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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미싱사
미싱사
기사입력: 2014/07/07 [19:05]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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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SPA형 브랜드처럼 저렴한 판매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처를 임금이 낮은 국가로 이동해야 한다. 패션제품의 제작에는 높은 기술수준이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작업자들의 교육수준이 떨어지더라도 짧은 기간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서 제품생산에 투입할 수 있다.


요즘은 다양한 첨단 장비도 개발되어 개인적인 기술력의 비중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메인 생산을 투입하기 위해서는 샘플이 필요하고, 훌륭한 샘플을 만들기 위해서는 배워서 얻을 수 있는 단순한 지식이나 반복작업을 대신해주는 기계의 능력보다 경험에 의한 지혜가 필요하다.


패션제품의 샘플을 만드는 공정은, 우선 디자이너가 구상을 하고, 디자이너의 구상을 패턴사가 설계하고, 마지막으로 미싱사가 봉제를 해서 완성한다.


그런데 이때 봉제를 하는 미싱사는 대량생산을 하는 미싱사와는 많이 다르다. ‘미싱’이라는 같은 도구를 사용하지만 샘플 봉제를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과 오랜 시간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하다.


‘샘플미싱사’의 봉재 방법을 보고 메인 공정과정을 설계하기 때문에 ‘샘플미싱사’는 소재를 다루는 방법과 메인 제작과정을 고려하여 샘플을 제작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샘플미싱사’가 우리나라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


물론 지금도 많은 미싱사가 작업을 하지만 예전에 도제식으로 기술을 배웠던 고급 기술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작업장을 떠나고 있고, 그 자리를 보조급 미싱사가 채우고 있다.

디자이너와 패턴사는 대학을 비롯하여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기관이 많고 관련분야에 유학을 다녀오는 사람도 많아서 세계적인 수준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미싱사는 다른 기술 직종보다도 인정 받지 못해서 배우려는 사람들도 없고, 막상 배우려고 해도 마땅히 배울 수 있는 곳도 없어서 점점 더 수준이 떨어지는 것 같다.


패션은 계속해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유행 산업이다.

끊임없이 디자인을 구상하고 샘플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실물을 만들어낼 미싱사가 없다는 것은 우리나라 패션계의 큰 문제다.


샘플 제작에 대한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내가 처음 패션계에서 일을 배웠을 때는 가봉을 볼 때 패턴사, 미싱사와 함께 가봉을 봤다.


디자이너가 자기의 디자인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설계를 맡은 패턴사와 제작을 맡은 미싱사가 같이 상의해야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가봉은 회사에서 가장 경험이 많고 실력이 뛰어난 기술자들과 같이 상의 하고 고민을 했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디자이너들은 제작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가봉조차 없이 샘플을 완성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아무리 작은 패션회사를 경영하더라도 패턴사와 미싱팀으로 이뤄진 샘플팀을 꾸려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건비가 비싸고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외부에서 패턴과 봉재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이런 외부 샘플 제작업체들의 퀄리티는 천차만별이고, 같은 곳에서도 동일한 퀄리티를 보장할 수 없다. 이렇게 샘플 퀄리티가 불안정한 이유는 실력 있는 미싱사가 많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패션시장은 현재의 SPA형 저가브랜드의 주도에서 디자이너의 감성과 환경문제를 고려한 중가브랜드로 바뀌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감각 있는 샘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수준 높은 샘플제작팀이 필요한데 실력 있는 미싱사의 부족은 샘플팀 구성의 문제가 된다.


규모가 있는 기업에서는 이미 중국에서 미싱사를 국내로 불러와 숙식을 해결해주며 일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국내의 높은 임금만이 이유는 아니다.


이미 국내의 미싱사 평균 실력이 예전과 달라서 오히려 중국에서 수준 높은 기술자를 찾기 쉽기 때문이다.
어떤 산업이나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중요하다. 패션과 같이 끊임없이 새로운 샘플을 만들어 내야 하는 산업에서는 신제품 개발 인프라가 중요하다.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풍부한 기술력이 필요하며 현재 한국 패션계에는 훌륭한 미싱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도 조선시대처럼 기술자를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


약간의 기술적 차이가 있는 해외럭셔리제품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면서, 정작 기술자는 무시하고 우리나라의 제품 수준을 폄하한다.


훌륭한 기술자가 만든 제품은 생활수준을 높이고 국가의 격을 올린다. 과거 문화수준을 판단하는 기준도 당시 기술자들이 만들어 놓은 제품들이다.


곤조만 부리는 저급한 기술자들의 부당한 처우개선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장인이라는 허울만 가지고 과거의 재현조차 못하는 근거 없는 기술을 보호해야 한다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끊임없이 노력해서 전수받은 실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진정한 기술자가 적합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

실력 있는 기술자를 키워낼 수 있는 패션계의 풍토가 마련되길 바란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이새FnC 크리에이티브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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