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마케팅 “각자도생 시대 끝났다”

노환권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 센터장

GTC-KTC 섬유마케팅 양대 기관 MOU 체결
경쟁기관 간 협업 첫 사례 인프라 공유 기대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9/08 [09:55]

▲ 프리뷰인서울(PIS 2021)에 참가한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 노환권 센터장  © TIN뉴스

 

경기섬유마케팅센터(GTC)를 운영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GBSA)과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가 손을 잡았다. 지난 9월 1일 프리뷰인서울(PIS 2021)에서 섬유 수출 판로개척 추진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섬유마케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양 기관은 협력을 다짐했다.

 

GTC는 경기도내 섬유업체들의 해외전시회 참여와 샘플제작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양주에 본부를 두고 해외지사 3개소(중국 상해, 미국 LA, 미국 뉴욕)와 정보거점 3개소(중국 광저우, 브라질 상파울루, 베트남 호치민)를 두고 있다.

 

KTC는 대구에 본부를 두고 해외지사 3개소(중국 상해, 미국 LA, 미국 뉴욕)와 마케팅거점 7개소(브라질 상파울로, 터키 이스탄불, 폴란드 바르샤바, 베트남 호치민, 모로코 카사블랑카, 남아공 케이프타운, 미국 애틀란타), 정보거점 5개소(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중국 상해, 이탈리아 꼬모, 독일 베를린)를 운영하고 있다.

 

섬유업계의 모든 구성원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해외 전초기지로서의 역할 수행과 함께 섬유업계 전반의 상품 기획 및 마케팅 능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노환권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 센터장으로부터 이번 협약이 가진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노 센터장은 “협업식에 섬유산업 관계자들이 많이 찾아줘 기분이 좋았던 반면 이번 협업이 섬유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또 “이번 협업을 통해 성과가 나타나 다른 기관들도 협업의 필요성을 공감할 수 있도록 신선한 자극이 되면 좋겠다. 협업의 시작은 마케팅에서 시작했지만 이후에는 연구기관, 단체, 협회로 확대되어 서로 협업하며, 더 큰 통으로 모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협업 같은 좋은 뉴스가 섬유산업에서 많이 나와야

유사 기관끼리 과당경쟁 대신 서로 각자를 인정하고 협심해야”

 

우선 노환권 센터장은 비난과 폄하 등 기관 간의 과당경쟁의 심각성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대한민국 섬유산업이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서 오랜 역사만큼이나 협회나 단체, 연구소 등 관련 기관들이 굉장히 많다. 시장이 좋을 때는 특별히 문제가 안 됐지만 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서로 경쟁 과정에서 다른 기관과 다른 사람을 폄하해서라도 이익을 취하는 일이 생겼다”며 위험 수준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시장에 오신 많은 분들과 이야기했지만 내가 살기 위해 또 나를 합리화시키기 위해 어떻게 저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지....정말 심각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차원에서 이번 GTC와의 협약은 기관과의 과당경쟁 대신 서로 협력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 기획됐다.

 

노 센터장은 “어떤 사람은 지금처럼 어려울 때는 ‘각자 스스로 제 살 길을 찾는다’ 즉, 각자도생(各自圖生)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울 때 일수록 서로 협력해서 전체 산업의 파이를 키워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다행히 전체 섬유산업 스트림에서 마케팅만이라도 우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이번 업무협약을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KTC의 경우 대구 지역 외에도 전국에 회원사를 모두 커버하고 기본적으로 직원들이 직접 상담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반면 본사(양주), 상해, 뉴욕, LA 해외 4개 지소를 지사장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GTC와는 기능과 운영 면에서 약간 다르다.

 

이러한 차이에 불구하고 GTC와의 협업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노 센터장은 양 기관의 대상으로 하고 있는 지역이 겹치기는 하나 우리나라 전체 안에 있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협업을 통해 각자의 인프라를 최대한 주고받고 활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GTC는 편물을, KTC는 직물을 가지고 국내외 전시회에서 마케팅을 펼친다. 각자가 따로 나가기보다 하나의 한국관을 만들어 편물과 직물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도록 하면 바이어를 상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현재 마케팅을 통합한 새로운 사업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 면에서 섬유산업 스트림 전체를 놓고 보면 역할이 비슷한 경쟁기관 간의 협업은 GTC-KTC가 첫 사례다.

 

노 센터장은 “이러한 협업과 같은 좋은 뉴스가 섬유산업에서 많이 나와야 국민들도 우리 산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좋아지며,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내는 것도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다 같이 한 번 해보자’는 분위기가 아니라 서로 싸우는 모습만 계속 보여준다면 솔직히 정부 입장에서도 지원을 망설이게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1·2년 동안 섬유산업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거나 변화하지 않으면 더 고꾸라질 것이라는 생각이 근래에 굉장히 많이 들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이번 협업을 통해서 섬유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지도자들과 결정권자들이 협업의 필요성에 대해 느끼고 밑에 산하기관에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섬산련의 역할에 대해 강조했다.

 

노 센터장은 “최근 새로운 섬산련 부회장이 오고 나서 모처럼 산업부와의 소통이 잘 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1년 내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들을 섬산련과 함께 만들어서 섬유산업을 다시 살리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전했다.

 

▲ 54년 축적된 염색기술 및 기능성고차가공기술을 보유한 코오롱머티리얼 대구공장(舊 한국염공)© TIN뉴스

 

염색산업 캐파도 지키면서 기술도 한 단계 더 올려야

 

최근 코오롱머티리얼이 원사에 이어 원단사업을 접었다는 소식이 업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코오롱머티리얼 연구소장과 상무 출신의 노 센터장로서는 더욱 가슴 아프다.

 

노 센터장은 “무엇보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코오롱머티리얼이 원단사업을 접으면서 한 달에 200만 톤 이상의 생산 캐파를 해오던 대구 염색공장이 문을 닫게 됐다. 코오롱이 사업을 접으면서 염색산업으로 보면 작게는 대구, 크게는 한국 전체에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 그래도 규모가 작은 공장들은 이미 문을 닫았는데 경쟁하던 염색공장들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아 이제 나에게 오더가 올 수 있으니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당연히 초반에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 더 길게 보면 해외 바이어들은 ‘아 저기는 이제 도저히 안 되는 구나’라 생각하고 한국을 떠날 수 있다. 다른 우리 기업들에게 오더를 주는 것이 아니라 대만 등의 경쟁국 기업들로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생산 캐파를 지키면서 동시에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노 센터장은 “우리가 중국에 원단을 팔고 있지만 대부분 중저가시장이다. 중국의 하이엔드 시장은 한국에서 가공해서 들어가기 쉽지 않을 만큼 품질의 차이가 있다. 결국 중국에 생지를 보내 가공 후 하이엔드 시장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라면서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길게 보고 염색공장과 섬유산업을 우리가 지킬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우리 인접국인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타깃으로 어떻게 해야할지와 섬유산업 전체를 살려야 하는 2개의 큰 숙제를 안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기회가 될 때마다 섬유산업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하며, 그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 또 이와 관련된 것들을 매스컴을 통해 정부나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GBSA)과 한국섬유마케팅센터(KTC) 업무협약. 섬유산업 스트림 전체 중에 역할이 비슷한 경쟁기관끼리 협업하는 것은 이번 GTC-KTC가 첫 사례다. 노환권 센터장은 협업 같은 좋은 뉴스가 섬유산업에서 많이 나와야 한다며 사진만 찍는 협업이 아니라 분명히 성과를 내야 한다고 밝혔다. © TIN뉴스

 

사진만 찍는 MOU 아무 의미 없어… 분명한 성과 내야

 

노 센터장은 “단순히 MOU만 맺고 사진 찍는 협업은 아무 의미가 없다. 협업하니까 참 보기 좋다 이렇게 끝나는 게 아니라 분명히 성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양 기관은 잘 알려진 전시회 이외에 우리 기업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거나 이제까지 한 번도 나가지 않았던 새로운 전시회를 함께 발굴한다는 계획이며, 유럽 한 곳과 호주 등을 검토 중이다.

 

이어 전시회 참가 지원 시 실질적인 마케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전시회 참여 기업을 지원하기보다 실질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단순 지원 차원이라면 차라리 기업에게 바로 지원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KTC는 직원들이 처음부터 직접 상대해 상담일지를 받고 바이어가 오면 바이어에 대한 내용 등을 취합해 기업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 요구가 늘어나면서 해외지사의 역할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해 베트남 내 에이전트 수를 1곳에서 3곳으로 늘렸다. 코로나로 인해 기업들이 직접 해외로 나가지 못하더라도 에이전트나 직원들을 통해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노 센터장은 “제일 중요한 것은 팔아야 한다. 그게 마케팅에서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KTC와 같은 마케팅 기관은 적군이 오는지 안 오는지를 관측하는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한다. 여기서 나온 정보를 위로 올려줘서 피드백하면 R&D를 통해 거기에 맞게 개발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센터장은 기관의 역할 재고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했다.

 

“이러한 과정은 궁극적으로는 섬유기업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우리 기관이 살려고 하는 게 아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기관이 기업에게 도움을 주지 못 한다면 차라리 기관을 없애고 기업에게 바로 돈을 지원하는 게 낫다. 우리에게 줄 이유가 없다”고 지적하며, “기관들 스스로 받은 만큼 그 이상의 더 큰 효과를 기업에 주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 프리뷰인서울 2021 전경. 효성, 태광산업, TK케미칼 등 대형 화섬 메이커들은 원사 수요업체인 협력사들과 함께 공동부스로 나와 상생 효과를 극대화했다.  © TIN뉴스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의 KTC로 변모 

 

마지막으로 노 센터장은 “KTC는 마케팅 지원사업의 특성상, 모든 지원 기관 중 가장 밀접하게 생산 업체와 접촉하고 호흡할 수밖에 없기에 현장의 어려움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해외 수출 지사‧거점, 대구 본사를 막론하고 현장 중심의 업무 체제로 누구나 부담 없이 기관을 활용하고 성과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유관기관과의 원활한 협조 체제를 구축하여, 다양한 지원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며, 아울러 끊임없이 변화하고 혁신하는 KTC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상현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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