선 중국 등 경쟁국들의 덤핑 가격 공세에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국내 화섬 원사 메이커들은 속수무책. 내수시장도 이미 수입산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한국화학섬유협회와 경기섬유산업연합회가 나서 직접 대면 수주 상담회를 주선하는 등 관련 단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녹녹치 않다.

 

최근에는 대구경북 지역 직물 업체들이 수입 원사를 공동 구매하려는 움직임에 보이고 있다. 수요 감소에 생산 코스트 상승에 따른 마진 감소와 적자에 결국 원자재 가격이라도 줄여보겠다는 타개책에서 나온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에 화섬 원사 메이커들도 폴리에스터 주원료인 PTA와 MEG를 수입산으로 대체해 제조 코스트를 최대한 낮추어 가격 경쟁력을 제고해보겠다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한편 PTA와 MEG를 생산·공급하고 있는 국내 폴리에스터 원료 메이커들도 2000년대 중반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화섬원료 메이커들이 생산설비를 확대하면서 채산성이 악화되자 이를 메우기 위한 의도로 가격 형성에 있어 실수요자의 의견이나 상황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독과점 시장 상황을 악용해 지나치게 고압적이고, 일방통행식 가격 책정과 공급량 등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미 이전부터 이 같은 독과점 횡포와 갑질에 대해 화섬업계와 직물, 니트 등 연관 섬유 스트림 분야의 강한 반발이 제기되어왔다. 이는 향후 폴리에스터 밸류체인 상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PTA와 MEG 업체의 일방통행식 가격 결정은 화섬 원사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것은 물론, 화섬 원사 실수요자인 직물과 니트 등 섬유업계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주원인이라는 점에 업계가 분노하고 있다.

 

화섬업계와 직물, 니트 등 다운스트림 업계의 이러한 분노는 화섬원료 메이커가 가격을 인상할 때마다 그 이유와 정당성, 인상 폭 등에 대해 구체적인 상황 설명과 함께 실수요업계의 전반적인 상황 등을 충분히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적정 가격을 책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으로 결정해 통보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생산 자체를 접겠다느니,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식의 고압적인 자세로 일관해 온 행태가 관례화되었다.

 

이 같은 가격 책정에 직물, 니트 업계와 원료 공급업계 사이에 낀 화섬 원사 메이커들은 난처하다. 원자재 가격이 차츰 내림세를 보이면서 섬유업체들은 원사 가격을 낮춰 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반면 화섬 원사 메이커들은 앞선 상황으로 인해 당장 가격 조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PTA와 MEG 업계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행태를 모르는 직물, 니트 업계 등 수요업계는 그동안 원사 가격 인상 때마다 폴리에스터 원사 메이커들을 원망했고, 성토해온 것에 대한 아쉬움과 속상함이다.

 

한편, 화섬 원사 메이커들의 수입산 공동 구매 소식에 직물, 니트 업계는 비합리적인 원료 업계의 관행을 강력히 비판하면서도 “이번 화섬 원료 메이커들의 수입산 원료 공동 구매는 1980년대의 구태의연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폴리에스터 원료 업계가 스스로 초래한 자승자박”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앞서 언급했듯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이사장 이석기)을 구심점으로 대구경북 직물업계도 적자 개선을 위한 타개책으로 수입산 원사 공동구매를 검토 중이다. 

 

조합에 따르면 현재 국내산 원사와 수입산 원사 가격 차이는 ㎏당 약 300원 정도.

수입산 공동구매와 관련해 이정학 상무이사는 “조합과 직물 업계는 수입산을 공동 구매하되 국내 화섬 원사메이커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적정선에서 수입 규모 등을 조율하는 과정 중”이라고 말했다.

 

 

국내 폴리에스터 원료 공급사, 독과점 악용해

각종 비용 상승분 공급가격에 반영…화섬 메이커에 전가

 

국내 화섬 주원료인 PTA 등을 생산하는 합섬원료 메이커는 삼남석유화학㈜과 한화임팩트㈜(舊 한화종합화학) 등이다. 국내 PTA 시장은 몇 개 회사가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독과점 상황이다.

 

여기에 합섬원료 메이커들도 장기간 침체와 수요 감소에 국내 생산량을 대폭 줄이고 대신 수입 형태로 전환한지 오래다. 또한 국내 제조 시 인건비, 환경 부담금 등의 각종 환경 관련 세금까지 더하면 오히려 수입하는 편이 더 마진이 크다.

 

더구나 메이커들은 화섬 원사 메이커들에게 책정한 공급계약이 인건비, 환경 부담금 등 각종 비용을 포함시키는 등 비용 상승분을 고스란히 화섬 원사 메이커들에게 전가하고 있다.

 

그리고 몇 년 전부터는 자체 생산 대신 수입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롯데케미칼은 2021년 7월부터 울산공장 내 연산 60만 톤 규모의 PTA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폴리에스터 주원료 중 하나인 EG(에틸렌글리콜)는 여전히 생산 중이다.

 

PTA 생산을 접는 대신 경쟁사인 한화임팩트와 PTA 공급 관련한 업무 협약을 맺고, PTA 공장 가동 중단 시점부터 연간 45만 톤 규모의 PTA 제품을 공급받기로 양사가 합의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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