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메타버스에서 명품 산다”

제페토 속 가상공간 속 최고 아이템은 ‘가상 패션’

TIN뉴스 | 기사입력 2022/01/02 [16:37]

국내외 패션 브랜드,

가상쇼룸·아바타로 Z세대 유혹 

국내 청소년 69% “메타버스에서 브랜드 구매 경험 있다”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이 메타버스(Metaverse) 매력에 빠졌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은 현재 전 세계 누적 가입자 2억5,000만 명으로 Z세대의 전폭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제페토(ZEPETO)’다. 여기에는 구찌, 디올, ZARA, 나이키, 랄프로렌, MCM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자신들의 가상 쇼룸과 아바타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제페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은 ‘가상 패션 아이템’이다.

BBC 보도에 따르면 12월 말 기준 제페토에서 거래되는 가상 패션 아이템은 16억 개 이상이다. 제페토에서는 게임 화폐인 ‘젬(Zem)’으로 거래한다. 이용자들은 돈으로 젬을 구매하며, 디자이너는 5,000젬이 모이면 106달러(12만5,811원)로 환전해 인출할 수 있다. 

 

구찌는 제페토에서 현실 기반의 가상 쇼룸을 만들어 놓고, 이용자들이 구찌 제품으로 3D 아바타를 꾸밀 수 있도록 했다. 제페토에선 수백만 원대 구찌 가방이 77~88젬에 거래된다. 

 

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공간인 Roblox에서 랄프로렌(Ralph Lauren)은 가상 의류 판매를 시작했다. 랄프로렌은 매일 4,700만 명의 사용자가 활동 중인 Roblox의 온라인 세계에 밀라노, 도쿄, 뉴욕과 같은 거대 도시를 지나 최신 매장을 열었다. 24시간 연중무휴이며, 클릭 몇 번이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가상 매장을 갖추고 있으며, 가상 패딩재킷, 체크무늬 비니, 겨울 시즌용 복고풍 스키웨어를 5달러 미만에 판매하고 있다.

 

모건 스탠리(Morgan Stanley)는 메타버스가 향후 10년 동안 럭셔리 산업에 500억 달러 이상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면서 잠재적인 새로운 금광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코로나19가 끄집어낸 본능

집에서 머무는 시간 늘며 온라인 세계 심취

 

 전 세계 수백만 명이 격리되고 사회거리두기 시행으로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시간을 온라인에서 보내기 시작했다. eMarketer에 따르면 2020년 미국 성인은 하루 7시간 50분을 디지털 기기와 상호 작용했으며, 이 시간은 2019년보다 15% 증가했다.

 

팬데믹 기간 패션쇼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영역에서 고객과 연결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던 브랜드들은 이제 메타버스 전략을 찾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메타버스 부문을 신설했다. 구찌, 버버리, 돌체앤가바나가 가상 패션을 판매하고 있고, 나이키는 가상 신발과 수집용 NFT를 생산하는 RTFKT 스튜디오를 인수했다.

 

이러한 메타버스의 사용자들은 소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다. 즉, 디지털 원어민으로서 개인용 컴퓨터, 휴대전화, 인터넷, MP3와 같은 디지털 환경을 태어나면서부터 생활처럼 사용하는 세대를 말한다. 따라서 브랜드들은 이미 온라인에서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한 Z세대라는 차세대 고객 유치에 공을 들여야 한다.

 

최근 형지엘리트가 청소년들의 메타버스 이용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대 청소년의 69%가 ‘메타버스에서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ApparelMagic의 CEO인 브랜든 진스버그(Brandon Ginsberg)는 “메타버스가 디자이너, 패션·소매 브랜드, 소비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메타버스의 대모’로 불리는 미래학자 겸 작가인 캐시 해클(Cathy Hackl)은 ‘우리의 손, 책상, 벽에 있는 직사각형에서 벗어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물리적 삶과 디지털 삶의 융합’이라고 정의한다.

 

예를 들어 아디다스, 알마니, 캐빈 클라인은 2007년 약 100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가상 세계인 ‘Second Life’에서 디지털 패션을 실험했다. 2012년 디젤은 심스(Sims)에서 의류와 가구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루이비통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플레이어를 위해 ‘스킨(플레이어의 외모를 바꾸는 게임 내 구매)’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 옷에 돈을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Roblox에 따르면 사용자 5명 중 1명은 매일 아바타를 업데이트 한다.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바타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미국 화장품 브랜드 에스티 로더의 글로벌 기술 혁신 매니저인 딜런 코트(Dylan Gott)는 “사람들이 디지털 세계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디지털 세계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점점 더 의도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Dimension Studio의 공동 설립자인 Simon Windsor도 “청소년들은 몇 달러를 들여 디지털 버전을 구입해 친구들에게 온라인으로 뽐낼 수 있으며, 이 세대는 아바타에 돈을 쓰는 데 익숙하다”라고 말했다. 급기야 페이스북(Facebook)의 창업자 겸 CEO 마크 저커버그(Mark Elliot Zuckerberg)도

사명을 ‘메타(META)’로 변경하고, 소셜 미디어 기업에서 ‘메타버스 회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메타버스의 높은 수익성

글로벌 패션산업을 홀리다

 

그럼 메타버스가 패션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고 패션이 메타버스를 어떻게 변화시킬지가 궁금하다. 브랜든 진스버그는 “패션 산업이 메타버스에 더욱 뿌리를 내리고 젊은 세대가 쇼핑, 사교활동, 여가시간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소매 및 패션 브랜드가 눈앞에 있는 기회를 활용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Dimension Studio의 공동 설립자인 Simon Windsor는 “디자이너는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는 더 많은 자유를 갖게 될 것이며, 메타버스에서 재킷은 불에 타거나 물로 만들어지거나 하루 종일 또는 소유자 지분에 따라 색상이 변경될 수 있다”며 “메타버스에서는 물리 법칙을 잊어버릴 수 있다.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배달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선 메타버스는 브랜드에게 제품을 테스트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공할 수도 있다.

디지털 세계에서 먼저 제품을 출시하고 피드백을 수집하고 실제 세계에서 판매하기 전에 수요를 평가해 제품을 테스트할 수 있다. 디지털 버전을 좋아하는 구매자는 버튼을 클릭해 실제 버전을 주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메타버스 공간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주는 동시에 업계도 이들에게 문을 열어놓았다. 예를 들어 제페토(Zepeto)를 사용하면 누구나 자신만의 디지털 의류를 만들고 플랫폼에서 판매할 수 있다. The Fabricant는 지난해 9월 누구나 디지털 의류를 디자인하고 판매할 수 있고 로열티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메타버스 내 다양한 가상 패션 아이템이 인기를 모으면서 덩달아 가상 패션 아이템 디자이너 몸값도 뛰었다. 소위 ‘억대 연봉자’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BBC에 따르면 가상 패션 아이템 디자이너 모니카 루이스는 “현실에서는 엄두를 못 냈던 고가 옷도 디지털 세계에서는 모두 살 수 있고, 이 점이 메타버스의 매력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모니카 루이스 역시 억대 연봉자 중 한 명이다.

 

▲ 제페토에서 아바타 디자인으로 억대 연봉 수익을 올리고 있는 모니카.  

 

특히 패션 브랜드에게는 수익성 높은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했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럭셔리 브랜드가 2030년까지 총 시장을 10% 이상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는 5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특히 더 흥미로운 점은 수익의 75%가 이자 및 세전이익(EBIT) 또는 이자 및 세금 차감 전 수익(EBITDA)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은 이윤이라고 강조했다.

 

첫째, 디지털 아이템을 사용할 경우 원자재를 사거나 노동력에 돈을 쓰고 제조에 신경을 쓰거나 전 세계로 무언가를 배송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둘째, 브랜드는 이미 디지털 영역에서 가져와 재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컬렉션 아카이브를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들은 첫  판매에서만 수익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템이 재판매될 때마다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패션 스타트업인 DressX에 따르면 디지털 패션은 본질적으로 지속가능하며, 하나의 디지털 의류를 생산할 때 이산화탄소가 97% 적게 배출된다. 또한 시즌이 끝나면 할인행사나 기부 또는 폐기해야 하는 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

 

게다가 메타버스보다 앞서 등장한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역시 수익성 높은 투자기회다. NFT를 구매해 가치가 상승하면 되팔아 수익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9년 The Fabricant는 ‘Iridescence’라는 반짝이는 은색 드레스를 54Ether 또는 약 9,500달러에 판매했다. 오늘날 가치로는 20만 달러(2억3,720만 원)가 넘는 금액이다. 

 

지난해 구찌도 Dionysus 지갑을 3만5,000 Robux(Roblox에서 사용되는 통화)에 판매했는데, 이는 실제 가방 가격보다 더 비싼 4,100달러(486만1,780원)에 해당한다. 돌체앤가바나도 ‘지구에서는 찾을 수 없는 보석’으로 만든 디지털 티아라를 포함해 9피스 NFT 컬렉션이 570만 달러(67억5,906만 원)에 경매됐다.

 

이는 메타버스의 잠재성에서 기인한다.

제페토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이루다는 지난해 대체불능한토큰(NFT)을 주제로 한 온라인 콘퍼런스 ‘METASEOUL 2021’에서 메타버스의 잠재성을 강조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실생활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말하기는 매우 힘들며, 특히 만약 가상현실이 당신 정체성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나 틱톡 등 다양한 경로로 당신의 가상 캐릭터와의 활동이 수익까지 창출한다면 더욱 그렇다”면서 “매일 수만 명의 사람이 새로운 아이템을 디자인하고 출시하고 있기 때문에 제페토는 세계 최대 가상 패션 시장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타버스의 핵심인 정체성을 강조했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정체성이며, 제페토에선 누구든 될 수 있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인간은 겪어보지 못하고 다양한 삶에 대한 가능성에 관심이 있다. 이는 원초적 본능이며, 이 원초적 본능에 따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제페토”라고 강조했다. 또 “아바타는 물론 다른 유저들과 함께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롤 플레이도 하는 등의 능동적인 관여가 가상 정체성을 향한 유저의 애착을 강화시키고, 더불어 이 기상 캐릭터와 가상 세계 속 활동들에 대한 타인의 수용도를 증가시킨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타버스 성장과 함께 구글(Google)의 독식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머니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김정환 부경대 교수는 “구글이 모바일 게이트웨이(관문)를 차지한 이상 메타버스도 구글의 영향력 안에 있다”며 “구글 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메타버스 경제가 활성화될수록 구글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더 늘고, 수수료도 30%를 넘어 40%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건 수수료 비중이 아니라 구글의 독식이 심화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유리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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