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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심상보 교수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브랜드가 산다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주는 소비자가 있어야 브랜드가 산다
기사입력: 2014/05/13 [13:26]  최종편집: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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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N 뉴스
오랜만에 일본 도쿄를 다녀 왔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방사능이 무서워 일본 출장을 꺼려했지만, 패션 업무를 시작하게 되면서 도쿄는 굉장히 자주 갔던 도시다.

한참 많이 다녀올 때는 압구정보다도 더 자주 갔던 것 같다. 사내 품평을 진행하다가 신제품이 시원찮으면 담당 실장에게 당장 짐 싸서 도쿄에 갔다 오라고 지시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자주 일본에 간 이유는 한가지다. 일본이 한국보다 디자인을 잘하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돌아본 도쿄의 쇼핑몰과 패션 스트릿은 그 동안 기억에서 가물거리던 디자인 강국 일본을 이전보다 더욱 명확하게 일깨워주었다.

남의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일본은 패션디자인에서도 놀라운 수용력을 보여준다. 한참 동안 유럽 빈티지에 빠져있던 일본은 이제 스스로 빈티지를 뛰어넘어 일본스타일의 자연주의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일본은 우리보다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나라다. 패션은 여유가 있어야 발전할 수 있으므로 당연히 일본은 한국보다 수준 높은 패션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체국을 쇼핑몰로 리뉴얼한 도쿄역 앞 ‘키테(KITTE)’ 쇼핑몰의 상점들은 수준 높은 디자인과 자연과 조화를 만들어가는 자연주의 컨셉으로 가득하다.

이번에 처음 돌아본 ‘지유가오카(Jiyugaoka)’는 여유로움이 가득하고 조용하면서 품위가 넘치는 가게들로 가득했다. 이른 아침, 꽃가게에서 사온 꽃나무를 다듬어 커다란 유리 화병에 꽂으며 시작하는 가게에서는 패션이상의 ‘느낌’을 팔고 있었다.

일본 정치인들의 헛소리와 후쿠시마 사건 때문에 일본에 대한 반감이 높다고 하여 디자인 강국으로써의 일본을 업신여길 수는 없다.

물론 그들의 디자인에서 갑갑함과 서양의 감성을 카피 했다는 부정적인 느낌을 얘기할 수 도 있겠지만, 그들을 폄하하기에는 우리가 내세울 만한 것이 없다.

일본이 유럽의 감성을 동경하며 가져온 고가구와 문짝들은 일본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훌륭한 본보기가 되었다. 이제 일본은 유럽과도 다른 친환경적인 자연주의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좋은 소재를 이용한 제품들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인정 받으며 자리를 잡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디자인이 우리나라 브랜드의 무차별 베끼기나 억지스런 디자인과 비교할 수 없는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패션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그런데 아주 가끔은 우리나라에서도 정말 좋은 디자인을 발견할 때가 있다. 이 정도면 일본 브랜드와 현지에서 경쟁해도 이길만한 브랜드라고 생각되는 신예 브랜드를 찾게 되면, 너무나 대견하면서 너무 안타깝다.

한국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인정받고 자리잡아 가기 힘들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브랜드는 언제부턴가 세일을 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게 되었다. 디자인에 대하여 평가를 받지 못하고 기능적인 가치로만 판매되고 있는 것 같다.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열심히 하려면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한다. 소비자에게 선택 받지 못하면 디자인을 발전 시키거나 유지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소비자가 디자인에 대하여 판단하기 시작한지는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삶에 여유가 생기면서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고 비교하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는 카피가 만연한 국내 브랜드가 해외 오리지널 브랜드에 비해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알아 버렸다.

그리고 한국은 글로벌 브랜드의 새로운 타켓이 되면서 토종 브랜드들은 사라져 가고 있다.

카피로 브랜드를 유지하던 B급 브랜드가 사라지는 것은 상관없지만 디자인 가치를 가지고 있는 신예 브랜드들도 거대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견디지 못하고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일본보다는 못하지만 우리도 이제는 살만하다. 여유와 안목을 갖고 좋은 디자인을 찾아 구매하는 미덕을 보여주어야 한다.

가치가 있는 좋은 디자인을 제값 주고 사줘야지만 디자인이 발전 할 수 있다.

이제 소비자들도 싸구려 카피제품이나 세일 상품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안목을 길러 좋은 제품을 찾아 가치를 인정해 주었으면 한다.
 

심상보
피리엔콤마 대표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겸임교수

이새FnC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여유로우면서 조용한 품위가 넘치는 가게들로 가득한 지유가오카 거리    ©TIN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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