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문제’, 글로벌 통상 쟁점화

美·EU, “강제노동·인권침해 연계 상품 수입 차단”
무역협정 상 노동 이슈, 결사의 자유·단체교섭권 등 노동권 범위 확대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8/08 [09:27]

 

지난 6월 21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위구르노동방지법(UFLPA) 시행과 EU의 공급망 실사법안 통과 이후 노동 문제가 글로벌 무역의 핫이슈로 부상했다.

 

(사)한국FTA산업협회 이창우 前 회장은 “우리나라 수출기업들은 대부분 원산지 기준에 치중해 FTA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미 FTA와 한중 FTA 등 통상 규정에서 노무(노동)가 핵심 이슈로 등장했다”면서 “전 세계의 ESG(경영)이 활성화되면서 수출기업들도 이 점에 주목하고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2021년 말 기준, 한국이 체결해 발효 중인 18개 FTA 및 58개 체결국의 경제규모를 합하면 전 세계 GDP의 85%를 차지한다. 규모 면에서는 단연 1위다. 하지만 그동안 원산지 기준에 치중한 편협한 대응 방식에서 노동 문제 등 다양한 통상 조항을 활용한 FTA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노동 이슈가 우리와는 동떨어져 보일지 모르지만 현재 우리가 체결해 발효 중인 18건의 FTA 중 10건에 노동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도 노동 이슈의 통상의제화 강화 추세 속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하고 있다.

 

최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도 ‘노동이슈의 통상의제화 분석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노동 문제에 대한 대응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과 EU는 2000년대 중반부터 자국이 체결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노동권을 침해하며, 저가에 제조된 상품이 수입되는 것을 막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미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에서 ‘노동 신속대응 메커니즘(Rapid Response Labor Mechanism)’을 도입해 협정의 노동조항 불이행 시 특혜관세를 중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최근 개시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서도 강화된 노동기준과 이행장치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다.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탈탄소·인프라 ▲조세·반부패의 4개 필러(Pilar)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 중 무역 필러에서 노동 관련 내용이 주로 다뤄질 예정이다.

 

지난 6월에는 중국 신장지구의 강제노동 및 인권침해를 문제로 삼아 관련 제품의 미국 수입을 전면 차단하는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도 시행에 들어갔다. EU가 지난 2월 발표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공급망 실사에 관한 지침’은 EU 역내 기업과 역외 기업 모두에게 공급망 내 인권침해 여부를 검토하고 보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미국의 강제노동 근절 노력에 발맞춰 강제노동 생산품의 역내 수입금지 법안 도입 계획도 밝혔다.

 

당장 독일 정부가 내년 1월 1일부터 인권 보호 및 환경보호 강화에 중점을 둔 공급망 실사법(LkSG)을 시행하겠다고 선언했다. 2023년부터 고용인원 3,000명 이상 기업, 2024년 고용인원 1,000명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실사법 위반 시 최대 800만 유로 도는 전 세계 연매출의 최대 2%(단 매출 관련 벌금의 경우 연매출이 4억 유로 이상인 경우만) 벌금을 부과한다.

 

선언 직후 국내 종합상사는 독일의 완성차 업체 즉 발주사로부터 이메일을 받았다. 공급망 실사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공급망 실사법 평가기준을 자체적으로 평가·충족하라는 요구와 함께 미충족 시 바로 거래를 중단하겠다는 내용의 경고장이었다.

 

 

노동 조항 포함 무역협정, 

1954년 4개(17.4%) → 2021년 113개(34.2%)

 

우리나라도 노동문제와 관련한 통상 분쟁을 경험한 바 있다. 미국과 EU로부터의 사실상 경고장이었다. 우리나라의 FTA 상 첫 노동 관련 분쟁은 2018년 3월 ILO 핵심협약 비준 관련한 EU 측의 문제 제기다. 

 

EU는 한·EU FTA 협정문의 ‘제13.4조(다자간 노동 기준과 협정) 3항’을 근거로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 노동기준을 준수해야 하는 내용이 있지만 한국이 협정 발효 후 8년이 넘도록 ILO 기본 협약 4개를 비준하지 않고 있어 FTA 상의 의무를 위반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던 것.

 

당시 우리나라는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보장(제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제98호) ▲강제노동협약(제29호) ▲강제노동 철폐 협약(제105호) 등 총 4개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다행히 전문가 패널이 EU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노동 문제로 통상마찰을 겪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4월에는 9년 만에 개최된 제2차 노동협의회에서 미국 측은 우리나라의 결사의 자유 제한과 노조 지도자 구속 등 노동권 보호 관련 노동규정 이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었다.

 

노동 문제가 무역협정에 처음 등장한 건 1954년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북미노동협력협정(NAALC)을 기점으로 양자·지역 무역협정 체결을 통해 통상과 노동 연계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초 노동조합을 포함한 FTA는 2011년 발효된 한·EU FTA이나 협상기준으로는2007년 최초 서명한 한·미 FTA다.

 

 

노동조항이 담긴 지역 무역협정은 1995년 4개에서 2006년 27개, 2021년 113개까지 늘었다. 전체 지역 무역협정에서 노동조항이 포함된 무역협정 수의 비율은 1995년 17.4%에서 지난해 34.2%까지 높아졌다. 

 

무역협정 상의 노동 조항은 1998년 ‘ILO(국제노동기구) 노동 기본원칙과 권리’와 ‘권리 선언(ILO Declaration on Fundamental Principles and Rights at work)’에 기반해 만들어졌으며, 점차 결사의 자유, 단체 교섭권 등 협정이 다루는 노동권의 범위가 확대되고 다양해지고 있다.

 

황준석 한국무역협회 연구원은 “무역협정이나 국내법을 통해 노동이슈에 대한 통상 쟁점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국내 노동이슈, 노동 관련 국제협약 미이행, FTA 상 노동규정의 미이행 등 국내법상 의무위반뿐만 아니라 노동 관련 리스크가 있는 국가와 연계된 기업의 공급망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선진국을 중심으로 노동권 준수 의무 요구가 심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법적 의무 이행 점검과 동시에 공급망 리스크 검토 및 대응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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