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거센 물결이 전 산업 영역에 밀어닥치고 있다. 섬유패션산업도 예외는 아니어서 4차 산업혁명은 벌써 전 세계 섬유패션산업의 지형변화와 새로운 글로벌 패션기업들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국내외 환경변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섬유패션산업은 이런 엄청난 변화를 우리의 도약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미 산·학·연·관이 힘을 합쳐 혼연의 힘을 쏟은지 어언 수십 년이 넘었음에도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은 괄목할만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세계를 호령할 수 있을 것인가?
1차 산업혁명은 동력을 가진 ‘기계’가 옷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중을 위한 기성복을 만들어 주는 기업이 등장하며, 공급자가 주도하는 시대로 전환되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방직, 염색, 봉제 등 섬유산업이 발전하고, Chanel, Louis Vuitton 등 고급 패션 브랜드들이 일반 대중들에게 소개되어 옷은 비로소 사고 팔 수 있는 산업 아이템이 되었다.
2차 산업혁명은 전기에너지가 공급되는 ‘전기기계’가 옷을 대량으로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기업은 과잉 생산된 기성복 판매를 위해 수많은 브랜드를 만들고, 각종 미디어를 활용한 마케팅을 실시하였다. 이 시기에는 미국 등을 중심으로 한 DuPont, GoreTex 같은 거대 화학섬유소재 기업을 필두로 Gap, Benetton, Nike 등 패션 및 스포츠·의류 브랜드들이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게 되었다.
3차 산업혁명은 디지털 혁명으로 컴퓨터, 인터넷 등이 연결된 ‘자동화 기계’가 기성복을 만들어 주는 시기이다. 이때 등장한 ZARA, H&M 등 패션기업들은 소위 ‘패스트 패션’이라고 불리며 짧은 주기로 다양한 디자인의 기성복을 전 세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기성복 브랜드들을 뛰어넘어 글로벌 패션 시장을 주도하는 공룡 기업으로 도약하였다. 실제 ZARA는 당시 패션의 2등 국가에 불과했던 스페인에서, H&M은 인구가 1,000만 명도 안 되는 스웨덴에서 탄생한 신생 패션기업에 불과하였다.
이제는 우리 섬유패션산업의 프레임과 그동안 우리의 경쟁력이었던 핵심 동력을 과감히 바꾸어야 한다. 그동안 쌓아놓았던 조력자로서의 경쟁력을 전부 다 내려놓을 필요는 없겠지만, 조력자 역할만으로는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을 되살리기는 너무도 버겁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엄마기계’로 무장한 새로운 글로벌 섬유패션 기업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또한 기존의 기업과는 차별화된 수요자 중심형 세상을 떠받드는 수많은 개인 스타트업들이 만들어 질 것이다.
2007년 창업해서 WalMart에 3.1억불에 인수된 온라인 맞춤복 전문업체인 Bonobos(美), 2011년 창업한 후 2017년 나스닥에 상장한 고객 인공지능 추천형 패션 쇼핑몰인 Stitch Fix(美) 등 이미 이런 개념의 신생 기업들이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다.
제품은 더 이상 수요자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야 한다. 이미 수도 없이 연구개발에 성공한 새로운 섬유소재와 제품, 서비스들은 우리만의 브랜드를 가지고 글로벌 시장에 선보여야 한다. 기업은 고위험 고수익형 사업모델로 과감히 도전장을 내밀어야 할 것이다.
다만 굴 밖으로 나간다 해도 우물쭈물하다가 막판에 나간다면 미리 나간 쥐들이 다 먹고 남긴 찌꺼기들만이 있을 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 엄청난 변화가 밀려오고 있다. 우리는 이제 굴 밖으로 과감히 나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섬유패션산업이 살 길이 있다.
박창규 건국대 화학공학부 교수 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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