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먹은 밥에 체할라”

2021년 국산소재 전투복 제조 입찰공고 개시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5/03 [09:27]

원단 공급업체 “국산소재 가격 반영해 12% 상향” 요구

조달청·국방부, 업계 상향 요구 일부만 수용

71억원 예산 가용 범위 내 상향 요구에 소극적인 예산 집행

 

 

전투복 국산 소재 사용 시범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가 71억8,900만원의 전투복 국산화 사업비를 확보해놓고도 예가 산정 및 조달계약 전담부서인 조달청이 올해 전투복 원단 및 봉제분 가격 반영에 소극적이어서 군납 업체들의 아쉬움이 크다. 

 

당초 4월 6일 첫 국산 전투복 원단 사용을 명시했던 ‘해군 전투복 제조 입찰’에서 조달청이 산정한 예가에는 국산 원사 사용에 대한 차액을 반영하지 않았었다. 조달청 국방조달과가 지난해 수입산 원사가격을 반영해 예가를 산정했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섬유산업연합회는 원단업체들의 입장을 조달청에 전달했고, 이후 원단업체들은 조달청과 국방부를 연이어 방문해 국산 원사 가격을 반영한 예가 상향 조정을 촉구했고,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보이콧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국방부와 조달청이 수용하면서 일단락됐다. 결국 해군 전투복 제조 입찰 건은 4월 14일 취소·처리됐다 4월 26일 예가 조정 후 재공고(7만630SH·예가 20억5,780만2,564원)를 냈다.

 

조달청이 반영한 예가는 18억7,904만620원에서 예가 조정된 재공고에는 수량이 58SH가 줄어든 반면 예가는 9.5% 상향됐으며, 수량은 58SH가 줄었다. 

 

이후 조달청은 ‘해병대(9만9,048SH·예가 29억6,360만원), 육군(45만6,664SH·134억9,300만원), 공군(17만8,454SH·예가 52억1,171만원) 전투복 제조 입찰 건을 연이어 공고를 냈다.

 

하지만 군납업체들은 상향된 예가가 불만족스럽다. 조달청이 반영한 예가 상향액은 당초 군납업계가 요구한 수준에는 못 미친다. 조달청이 원단가격 책정을 위한 자료로 지난해 10월 5개 원단 공급업체로부터 견적서까지 받아놓고도 정작 이를 반영하지 않은데다 이후 시정 과정에서도 예가 반영에 소극적인 행태를 고집하고 있다.

 

그렇다면 군납업체가 요구하고 있는 12% 상향의 근거는 무엇이고, 76억원에 달하는 국산 전투복 사업 예산에도 불구하고 예산 집행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올해부터 새롭게 바뀐 군납 조달 시스템을 살펴보면 이해가 쉽다.

 

관급→사급 및 원단 ‘최저입찰제’→적격심사제로 개편

지난해 7월 1일부로 방위청의 조달 계약 등 물자 조달 조달청으로 이관

 

 

올해부터 군납 계약 주체가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4월 국방부와 조달청은 급식, 피복, 유류 등 일부 군수품 공급(조달)업무를 조달청으로 위임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군수품 조달의 조달청 위탁에 관한 공동훈령에 따라 지난해 7월 1일부로 7월 1일방위사업청의 일반 전략물자 조달업무를 조달청으로 이관 및 위탁하면서 방위사업청은 조달업무에서 손을 뗐다. 그동안은 국방부가 전력물자 업무 일부를 조달청으로 이관한 이후에도 방위사업청이 계약을, 입찰은 조달청이 맡아왔다.

 

그러다 올해부터는 조달청이 계약까지 맡게 됐다. 계약주체가 방위사업청에서 조달청으로 바뀐 것인데. 이를 두고 조달청이 군납 관련해 계약 및 예가·가격 산정 등의 업무 경험이 부재해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어왔다. 조달청도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해 본청 내 관련 담당부서인 국방조달관리과까지 신설했지만 미숙했다. 여기에 군납 조달 방식과 계약 입찰방식이 새롭게 개편됐다.

 

먼저 지난해까지는 전투복 원단과 전투복 봉제(완제품)를 나누어 각각 입찰을 진행했었다.

전투복 원단은 ‘최저입찰제’로, 전투복 봉제는 ‘제한총액’로 각각 최종 낙찰업체를 선정하는 시스템이었다. 또 전투복 원단 낙찰업체가 선정되면 낙찰업체가 제작한 원단을 방위사업청이 구매해 전투복 봉제 최종 낙찰업체에게 공급하는 ‘관급(관납)’ 형태였다.

 

하지만 올해부터 관급이 ‘사급’으로 바뀌었다. 즉 전투복 봉제업체가 원단 낙찰업체로부터 원단을 직접 구매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투복 봉제업체들은 방위청에서 제공한 원단으로 봉제를 해 납품하면 됐지만 이제는 직접 구매를 해야 하고 봉제 입찰 가격에 원단 구매비용까지 더해지면서 마진율 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원단 조달방식이 사급으로 개편되면서 동시에 낙찰업체 선정 기준도 최저입찰제가 아닌 적격심사가격제로 개편됐다. 올해 전투복 제조 입찰부터는 ‘적격심사(계약이행능력) 심사를 위한 적격조합확인서 제출이 필수다.

 

‘적격심사’는 기본적으로 수요기관에 제안서를 제출해 기술점수를 평가받고, 전자입찰을 통해 가격점수를 평가 받아서 이 두 합산점수가 일정점수 이상일 때 협상적격자 자격을 얻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기술점수 80점과 가격 점수 20점이다.

이 때 가격점수는 예정가격을 기준으로 80% 이상과 이하로 구분해 결정된다.

 

다른 입찰은 ‘낙찰하한율’을 적용하지만 제한총액은 ‘최저가입찰제’를 적용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시계용 전투복 봉제 경쟁분 낙찰률이 88% 내외였던 걸 감안하면 올해 전투복 원단 예정 가격도 동일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군납업체들은 예측하고 있다.

 

바로 군납업체들이 예가의 12% 상향을 요구하는 이유다.

기존 최저가 낙찰의 경우 통상 낙찰률이 60% 내외였던 것과 비교해 20% 정도 높고 동시에 총합산 점수에서 차지하는 가격 비중도 적어 무모한 출혈 경쟁식 입찰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도입됐다. 결과적으로는 국방부가 사업비용 중 88%를 군납비용으로 지급하고 남은 12% 사업비를 원단 공급업체의 국산 소재 사용에 대한 보전금을 활용하면 된다. 어차피 확보된 예산 내에서 집행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군납업체들도 “예가를 일부 조정하긴 했지만 100% 반영한 것도 아니고 예매한 상황이다. 70억여원의 예산을 확보해둔 상황에서 12%를 상향하더라도 예산이 초과되는 것도 아니고 가용한 예산 범위 내에서 집행해달라는 건데 왜 이렇게 예산 집행에 소극적인지 도통 알 수 없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해군 전투복의 예가 변동 사항을 비교했듯 굳이 2.5%를 남겨두는지 의아스럽다. 

 

조달청의 업무 특성상 국가 예산을 집행함에 있어 최소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몸에 배어있다고 하지만 군의 전투력과 직결되는 국방물자에 대해서는 똑같은 잣대를 대기보다는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수십 년간 논의에도 진전이 없던 전투복 국산화 소재 사용이 불과 몇 개월 만에 속도를 내며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업계는 이미 국산 원사 확보 및 담당부처의 업무 수행 자질 등에 대한 준비 부족을 우려했었다. 조금 시기를 늦추더라도 국방부와 군납업체가 철저한 준비와 논의과정을 거쳐 최상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점은 못내 아쉽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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