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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유행맞히기와 해외진출
유행맞히기와 해외진출
기사입력: 2015/01/05 [12:50]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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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난 요즘 유명 디자이너의 컬렉션에서 나타나는 스타일 변화의 진폭(같은 스타일이 돌아오는 주기)을 연구 중이다. 디자이너마다 칼라나 실루엣 등 스타일의 요소가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반복할 것이라는 나의 오랜 가설을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15년치의 컬렉션을 일부 분석해 보니 놀랍게도 반복되는 진폭이 있었다.


내가 진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패션은 유행이기 때문이다. 패션은 누군가가 숨겨놓은 보물이거나,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 치즈샌드위치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하나쯤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굳게 믿은 지 20년이 지나가고 있다.


만약 ‘패션은 유행!’이라는 명제가 사실이라면 유행을 맞히기만 하면 성공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가 유행의 정답을 못 맞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래서 궁금해졌다. 세계적인 브랜드는 어떤 방식으로 유행을 맞히고 있을까? 우리는 유행을 맞힐 수 없을까? 첫 칼람의 이야기는 이거다.


그리고 또 하나…,


얼마 전에 브레드앤버터가 파산했다. 홀세일 마켓의 부활을 기대하는 나로써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트레이드쇼는 홀세일 브랜드가 바이어를 만나 오더를 받는 가장 중요한 영업방법이다. 트레이드쇼가 사라진다는 것은 홀세일 브랜드들이 영업할 방법이 없어진다는 얘기와 같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이 해외진출 방식으로 택한 것이 트레이드쇼 참가를 통한 해외 바이어와의 만남이다. 트레이드쇼가 사라지면 우리가 그 동안 택한 방식으로 효과적인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이제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해외진출에 나서야 할까?


새해를 시작하면서 나는 두 가지 문제를 던진다. 하나는 우리가 유행을 맞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또 하나는 우리는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해외 진출에 나서야 할까?


2015년도 녹녹하지 않은 경기 상황이다. 역대 최악이 이라는 예측도 많이 나오고 있다. 굳이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커다란 나라에서 일어나는 경제 상황을 들먹일 필요도 없이 이번 겨울 장사는 무척 어려웠다. 이렇게 어려울 때면 더욱 고민스러운 것은 ‘내년에는 뭘 팔지!’ 이다.


뭔가 확실한 아이템이 있어서 매출을 보장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지면 커질수록 습관적으로 선진국에 유행하는 스타일이 궁금해 진다. 우리나라의 패션 시장이 해외와 다르다고 아무리 외쳐봐야 패션은 유행이고 유행은 유럽에 몇몇 디자이너의 스튜디오에서 탄생한다. 그렇다고 그들이 뭘 하는지 스파이를 보내거나 무당을 불러 점을 치고 있을 수는 없지 않는가? 그런데 잘 보면 그들도 유행을 만들어내는 나름의 방식이 있다.


빨간색이 유행하면 다음 시즌에는 빨간색 말고 다른 색이 나타난다. 미니가 유행하면 다음에는 미니보다는 긴 스커트가 나타난다. 그리고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유행했던 스타일은 다시 돌아온다.


유행은 계절처럼 순환한다. 한참 추워지면 곧 봄이 올 것이라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다. 유행도 마찬가지다. 한참 유행하는 것은 곧 사라진다. 지금 유행하는 것이 지겨워지면 다른 것을 원하게 된다. 지겨워야 새로운 것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지금 익숙한 것을 버리기는 정말 힘들다.


디자인도 그렇다. 디자이너가 계절이 바뀌는 것에 민감하지 않고 익숙한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유행을 만들기는 처음부터 틀렸다. 지금 하고 있는 스타일에 지겨움을 느껴야 한다. 지금 익숙한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자! 정보는 충분히 널려있다. 자신의 아이디어로 차고 넘치는 정보를 이용하여, 디자인하고 제품으로 만들어 보자!


두 번째 문제!


대형 트레이드쇼가 사라져버려서 많은 패션계 사람들이 당황했을 것이다. 특히 브레드앤버터를 유치하려고 했던 서울시는 황당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브레드앤버터 서울 개최’가 아주 훌륭한 계획은 아니었으므로 그다지 아쉬울 필요는 없다.


이전에도 얘기 했듯이 브레드앤버터는 대형 스트릿 브랜드의 쇼업을 주로 하던 트래이드쇼이고 소규모 디자이너들의 현장 수주는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그래서 브레드앤버터의 파산이 우리가 노리는 홀세일 시장에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트레이드쇼가 생긴 이유는 바이어들에게 다음 시즌 신상품을 보여주고 수주를 받기 위해서다. 그런데 지금은 시즌 구분이 다양해졌다. 리테일러가 일년에 2번하는 쇼만으로 장사 준비를 끝낼 수는 없다. 그리고 정보의 전달과 교통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라져서 어느 시기에 어느 장소라는 개념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


트레이드쇼에 참가 하더라도 참가 이전에 수주 가능성이 있는 바이어들에게 우리의 정보를 충분히 전달해야 하며, 쇼가 끝나도 피드백을 계속 해야만 바이어와의 거래가 이뤄질 수 있다. 오프라인 쇼만으로는 바이어와의 소통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브레드앤버터가 사라진 것은 오프라인 패션 비즈니스의 한 형태가 사라진 것이지 홀세일 시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론 세계의 패션시장은 SPA형 브랜드와 럭셔리 브랜드로 재편된 지 오래 되었다. 경기도 좋지 않으니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기대하기도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의 안목은 항상 미래를 향하고 있다. 지금 있는 것보다 가치 있고 나은 디자인은 항상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것이며, 장소와 시간의 구애도 받지 않는다.


유행을 맞출 수만 있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 받을 방법은 전에 없이 다양해 졌다. 그리고 우리나라에 대한 전세계의 인식도 과거에 어떤 시기보다도 긍정적이다.


새해에도 우리나라 패션디자인계에 하고 싶은 얘기는 ‘디자인에 집중하라!’이다. 우리에게는 전에 없이 충분한 혜택과 정보를 받고 자라난 감각 있는 훌륭한 젊은 디자이너들이 차고 넘친다. 그들에게 기대를 걸고 기회를 주기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누군가는 자리를 내어줘야 하지 않을까?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이새FnC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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