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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망설이지말고 떠나라”
경쟁력 떨어진 회사 퇴출용이해야 산업 변혁도 가능
기사입력: 2017/09/06 [12:12]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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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뉴스

“힘들어 죽겠다.”

소위 사업하는 사람들의 입버릇이다. 그러나 이제는 입버릇으로 치부하기엔 도를 넘었다. 회사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실제 업체들의 경영난을 보여주는 몇 가지 사례들이 있다.

 

국내 주요 염색공단 내 폐수처리장으로 유입되는 월 폐수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염색조합들은 폐수처리비용도 받기 어려워 미수금만 늘고 있는 상황.

 

또 공단 내 공장이나 부지를 매매하는 부동산에는 공장 매물들이 넘쳐난다.

경기도의 A공단 내 공장매매시가는 소형공장 평당 700만원, 500평형 공장 600만원, 1000평 공장은 평당 55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공장을 내놓는다고 당장 팔리는 것도 아니다. 매물에 비해 사려는 수요자가 부족하다. 때문에 업체들은 당장 보유한 설비나 기계들을 팔아 현금을 확보해 직원들의 퇴직금 마련에 혈안이다.

 

올 초부터 만나본 업체 대표들은 폐업을 고민했거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인건비 부담에 직원들을 절반 이상 내보냈지만 수주 절벽에 막혀 돈만 까먹고 있다.

업체 대표는 “매년 늘어나는 적자 탓에 벌어놓은 돈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제는 한계를 느낀다”며 미련 없이 떠나고 싶다고도 말했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과 법정근로시간 단축이라는 암초까지 대면해야 한다. 

업계의 반발에 정부는 최저임금 1만원 시기를 단계별로 조정하겠다며 한 발 물러섰지만, 단지 시기만 늦추어질 뿐 ‘최저임금 1만원’은 대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이니, 빅데이터니 하는 단어는 당장 수주절벽에 막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업체들에겐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섬유산업은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국 수출을 주도했다. 호황을 누리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섬유업체들은 이제는 공급과잉시대를 맞이했다. 요즘엔 “힘들어도 함께 가자”는 말이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내가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내수, 수출 할 것 없이 모두 힘들다고 하니 이제는 적자생존, 능력 있고, 재력만 받쳐준다면 끝까지 살아남는 자가 강자다. 공급과잉 시대에 줄어든 수요를 모두가 나누어 가질 수 없다면 과감히 회사를 정리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몇 년은 회사를 운영할 만한 재정적 기반이 받쳐주거나 나름의 특화제품이나 기술을 보유한 업체를 제외한다면 올 연말 즈음 폐업 숫자는 더 늘어날 것이다”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경제관련 연구소 관계자도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의 퇴출이 용이해야 산업의 변혁이 이뤄진다”며 “능력과 상관없이 생존을 위해 버티는 것은 생산성 저하와 수익성 악화만 초래할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업체 간 가격경쟁으로 인한 치킨 게임에 경쟁력 있는 업체마저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희망적인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환경보호정책 강화로 인해 염색공장들을 문을 닫으면서 일부 염색물량이 한국으로 유입된다는 소식이다. 업체 관계자는 “논의 중이지만 가공 단가를 조금 낮추더라도 성수기를 피해 비수기에 오더를 받게 된다면 당장 인건비라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흡족한 제안이다”라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tinnews@ti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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