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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지속가능한 발전,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지속가능한 발전, 무엇을 고민해야 할까
김주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기사입력: 2018/05/14 [14:21]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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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패션 화보(VOGUE)   ©TIN뉴스

 

필자는 3년간 미국 중부의 한 대학에서 의류학을 가르치다가 한국으로 돌아와 같은 분야의 전공교육을 하고 있다. 머물던 대학에서 의류학 교육의 최대 화두는 ‘sustainability’ 지속가능성이었다.

 

의류학과 뿐 아니라 그 학교 생활과학대학 전체의 중요한 미션 중 하나가 ‘지속가능성’이었다. 의류학과 커리큘럼에도 과목마다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내용을 포함시켜 교육하도록 권장하고, ‘sustainability’와 관련되는 주제로만 이루어진 과목이 학부과정, 대학원 과정에 한 과목씩 있었다.

 

의류학과 교수진이 7명 정도인 작은 학과였는데 의류학의 다양한 전문분야 지식을 가르치기보다 지속가능성에 너무 초점을 맞춰서 교육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속가능성’의 주제를 미래교육의 가치로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속가능성의 개념은 일반적으로 미래의 유지가능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우리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쉽게 말하자면, 미래 세대에 민폐 끼치지 말고 같이 잘 살자는 얘기가 아닌가 한다.

 

▲ 수년동안 데님의 지속가능성을 추진하고 있는 G-Star RAW. 올 가을에 윌 스미스의 아들이자 할리우드 배우 제이든 스미스와 제휴를 통해 지속가능한 데님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 TIN뉴스

 

의류제품의 지속가능성은 생산부터 사용, 폐기까지의 과정 동안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즉, 섬유를 생산하는 동안 사용하는 천연자원, 물, 경작지, 살충제 등에 의한 환경적 영향, 제직 및 가공 중 배출되는 폐수, 운송 중 발생하는 대기 오염물, 의류 소비과정 중 사용하는 물과 에너지, 의류 폐기물, 생산과 제조 과정 중 공급사슬에 있는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등에 대하여 종합적으로 고려하게 된다.

 

최근 환경적, 사회적 책임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증대됨에 따라 패션 기업들도 친환경/재활용 섬유의 개발, 친환경 가공 및 염색 공정 개발 등에 관심을 갖고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을 마케팅 전략으로 적극 활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패션산업의 큰 흐름 속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지식을 갖고 있는 패션인력 양성은 의류학 교육에서 중요한 주제가 되어가고 있다.

 

미국에 머물던 학교의 학생들은 여러 과목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접해왔기 때문에, 이 주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편이었다. 의류학과 3, 4학년 정도가 되면 꼭 천연섬유가 합성섬유보다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제품의 전 생애주기를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정도는 얘기할 정도가 된다.

 

▲ 지난해 파슨스 디자인 스쿨 출신 Jacob Olmedo가 수경 재배 섬유를 사용하여 에코 패브릭 층 안에 씨앗을 심어 일종의 착용 할 수있는 정원을 졸업작품으로 선보였다.     © TIN뉴스

 

대학원 수업에서는 섬유산업, 봉제산업이 한창인 중국, 방글라데시에서 온 대학원생들이 그 나라 산업 실정을 전달하고, 열띤 논쟁을 벌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관심과 논쟁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학생들은, 패션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주제를 사명감처럼 받아들이도록 교육 받는데 (이것도 옳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교육이 너무 획일적인 잣대로 산업의 윤리성을 판단하도록 호도하고 있지는 않은가?

 

세상 많은 일이 그러하듯, 한 가지 상황에서도 여러 측면의 입장과 이익이 존재하고, 나름의 윤리성이 존재할 텐데, 몇 가지 단순한 잣대로 상황에 대한 판단을 내리도록 잘못 교육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런 이유로, 필자가 학생들과 토론을 할 때는 항상 답보다는 질문거리만 더 많아지게 된다.

 

정답은 없을 때가 더 많고, 다만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와 논리를 점검하고 판단하자는 게 주된 핵심이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이 없는 답답한 선생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

 

▲  쓰레기장을 배경으로 한 친환경 패션의 선두주자 스텔라 맥카트니(Stella McCartney) 화보   © TIN뉴스

 

지속가능성에 대한 패션업계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이에 대한 교육도 강조되고 있다. 미국 몇몇 대학의 의류학, 교육학 연구자들과 패션산업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패션산업의 윤리성 교육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다.

 

특히, 윤리성의 판단이 모호한 경계부분에 있는 실제 사례들을 중요하게 논의하면서, 이러한 사례를 통하여 우리는 교육자로서 어떤 수단을 제시하여 개인적 판단을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하여 토론하였다.

 

여러 가지 교육적 모듈에 대한 논의 가운데 모두가 공감했던 바는, 윤리성 판단의 ‘회색지대’ 사례들이야말로 중요한 교육적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이러한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다.

 

복잡하고 ‘모호한’ 사례들을 통하여, 부분적 이익과 전체의 이익, 환경적 이익과 경제적 이익 등 여러 경계에서의 상황을 간접 경험하고 분석해보는 훈련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은 이러한 문제의 복잡성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와 지식을 제공하고, 복잡한 이해관계를 읽는 시야를 갖게 하는 수단으로써 작용할 것이지, 칼 같은 판단의 잣대를 제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러한 교육적 목표를 이루기 위하여, 구체적 사례를 활용한 교육수단의 개발은 앞으로 더 필요한 부분이다.

 

▲  뉴욕시립대 패션스쿨에서 지속가능성과 패션의 관계를 주제로 한 패널 토론회를 소개하는 이미지    © TIN뉴스

 

안다고 꼭 실천하는 것은 아닌지라, 필자 또한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항상 환경친화적 선택만 하며 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접하면서, 소비/사용 중 불편함과 환경적 이익을 저울질 해보는 정도의 고민은 하게 되는 것 같다.

 

미국 생활 중 음식물 쓰레기를 갈아서 버리는 데 익숙하다가, 한국 와서 일일이 분리수거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스럽고, 우산 같이 나무, 플라스틱, 헝겊, 쇠붙이가 모두 달려있는 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골치가 아프지만,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겨우겨우 쓰레기를 분리하면서도 환경을 위해 뭔가 하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뿌듯하다.

 

이러한 불편함이 없이도 친환경적 선택이 가능한 혁신적 기술이 개발되거나,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획기적 인센티브가 제공된다면 좋겠지만, 아직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세상에 공짜는 없듯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이해하기로 한다.

 

▲ 김주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김주연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의류학과 교수

생활과학연구소 겸무연구원

jkim256@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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