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건국대 심상보 교수
샤넬이 만들어 준 한복
샤넬이 만들어 준 한복
기사입력: 2015/05/12 [11:29]  최종편집: TIN 뉴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네이버
TIN 뉴스
▲ 5월 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에서 한복을 컨셉으로 선보인 의상 © TIN 뉴스


 

2015년 5월4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샤넬의 크루즈 컬렉션이 있었다. 샤넬의 메인 컬렉션은 아니지만 샤넬이 중요한 컬렉션을 한국에서 진행한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특히 수석 디자이너인 칼 라거펠트가 직접 주도하는 행사라는 점은 세계 패션계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하지만 나는 별 관심이 없었다. 샤넬은 그냥 샤넬이니까. 그런데 내가 이 쇼에 갑자기 관심이 생긴 이유는 이 쇼가 한복을 컨셉으로 전개되었으며, 발표된 의상에 대하여 사람들이 이런저런 말들을 많이 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한복을 주제로 만든 학생작품 같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복과 다르다’ 등등 부정적인 말이 많았고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는 반응도 ‘샤넬이 한복을 다뤄줬으니 그래도 고맙지 않냐’는 ‘아전인수’격의 의견들이 대부분이었다.

 

나는 샤넬이 한복을 주제로 한국에서 쇼를 진행한 이유가 ‘어벤져스’를 한국에서 촬영한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샤넬은 여행을 테마로 세계의 주요도시에서 그 도시를 주제로 크루즈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샤넬이 한복을 컬렉션의 주제로 선택한 이유보다는 외국의 디자이너가 한복을 어떻게 해석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정말로 한국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칼 라거펠트의 한복쇼’는 엉망이었을까?

 

칼 라거펠트의 한복에 대한 이해는 가볍지 않았다. 한복이 상하의가 떨어져 있는 옷이라는 기본적인 이해부터 깃과 동정의 모양과 매화문(샤넬의 보도내용은 카멜리아와 연관지어 동백꽃 문양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한국의 꽃문양이면 연꽃문이나 매화문이 맞을 듯하고 사진으로 보기에는 매화문에 가깝다), 운문을 이용한 장식, 깨끼 바느질 등등 한복이 갖고 있는 형태적인 정보를 수집하는데 많은 노력을 한 것이 보인다.

 

한복을 기모노와 구별 못하는 대부분의 해외 사람들에게 한복은 이렇게 기모노나 치파오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기에는 충분할 정도로 칼 라거펠트의 한복에 대한 이해는 분명했다. 그런데 칼 라거펠트의 한복은 뭔가 부족하다. 왜 그럴까?

 

모든 사람의 생활양식 그런 것처럼 한복의 특성도 형태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복은 한국인의 감정이 감겨있다. 우리가 느끼는 한국인의 감정이 이번 샤넬의 쇼처럼 달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해외 유명디자이너들이 에스닉을 주제로 컬렉션을 할 때마다 세계 각 지역의 전통복식은 새로운 스타일로 탄생하였다.

 

패션디자이너들이 컬렉션으로 풀어놓은 민속복들은 세계인들에게 민속복의 특징을 소개하는 계기가 된다. 그렇지만 이러한 컬렉션을 보는 것만으로 그 민속복을 입어온 그 민족의 감정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한복에는 한복을 입어온 한국인의 감정이 있으며, 그 속에는 한국인의 미적 기준이 녹아있다. 이것은 아무리 뛰어난 세계적인 디자이너라도 알 수 없는 한국인의 고유한 감성이다.

 

한국의 미, 특히 조선후기의 미는 장식적인 면이 강조되는 귀족문화보다, 실용적인 서민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단순한 형태에 소박한 미적 마무리가 있고, 숨겨진 기능성들이 넘친다. 자연에서 얻은 소재들을 이용하여 자연과 어울어지는 선을 만들어 낸다. 기교와 복잡함과 강한 주장을 한국의 것들에서는 찾기 힘들다. 현재 전 세계가 주목하는 한류는 한국의 정서 중 일부인 ‘흥’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한국 미의 본질은 보다 단정하고 간결하며 품위가 있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샤넬이 한복을 세계에 소개해준 것은 매우 기꺼운 일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한복을 칼 라거펠트가 이해하는 작은 틀로 재단해 버린 것은 안타깝다. 100년 전 폴뿌아레를 비롯한 수많은 서양 디자이너들에 의해 소개 된 일본의 기모노는 동양의 평면재단을 이용한 편안한 실내복에 불과했다.

 

하지만 꼼무데가르송과 이세이미야케가 자신의 컬렉션에 담아낸 기모노는 일본 복식의 감정이었다. 세계인들은 그들의 컬렉션에서 형태 이상의 것을 보았고 기모노의 정신은 뚜렷한 이미지가 되었다. 중국의 치파오를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소개했지만 아직도 민속복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이유는 진정한 중국 디자이너가 나오지 않아서는 아닐까?

 

어제 패션계 절친 성운이와 한국문인화의 대가 송영방 선생님의 전시를 보고 나오면서, “이번 샤넬쇼에 대해서 써보면 재밌겠다”고 낄낄거리며 얘기했는데 막상 글을 쓰다 보니 샤넬이 아니라 또 우리의 문제임을 알게 되고 참담해진다. 젠장! 우리는 언제 한복을 세계에 심을 수 있을까?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이새FnC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광고
포토뉴스
블랭크블랑, 런던 감성 2번째 컬렉션
1/6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