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 시대 “패션산업이 이끈다”

친환경 3인방 파타고니아, 프라이탁, 파츠파츠
“억지로 만든 스토리보다 진짜 스토리 있어야”
우후죽순 친환경 마케팅 열풍 소비자 역할 중요

TIN뉴스 | 기사입력 2021/10/18 [09:56]

▲ 패션기업들은 의류의 생산과 공정, 소비와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해 오염과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공정 과정에서 의류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 TIN뉴스

 

2000년대부터 자본주의가 만든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평균 의류 구매량이 해마다 60%씩 늘어나게 되면서 패션산업은 석유산업에 버금가는 공해의 원인으로 지목받기 시작했다.

 

실제 패션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면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산업용 물의 20%가 의류 생산과정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0%를 배출하는데 이는 항공과 해운산업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도 높다.

 

그린피스 조사에서도 청바지 한 벌을 생산할 때 물 7000리터가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32.5kg 배출된다고 분석했다. 또 목화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는 살충제는 전 세계 농약 사용량의 20%에 달한다고 조사됐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미세플라스틱 오염의 35%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 생산한 합성섬유 세탁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도 매년 의류와 신발 전체 생산량의 70%인 4200만톤이 재고로 버려져 쓰레기 매립장으로 가고 있다. 화학섬유의 경우 자연 분해되는데 수년의 시간이 걸리며, 폐기된 옷이 썩거나 소각될 때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가 배출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138.8톤이던 국내 하루 평균 의류 폐기물량이 2014년 213.9톤으로 75톤가량이 증가했는데 당시는 SPA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확장이 주목받던 시기였다.

 

이와 같은 이슈는 기후변화와 함께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문제의식을 고조시켰고, 몇몇 패션 브랜드에 국한되어 있던 지속가능성은 패션산업에 있어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패션기업들은 의류의 생산과 공정, 소비와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해 오염과 자원 낭비를 최소화하면서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공정 과정에서 의류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있다.

 

소비자들 역시 수요와 공급으로 소비가 결정되던 시대를 넘어 대안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념·명분 소비 트렌드가 뿌리내리면서 구매 요소로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

 

2020년 미국의 ‘맥킨지 뉴 에이지 컨슈머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가운데 66%가 제품 구매 시 지속가능성을 고려했으며, 응답자 중 75%는 밀레니얼 세대로 나타나 젊은 층일수록 지속가능성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는 친(親)환경을 넘어 환경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의 ‘필(必)환경’ 시대에 접어들면서 오랜기간 패션산업의 환경적 의미에 질문을 던지며 지속가능성 이슈에 목소리를 내던 브랜드들 또한 다시 주목받고 있다.

 

▲ 파타고니아는 2011년 11월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세일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뉴욕 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 문장이 들어간 광고를 내보내 주목을 받았다.  © TIN뉴스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로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교복이라 불리는 플리스 조끼를 판매하는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Patagonia)를 꼽을 수 있다.

 

파타고니아는 자연을 벗 삼는 아웃도어 스포츠를 즐겨온 이본 쉬나드가 1973년 설립한 브랜드다. 아르헨티나 피츠로이의 지형을 형상화한 파타고니아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는 하나의 패션 문화처럼 국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대표 아이템으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11년 11월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세일 시즌인 블랙 프라이데이 당일 뉴욕 타임스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문장이 들어간 광고를 내보내 주목을 받았다.

 

광고를 통해 재킷 하나를 생산할 때 물 135리터가 필요하고, 제품의 운반 과정에서 완제품 무게의 24배에 해당하는 탄소가 발생한다고 설명하면서 꼭 필요한 옷이 아니라면 사지 말라고 조언했다.

 

모두가 물건을 팔기 위해 혈안이 돼 있는 시기에 소비를 지양하자는 도발적인 광고는 당시 큰 주목을 받았고 광고 이후 파타고니아의 매출은 오히려 40% 상승했다. 고도의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난도 있었지만, 환경보호를 모토로 삼은 기업의 정체성과 맞아 떨어지는 광고는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기 충분했다.

 

실제 파타고니아는 오랫동안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고 페트병에서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추출하는 방식으로 플리스 제품을 만들었고, 모든 면 제품은 유기농 목화로 제작했다. ‘지구를 위한 1%’ 프로그램을 통해 적자든 흑자든 상관없이 매출의 1%를 자연환경의 보존과 복구에 사용하는 ‘지구에 내는 세금’으로 기부했다.

 

고객들이 의류 쓰레기를 늘리지 않도록 평생 수선을 책임지는 프로그램도 만들었으며, 새 제품보다 중고 제품을 구매하도록 구글에서 파타고니아 제품을 검색하면 중고 제품이 먼저 등장하게끔 이베이와 협약했다.

 

2020년에는 ‘덜 사고, 더 요구하세요(Buy Less, Demand More)’라는 캠페인을 내놨는데 새 옷을 만들면서 발생하는 탄소와 각종 폐기물 등을 줄이기 위해 ‘덜 사고’, 기업에 재활용 제품이나 유기농 원단을 활용할 것을 ‘요구하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졌다.

 

▲ 고급 가죽이나 깨끗한 원단이 아님에도 최저 15만원, 주로 50만원 가격대로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개 가까이 팔리는 프라이탁의 성공 배경에는 희소성과 스토리, 정체성을 꼽을 수 있다.   © TIN뉴스

 

“저렴한 소재로 저렴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

 

트럭 방수포 등을 재활용해 가방을 만든 스위스 브랜드 프라이탁(FREITAG)도 일찌감치 지속가능성 이슈에 목소리를 낸 대표적인 패션 브랜드로 뽑을 수 있다.

 

프라이탁은 제품을 재활용(recycle)하는 차원을 넘어서 디자인을 가미하는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여 재탄생시키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선두 주자로 1993년 그래픽 디자이너였던 다니엘 프라이탁과 마커스 프라이탁 형제가 설립했다.

 

스위스의 변화무쌍한 날씨에 갑작스럽게 비가와도 방수가 되면서 내용물은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튼튼하면서 기능성도 뛰어난 가방을 찾던 프라이탁 형제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트럭의 방수 덮개에서 힌트를 얻어 프라이탁 가방을 만들게 된다.

 

실용성을 중점에 두고 쓰다 버린 트럭 덮개로 가방천을, 폐자동차 안전벨트로 어깨끈을 만들고, 폐자전거 고무 튜브로 가방의 모서리 부분을 처리하는 등 가방을 이루는 모든 것을 재활용했다.

 

고급 가죽이나 깨끗한 원단이 아님에도 최저 15만원, 주로 50만원 가격대로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개 가까이 팔리는 프라이탁의 성공 배경에는 희소성과 스토리, 정체성을 꼽을 수 있다.

 

프라이탁만이 가질 수 있는 희소성은 설령 같은 소재와 디자인의 트럭 방수포라도 5~10년이라는 기간 동안 낡은 정도와 묻은 때가 달라 동일한 제품의 생산이 불가하다는 점이다. 매장마다 디자인과 색이 각기 다른 차별화된 제품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두 번째는 방수포마다 담겨진 ‘스토리’다. 원하는 디자인과 색의 방수포를 제작해 가방을 제조하는 더 쉽고 저렴한 방법을 놔두고 폐방수포를 쓰는 이유는 프라이탁의 ‘스토리’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다.

 

방수포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그간의 스토리가 소비자에게 전달되고 소비자는 자신만의 새로운 스토리를 덧붙여 재활용된 방수포는 가방이라는 ‘두번째 인생’을 살게 된다.

 

프라이탁의 본사 공장은 모두 재생 콘크리트로 지어졌고, 가구는 폐건축물의 철근을 가져와 직접 만들었다. 또 빗물로 폐방수포를 세탁하기 위해 옥상 정원을 자연 필터로 조성했다. 특히 가방에 쓰이고 남은 폐방수포는 재생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으로 나누어 재생 전문업체에 돈을 주고 맡겨서 처리하고 있다.

 

기업이 성공할수록 더 큰 이윤을 위해 욕심을 부리는 등 정체성을 잃어버리기 쉽다. 하지만 프라이탁은 재활용과 업사이클이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계속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 옷이 부품(Parts)처럼 조립되는 동시에 예술을 품고 있는 의미에 파츠파츠는 단 하나의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할 때 소매, 옷깃 등 각 부분을 레고블록처럼 딱 맞게 그려 소재의 낭비와 생산과정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디자인 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 TIN뉴스

 

“제로웨이스트, 쉽지 않아. 불가능에 대한 도전”

 

국내에서는 제로웨이스트(Zero Waste) 전도사라 불리는 임선옥 디자이너의 브랜드 파츠파츠(PARTsPARTs)가 지속가능성을 대표하는 브랜드라 할 수 있다.

 

옷이 부품(Parts)처럼 조립되는 동시에 예술을 품고 있는 의미에 파츠파츠는 단 하나의 소재를 사용해 디자인할 때 소매, 옷깃 등 각 부분을 레고블록처럼 딱 맞게 그려 소재의 낭비와 생산과정을 최소화하는 ‘제로웨이스트’ 디자인 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옷에 대한 개념을 새롭게 정립하여 디자인 방식부터 패턴, 생산 방식에 이르기까지 독창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잠수복 원단인 ‘네오프렌’ 한 가지 소재만을 사용하고 새로운 제로웨이스트 방식인 ‘봉제선이 없는 방식’을 내건 지속가능 패션을 개발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봉제나 접착, 시즌성에 있어서 제약이 많은 네오프렌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시즌에 맞춰 두께를 조정한 뉴 네오프렌으로 다른 느낌의 컬렉션을 선보이고 다양한 컬러 레인지와 필름 패치, DTP 기법을 활용하는 등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2019년 4월에는 패션계 최초로 제로웨이스트 컨셉을 시스템화하여 교육 및 문화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츠파츠 랩을 오픈해 기술과 결합된 미래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품 수명주기에 걸쳐 폐기물을 최소화하고 제로웨이스트 공정을 일반에 공개하여 지속가능 패션에 대한 관심을 확장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파츠파츠 랩에서는 패션제품 생산이 미치는 환경과 윤리적, 사회적 측면의 소비와 낭비를 줄이기 위한 지속가능 제로웨이스트 연구과정을 공개하고 참여하는 사람들과 함께 그 철학을 공유하며 실험하는 워크숍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실험적인 도전으로 시작한 파츠파츠의 제로웨이스트는 이제 패션계는 물론 타 산업계에도 변화를 리드하고 있다.

 

임선옥 디자이너는 “하나의 옷을 만들기 위해 구입하는 부품, 소재의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옷이 만들어지고 난후 재활용, 새활용 과정에서도 많은 폐기물이 나온다”며 “이미 수요보다 공급이 넘치는 시대에서 디자이너를 꿈꾼다면 사회적 문제 해결의 도구로서 어떤 식의 디자인 문제로 시작할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최근 패션산업에서 친환경은 가장 핫한 이슈다. 그러다보니 패스트 패션을 대표하던 기업들을 비롯해 일반 브랜드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환경 열풍에 환승한 단순히 마케팅을 위한 것인지 기업의 철학과 스토리가 담긴 마케팅인지 환경에 대해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면 그 차이를 구별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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