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에 눈독 들이는 기업들

주력 섬유패션사업 위축…신성장동력 사업통한 경영개선

TIN뉴스 | 기사입력 2021/02/08 [14:39]

이랜드·쌍방울그룹,

벤처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에 전폭 지원

 

 

코로나 이전 붐을 일으켰던 화장품에 이어 벤처스타트업 육성 및 투자 사업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 국내외 섬유패션경기 침체 장기화와 코로나 장기화로 인해 주력사업이 주춤한 사이 장기적인 먹거리 창출과 새로운 성장 동력원 발굴 차원이다.

 

대표적인 ‘벤처캐피탈(VC)’은 고도의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으나 경영기반이 약해 일반 금융기관으로부터 융자받기 어려운 벤처기업에 무담보 주식투자 형태로 투자하는 기업이나 그러한 기업의 자본을 말한다. 

 

다른 금융기관의 소극적 태도와는 달리 벤처기업의 장래성과 수익성에 주목하여 이에 투융자하는 것으로, 장차 중소기업의 지식집약화의 첨병인 벤처기업이 주식을 상장할 경우 자본이익을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위험 부담도 크다.

자금을 지원한 후 투자대상기업이 성장·발전하면 보유주식을 매각하여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벤처기업의 경영성과에 따라 큰 수익을 올리기도 하지만,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또한 벤처 캐피털은 은행과 같은 자금조달수단이 없기 때문에, 금융긴축 등이 발생할 경우 자금부족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처음부터 벤처캐피탈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건 아니다.

그 역사는 19세기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기술 혁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과학기술 기반 회사들이 비즈니스에 필요한 신제품과 생산 공정 개발을 위해 내부 기업부설연구소에 투자하거나 외부 발명가에게 투자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은행들이 점점 위험을 회피하는 분위기여서 창업가는 은행이나 금융기관대신 주변 가족, 친구 또는 성공한 기업가로부터 초기 자금을 투자받았다. 소위 ‘3F(Friend, Family, Fool)’가 초기 모험 자본을 대주면서 시작됐다. 당시 GM이나 포드와 대형 자동차 회사와 항공회사조차 초기 자금을 금융권대신 개인들로부터 제공받았다.

 

이후 1929년 10월 대공황을 시작으로 미국의 금융시스템이 재편됐다.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으로 나누어지면서 상업은행은 더 이상 창업가에게 모험자본을 제공할 수 없게 됐고, 중소기업의 중요한 자금줄이 한순간 끊어지게 됐다. 이 시기에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이 정부 차원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다 벤처캐피탈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F&F, 투자사 설립 및 

벤처펀드와 사모펀드 LP 참여 경험 축적

 

섬유패션기업 중 벤처캐피탈 시장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바로 ㈜F&F(대표 김창수)다.

지난해부터 F&F가 벤처투자사 설립을 계획 중이라는 소식은 업계에 알려진 사실.

실제 지난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벤처투자 시장 진출을 위해 ‘벤처 투자 및 기타 금융 투자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하기도 했다. 

 

이후 벤처펀드와 사모펀드 유한책임출자자(LP)로 참여하면서 벤처투자 시장에 관심을 드러내왔다. F&F는 패션 스타트업의 성장을 도모하겠다며 2019년과 2020년 연이어 IMM Style Venture Fund 제1호·제2호를 설립했다. 

 

참고로 대한방직㈜도 지난해 3월 ‘유일온기업제1호재무안정사모투자합작회사’의 유한책임사원으로 참여해 100억원을 투자했다. 회생기업에 대한 투자 펀드로, 즉 경영권에 관여하지 않고 투자 수익만을 챙기는 재무적 투자다. 유일온사모투자합작회사는 재무적으로 리스트가 있는 기업에 투자해 회사를 정상화시킨 후 매각한다.

 

업계는 F&F가 구상인 법인 형태는 ‘신기술사업금융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신기술사업금융회사는 신기술 개발이나 이를 응용해 사업화하는 중소기업자에게 투자 또는 융자해주는 금융회사다. 사업 개시일 7년 이내의 중소기업에 출자만하는 창업투자사와 달리 융자업무도 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융자한도는 소요자금의 90~100%이며, 상환기간은 8~10년(거치기간 3년 이내 포함), 원리금 상황대신 사업결과로 발생하는 매출액에 비례한 로열티를 일정기간 받는다. 그리고 사업이 실패하면 최소상환금만 물면 된다.

여기에 비교적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경쟁사가 극히 적다.

창업투자회사 등과 비교해 투자영역에 제한이 크지 않다는 점 때문에 F&F와 같은 자금력이 풍부한 상장법인들이 신기술사업금융회사를 선호하고 있다.

 

더네이쳐홀딩스,

패션벤처 생태계 지원…20억 투자 결정

 

내셔널지오그래픽 브랜드 운영사인 ㈜더네이쳐홀딩스(대표 박영준)가 패션기업 무신사의 패션 전문창업투자회사(벤처캐피탈) ‘무신사파트너스(대표 손구호)’가 운용하는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펀드1호 펀드’에 20억원을 출자했다.

 

더네이쳐홀딩스는 패션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 마련에 적극 동참코자 이번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무신사-한국투자 펀드1호’는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대한민국펀드 일환으로 조성됐으며, 비대면 패션분야에 집중 투자할 예정이다. 또한 총 200억원 규모로 결성됐으며, 주요 출자자로는 무신사, 한국투자증권, 현대카드 등이 참여했다. 펀드 운용은 지난해 창업투자회사 등록을 마친 무신사 파트너스가 맡는다.

 

‘스마트대한민국펀드’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조성한 벤처펀드로 멘토기업이 정부와 재원을 공동 출자해 후배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줄 후원자로 나서는 펀드다.

 

박영준 더네이쳐홀딩스 대표는 “국내 패션 벤처 생태계의 건강한 성장과 미래를 응원하며, 기꺼이 참여를 결정했다”면서 “이번 투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어갈 혁신적 패션 벤처기업들에게 좋은 성장 발판이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랜드, CVC ‘이랜드벤처스’ 설립

창투사 인가 신청, 벤처·스타트업 육성 투자

 

이랜드그룹이 벤처기업 및 스타트업 투자에 뛰어들었다.

유망 패션 리테일테크 스타트업 발굴을 통한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이다. 

이를 위해 이랜드그룹은 지난 1월 7일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업체인 ‘이랜드벤처스(대표 우준호)’를 설립했다. 

 

눈여겨볼 점은 이랜드그룹이 설립한 이랜드벤처스는 벤처캐피탈의 하나인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Corporate Venture Capital)’다. 기존 벤처 캐피탈(VC) 앞에 기업주도형이라는 말머리가 붙었다. CVC는 일반기업에 속한 벤처 투자사를 의미한다.

 

기업은 CVC를 통해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이 필요로 하는 장기위험자본을 공급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금융기관이 투자 위험성이 높아 투자를 꺼리는 모험적인 사업 분야에도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고, 기업에 속한 CVC는 모기업의 재무적 이익 추구 외 사업 확장, 신시장 개척 등 전략적 기능까지 담당하게 된다.

 

기업은 사업영역 및 방향과 유사한 벤처기업에 투자해 향후 인수합병 등으로 시너지를 창출하고, CVC는 펀드 없이 모기업 자금 지원을 받아 직접 투자하거나 일반 VC처럼 펀드를 조성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

따라서 벤처업계 입장에서는 대기업의 자금을 받을 수 있고, 지주사도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이랜드벤처스는 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자회사로 편입됐으며, 우준호 이랜드그룹 투자본부장이 대표를 맡았다. 과거 M&A 실장으로 이랜드의 다양한 거래를 담당해온 전문가다. 사내이사에는 이윤주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와 최영욱 최고전략책임자를 선임했다.

현재 중소벤처기업부에 창업투자회사 인가 신청을 완료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이랜드그룹은 이미 2019년 자회사인 이랜드리테일이 한화생명의 ‘드림플러스’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모집에 참여해 유통업 관련 스타트업 육성을 지원했다.

이후 이랜드 그룹이 적극 나서 파일럿 형태로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나섰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 하반기 스타트업인 키즈픽에 지분을 투자해 아동복 정기 구독 서비스를 런칭했다. 아이의 성별과 나이, 좋아하는 색상을 입력하면 이랜드리테일(17개 PB브랜드)의, 아동복 10벌을 골라 배송해주시는 서비스다.

 

이외에도 AI 기반 패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류 디자인을 추천생성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패션 컨설팅 업체인 디자이노블(DESIGNOVEL), 유아용 제품 성분 분석 업체인 인포그린의 ‘맘가이드’, 콘텐츠 마케팅 플랫폼 업체 테그바이컴퍼니(TAGby) 등의 다양한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이랜드의 투자로 인해 해당 스타트업의 평균 지분가치도 50% 이상 증대되며 후속 투자로 이어졌다.

 

이랜드그룹은 벤처스 설립을 통해 사회 책임 이행 뿐 아리나 패션, 유통, 서비스, IT 분야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그룹의 유통, 외식, 레저 브랜드를 활용한 육성업체 사업 기반도 강화할 계획이다.

 

◆ 이랜드벤처스 사업목적

① 신기술사업자 및 창업자에 대한 투자 ②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의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 ③ 벤처투자조합의 결성 및 업무 집행 ④ 해외기업의 주식 또는 지분 인수 등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 등록 및 관리규정에서 정하는 방법에 따른 해외투자 ⑤ 경영자문업, 경영 컨설팅업 ⑥ 구조조정 대상기업에 대한 투자 및 인수 ⑦ 구조조정 대상기업의 정상화 및 매각 ⑧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의한 사모집합투자기구 설립 및 업무집행사원으로서의 업무 등 총 8개 사업목적으로 운영된다.

 

 

쌍방울그룹, 벤처캐피탈 설립…문화콘텐츠 ‘타깃’

SBW인베스트먼트 창투사 등록 완료…아이오케이 100% 출자

 

 

쌍방울그룹도 계열사인 ㈜아이오케이(대표 장진우)를 통해 100% 출자해 지난해 12월말 벤처캐피탈 ‘SBW인베스트먼트(대표 황아람)’을 설립해 문화 콘텐츠 벤처기업 발굴에 나섰다. 이를 위해 사모펀드 운용사 최고투자책임자(CIO) 출신 투자 전문가와 문화 콘텐츠 산업 베테랑을 영입해 운용 역량을 강화했다.

 

지난 1월 25일에는 법인 설립 1개월 만에 중소벤처기업부에 ‘창업투자회사’ 등록도 마쳤다.

‘창업투자회사’는 창의성과 사업성은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창업자에게 투자 형태로 지원하는 벤처캐피탈이다. 1986년 제정된 중소기업창업지원법에 의해 중소기업의 창업을 활성화하고 그 육성에 기여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벤처캐피탈의 한 형태다. 흔히 줄여서 ‘창투사’로도 부른다.

 

SBW인베스트먼트의 초대 수장에는 윈아시아파트너스 CIO 출신의 황아람 대표가 맡았다. 황 대표는 1999년 LG투자신탁운용에 입사한 이후 우리CS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팀장을 맡았다. 이후 인피니티투자자문, 베이직투자자문, 윈아시아파트너스에서 각각 CIO를 지냈다.

 

윈아시아파트너스에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를 통해 상장기업의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했다. 최근엔 웹툰·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 인수합병(M&A)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윈아시아파트너스의 김가하 차장도 SBW인베스트먼트에 합류했다.

 

여기에 문화 콘텐츠 벤처기업 발굴을 맡길 전문가도 영입했다.

배병화 前 레드로버 이사가 사내시아로 선임됐다.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 중국 칭화대 EMBA를 거친 배 사내이사는 중국게임 퍼블리셔 YNK차이나 본부장, 네이버웹툰차이나 COO를 역임했다. SBW인베스트먼트 합류 전엔 웹툰·애니메이션 제작사 레드로버에서 사업관리를 맡았다.

 

당초 설립 목적대로 다양한 문화콘텐츠 벤처기업 육성에 특화된 벤처캐피탈로 성장한다는 포부다. 특히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기업을 출자자로 유치해 모태펀드에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해당 분야 펀드 결성에 핵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아울러  헬스케어와 신재생 에너지 등 미래지향적 산업 투자를 위한 역량도 강화할 계획이다.

 

외부 투자 대신 사내 벤처 직접 키운다

 

이와는 달리 외부 투자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은 일종의 별동부대와 같은 새내 벤처를 직접 키우기도 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LF, 코오롱인더스트리 Fnc,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대기업군이나 중견기업군 패션업체들이 대표적이다.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사내 벤처팀 S.I랩에서 기획한 온라인 편집몰 ‘셀렉샵’을 오픈했다.

이어 ‘플림’ 브랜드 런칭,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이즈를 통한 브랜드 홍보 등 파격적인 전략으로 다양한 수익을 창출해내고 있다. LF도 사내벤처팀을 통해 스트리트 브랜드 ‘던스트(DUNST)’를 런칭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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