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성) 차별 논란에 선 ‘주머니’

옷의 주머니 유무에 따라 남녀 차별 지적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5/03 [11:05]

여성들, “크기 작아져”…소셜미디어 통해 불만 토로

女 청바지 주머니, 男보다 길이 48% 작고 폭은 6.5% 좁아

 


오늘날 Z세대 패션 인플루언서들 사이에서 거론되는 주제 중 하나가 옷에 부착된 주머니의 유무에 따른 성 차별 논란이다.

 

인도 부바네스와르 국립패션기술연구소 술라냐 사하(Sulagna Saha) 조교수는 “남성 옷에는 넓고 눈에 띄는 주머니가 있는 반면 여성 옷에는 대부분 주머니 크기가 작다”면서 “남자들은 만족하기 때문에 별 말이 없다. 하지만 여성들은 주머니에 대한 불만을 품고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복은 태초부터 주머니가 없었다. 1905년 미국의 여성 인본주의자이자 소설, 작가, 우생학자였던 샬롯 퍼킨스 길먼(Charlotte P. Gilman)은 뉴욕 타임즈에 기고한 글에서 “여성들은 때때로 가방을 들고 다니고 때로는 꿰매어 둔다. 때론 묶이고 때론 손에 휘둘리지만 가방은 주머니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가방은 주머니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주머니는 다른 어떤 의복이나 그 구성요소보다 패션의 성별 구분 문제다. 2018년 한 연구에 따르면 여성 청바지 주머니는 남성용보다 길이 48% 작고 폭은 6.5% 좁다. 대화면 스마트폰 수요가 증가하면서 남성용 주머니는 실용성에 맞게 커졌지만 반대로 여성복 주머니는 점점 작아지거나 아예 없는 상태다.

 

중세 시대, 가방은 남성과 여성 모두 소지품을 운반하는 데 사용됐다. 가방은 허리 벨트에 매달린 요즘의 힙색 또는 패니 팩(Fanny bag)과 비슷했다.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도난 방지 목적으로 부상했다. 옷을 여러 겹으로 걸쳐 있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가방이나 파우치에 접근하기 위해 옷에 ‘슬릿(Slit)’이 도입됐다.

우리말로는 ‘트임이 좁고 긴 것’을 말한다. 보통 치마의 긴 트임, 재킷의 큰 트임을 가리키며, 움직임을 쉽게 하기 위한 목적이다.

 

 

17세기 후반까지 주머니는 남성복의 필수 요소였다. 이 주머니는 코트, 양복조끼, 양복바지에 꿰매어졌다. 그러나 여성복에서는 그러한 진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여성들은 일상적으로 물건을 나르기 위해 페티코트 아래 숨겨져 있던 거대하고 부피가 큰 가방을 사용했다. 호화롭고 넓은 치마가 몸에 더 가깝게 당겨지면서 프랑스 혁명과 함께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18세기 말은 ‘구속의 시대’였다. 내추럴한 허리선이 위로 올라와 슬림하고 유선형의 실루엣을 적용했다. 이 슬림 룩에는 숨겨진 주머니를 넣을 공간이 없어 이 때부터는 장식된 작은 지갑이 사용됐다. 특히 벨트에 소지품을 걸어두는 허리 체인이 인기를 얻었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여성의 반항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는 또한 주머니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치마에 주머니를 꿰매는 방법에 대한 사용 설명서가 대중화됐다. 1910년 뉴욕 타임즈에 실린 1면 헤드라인은 ‘서프러제트 수트를 입은 주머니가 많다(Plenty of Pockets in Suffragette Suit)’였다. 이 양복에는 7~8개의 주머니가 달려 있다.

 

제2차 세계 대전은 주머니가 있는 기능성 의류의 길을 열었다. 여성들의 요구 때문이 아니라 예전에는 남성들만 하던 공장과 직장에서 여성들도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래가지 못했다. 남자들이 전쟁에서 돌아오자 여자들은 공장이나 직장에서 물러나야 했다. 전후 패션은 여성이 여성스럽고 모든 남성적이고 실용적인 스타일을 버리기를 기대했다. 실루엣은 주머니를 넣은 공간이 없는 모래시계로 돌아왔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대중역사가, 작가인 폴 비드 존슨(Paul Johnson)은 2011년 200년 가까운 역사의 영국 보수 잡지인 스펙테이터(The Spectator)에서 “남자는 물건을 넣은 주머니가 있고 여자는 장식용 주머니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의복의 목적에서 성별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은 매우 명백하다. 남성복은 실용성을 중시하는 반면 여성복은 미학을 중시한다. 

 

“여성 역할 확대

…보다 포괄적인 의류 디자인할 때”

 

 

‘성 중립(gender-neutral) 의류’가 나오기 시작되면서도 여성들은 적당한 사이즈의 주머니가 있는 옷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복에는 종종 터무니없이 작은 주머니가 달려 있곤 하다. 꽤 많은 옷들에서 주머니가 사라졌다. 그러나 가장 화가 나는 건 ‘가짜 주머니’다. 이것은 바지 뿐 아니라 스웨터, 가디건, 후드, 재킷, 스커트, 드레스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는 불편함의 문제를 명확하게 설정한다. 그러나 여성복에 주머니가 없다는 것은 디자인의 포괄성 문제를 나타내기도 한다. 주머니는 패션 선택이 아니다. 이것들은 또한 실용적인 목적을 제공한다. 

 

브랜드가 여성복을 디자인하고 그 목적을 부정할 때 그들은 본질적으로 여성복을 사용하는 여성과 성별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지갑을 들고 다닐 것이라고 가정한다.

 

이에 대한 논리는 매우 분명한 것 같다.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핸드백 산업은 엄청난 성장을 보였다. 여성복의 주머니를 거부하는 것은 핸드백에 대한 수요를 창출한다. 잘 문서화된 이 음모론은 전 세계 가방 산업이 470억 달러(59조4,315억 원) 규모이고, 브랜드가 매력적인 옷에 어울리는 핸드백을 디자인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한다. 

 

실제 2031년까지 전 세계 럭셔리 핸드백 시장 가치는 354억 달러(44조7,987억 원)를 초과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Transparency Market Research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럭셔리 핸드백 시장 성장률은 2021년부터 2031년까지 CAGR 5.9%로 추정된다. 

 

그러나 일부 브랜드는 성별이 옷을 정의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여성용 핸드백 수요가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애슬레저웨어는 주머니가 필요하다. 수퍼핏(Superfit), 히어로(Hero), 밴디어(Bandier)와 같은 브랜드는 헬스장이나 달리기에 적합한 넓은 주머니가 달린 레깅스를 판매하고 있다. 

 

Bandier의 WSLY 컬렉션의 경우 성(性) 중립적이고 주머니가 달린 지속가능한 스웨트 수트를 만들고 있다. Argent는 주머니에 중점을 두어 여성용 고급 작업복을 디자인하고 있다. 깊은 바지 주머니와 블레이저 안쪽에 아이폰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로 구성되어 있다.

 

술라냐 사하 조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역에는 여전히 주의와 디자인 혁신이 필요한 격차가 존재한다”면서 “작업 부문에서 여성의 역할이 증가함에 따라 브랜드가 보다 포괄적인 의류를 디자인해야 할 때다. 주머니는 목적에 부합하며, 누구도 성별을 근거로 그 유용성을 부인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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